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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패션쇼와 찻자리 시연

결혼 전 사진 촬영을 할 때 이후로는 꺼내본 적도 없었던 나의 새색시 한복이, 인도에서 이렇게 빛을 발할 줄은 몰랐다. 매년 딸아이 학교에서 열리는 인터내셔널데이에 한복을 고이 차려 입고 행사에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빛을 발한 한복이었다. 


첸나이에는 IWA, International Women Association이라는 단체가 있다. 세계 각국에서 첸나이로 모여든 여성들과 첸나이에 거주하는 열린 인도인들로 구성된 단체로 첸나이의 각종 문화, 예술, 교육 활동에 참여하고 지지한다. 지인 중의 한 명이 이곳의 회원이었는데, 나에게 다양한 한복을 선보이고 설명할 수 있는 패션쇼와, 한국 차를 선보일 수 있는 찻자리 시연을 제안했다.


생각보다 재미있는 프로젝트였다. 패션쇼라는 말이 다소 거창하게 들리긴 했지만 우리의 전통 옷인 한복을 외국인들에게 소개할 수 있는 뜻 깊은 자리였기에, 뜻이 맞는 사람들과 삼삼오오 머리를 맞대고 더 나은 패션쇼를 위해 애썼다. 


마침내 한복 패션쇼의 워킹을 위한 다소 느린 국악곡을 선택하고, 곡에 맞추어 스텝을 연습했다. 새색시 한복과 두루마기, 개량 한복 등 최대한 다양한 종류의 한복을 모아 다섯 가지의 한복을 선보이고 한복에 대한 설명도 영어로 준비해 패션쇼의 마지막에 하나씩 설명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패션쇼 당일, 첸나이 시내에 있는 전통 있는 호텔의 연회장에서 행사가 시작되었다. 인코센터(India-Korea Center)에서 제공한 각종 한국 악기와 한국적인 족, 그림들로 행사장이 멋지게 장식되었다. IWA 회원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한국차 시연 및 시음을 시작했다. 하동에서 가져온 발효차로 한국식 찻자리를 시연하는 동안 미동도 하지 않고 진지하게 지켜보는 외국인들의 눈빛에 마음이 따스해졌다. 시연을 마친 후 너도 나도 한국에서 온 차를 마시겠다고 손을 드는 바람에, 차를 우리는 손이 부족할 지경이었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차를 알게 되고, 한국의 차에 엄지를 치켜세워주니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중국과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도 그에 못지 않은 기나긴 차의 역사와 전통을 지니고 있고, 지금도 많은 차가 생산된다고 재차 강조하며 한국의 차에 대해 알렸다.


찻자리 시연과 시음이 끝나고, 행사가 진행된 후 약간의 긴장감과 함께 한복 패션쇼를 선보일 시간이 되었다. 한복과 어울리는 부드러운 웃음과, 느리되 우아한 발걸음을 기억하며 우리는 작지만 멋진, 우리만의 한복 패션쇼를 선보였다. 한복의 선과 멋스러움, 단아함과 고운 색감을 강조할 때 고개를 끄덕이는 청중들을 보며, 우리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임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외국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더니, 그 말은 정말 틀린 게 하나 없다며. 다들 큰 박수와 함께 'beautiful!'을 외쳤고, 국악의 선율 또한 너무 아름답다며 감탄했다.


첸나이에서 생활하면서, 수많은 경험 중 단연코 가장 의미 있고 기억에 남는 시간이 아니었다 싶다. 그 이후에도 나의 한복은 입고 나갈 일이 즐비해, 결혼 후 8년간 상자 속에 갇혀 있던 나의 새색시 한복은 인도에서 길이길이 빛을 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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