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인도 여행 - 풀리캇

by 티마스터 바유

첸나이에서 북으로 60km 정도 떨어진 곳에, 겨울철에는 플라멩고 떼를 볼 수 있는 조류 서식지로도 유명한 풀리캇이 자리를 잡고 있다. 처음에는 인도 여행을 좋아하는 나에게 인도에서 오래 사셨던 분께서 추천을 해 주셔서 무작정 가보았는데, 아이들과 만족도 200%를 누리고 돌아와 시간이 날 때마다 당일치기 여행을 떠났던 곳이기도 하다.

풀리캇은 거대한 호수가 있는 지역으로, 탈탈이 모터보트를 타고 호수를 건너는 즐거운 여행을 떠날 수 있다. 별거 아닌 듯하지만, 별거 아닌 게 아니다. 일단 가보면 안다.


작은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는 일조차 잔뜩 흥분되는 아이들은 벌써부터 신이 났다. 내리쬐는 햇볕이 따갑긴 하지만 시원한 바람에 찰랑거리는 물살, 호수 위로 햇살이 반짝반짝 부서지는 모습까지, 이런 힐링이 또 없다. 호수를 한참 지나다 보면 갖가지 새떼들이 눈에 들어오고 아이들은 서로 먼저 새를 찾아내려고 눈을 반짝인다. 마지막 해에는 딸내미 역시 나처럼 카메라를 목에 걸고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담아내느라 바빴다.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는 딸을 보며, 늘 아이들의 거울이 되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덕분에 참 많이 배우고, 반성하고, 감사하면서 그렇게 나도 성장해가고 있는 게 아닐까.


놀랍게도 호수 가운데쯤 들어오면 물이 얕아지는데, 깨끗하고 얕은 물에 잠시 배를 세우면 그때부터 광란의 물놀이가 시작된다. 바다와 호수, 호수와 하늘이 맞닿은 듯한 신비로운 풀리캇. 이곳에서의 물놀이는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해 준다. 발목에서 무릎 정도의 얕은 물이다 보니, 아이들은 걱정 없이 이곳에서 물놀이를 즐긴다. 나는 잠시 물에 발을 담그고 서서 영화의 한 장면 같은 풍경을 감상한다. 온 사방이 오직 물과 하늘, 그리고 구름. 정말이지 그림 같은 풍경이 아닐 수 없다. 눈앞에 펼쳐진 맑은 호수, 파아란 하늘과 신선한 공기는 모든 것을 잊고, 가슴 속까지 탁 트이게 해준다. 자연은, 이래서 참으로 감사한 존재인가 보다.


물놀이는 결코 지치지 않지만, 아이들을 달래 배를 타고 호수를 마저 건넌다.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모래사장과 파도가 치는 바닷가가 등장하면 2차로 물놀이를 즐긴다. 미리 주문을 해두면, 해변가에 파라솔과 음식을 준비해 주어서, 가족 단위로 놀러 오기도 좋다. 우리는 미리 준비해서 들고 간 김밥과 간식을 먹고 녹초가 될 만큼 원 없이 실컷 놀다가(아이들에게 과연 이런 단어가 존재할지는 모르겠지만) 날이 어둑해지기 전에 돌아왔다.


잔잔한 자연의 아름다움과 평화를 마음껏 누릴 수 있었던 첸나이 근교의 보물 같은 장소, 풀리캇. 돌아오는 길,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오라며 길을 막아주었던 수많은 소떼와 염소떼, 오리떼, 그리고 3등칸 기차까지. 덕분에 물놀이에 지친 아이들은 뒷자석에서 단잠을 누릴 수 있었다. 슬로우라이프의 진면목을 마음껏 누릴 수 있었던 우리의 인도 생활, 추억의 한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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