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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인도 여행 - 비샤카파트남

사슴과 같이 겁이 많을 듯한 크고 동그란 눈망울에, 왠지 여리고 수줍음이 많을 듯한 인상을 지닌 언니가 있다. 생김새와 달리 나와 비슷하게 모험심도 강하고, 의외로 대담하고 배짱이 있는데다 아이들 나이도 비슷해서, 인도에 머무는 마지막 2년간 언니와 인도 여행을 자주 다녔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차로 5분 거리에 집이 위치하고 있어 꽤 자주 만나는, 우리 부부의 베스트 술친구 가족이다.


첸나이가 위치하고 있는 타밀나두 주에서 북쪽으로 해안선을 따라 쭉 올라가면 안드라 프라데시 주의 비샤카파트남이라는 도시가 나온다. 언니와 언니네 아이들과 처음으로 함께 했던 여행으로 기억되는 비샤카파트남에는 시바와 파르바티의 거대 동상이 위치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하얀색으로 빛나는 이 동상 하나만으로도, 여행을 떠나고 싶은 동기는 충분했고, 언니 역시 흔쾌히 나의 여행에 합류했다.


자동차로 자그마치 11시간을 달려 도착한 비샤카파트남은 탁 트인 넓은 바다가 일품인 도시였다. 항구 도시로도 유명한 이곳 해안가에 자리 잡은 숙소에서, 아이들은 바다를 바라보며 뛰어 놀았다. 그리고 우리는, 바다를 배경으로 뛰어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인도 맥주 킹피셔 한 잔으로 여독을 풀었다.


이른 아침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바닷가로 뛰어나갔다. 파도가 잔잔한 바닷가는 아이들이 놀기에 딱 좋았다. 마음껏 에너지를 발산하고 비샤카파트남의 아름다운 전경을 감상하기 위해 전망대가 있는 칼리사기리에 올랐고, 짧은 기차를 타고 그곳의 아름다움을 감상했다. 언제 보아도 아름다운 해안선. 매번 인도 여행을 떠날 때마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새삼 감사하게 된다. 칼리사기리는 무척 알찬 공간이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잠수함 박물관을 발견해서 진짜 잠수함 안을 탐험할 수 있는 기회도 누리고, 정글짐과 그네가 있는 놀이터에서 환호성을 지르며 뛰어놀고, 인도 여행에서 짜이 만큼이나 빠질 수 없는 버터옥수수를 하나씩 들고 먹으며, 해질녘 시바와 파르바티의 거대 동상을 바라보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잔잔하고 평화로운 여행이었다. 산꼭대기에서 비샤카파트남을 내려다보며 나란히 앉아 있던 시바 신과 그의 여인 파르바티의 모습이 자꾸만 생각난다. 힌두교인들은 말한다. 신상을 바라보며 기도를 하는 것은, 신을 시각화하여 더 가까이 느끼기 위함이라고. 신상을 숭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신을 숭배한다는 본질에는 변함이 없다고. 부드러운 미소와 절도 있는 자세로 앉아 있던 시바와 파르바티 신상에서 느껴지던 그 무게감와 위엄이 왠지 모르게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첸나이로 돌아오는 길에, 이름도 모를 레스토랑에서 짜빠띠와 베지테리언 볶음밥, 빤니르 버터 마살라를 시켜 아이들과 기사들과 한 테이블에 앉아 허겁지겁 먹어치우던 기억이 이 여행의 마지막 기억이다. 시작부터 끝까지 무척이나 인도스러웠던, 그래서 무척이나 즐거웠던 비샤카파트남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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