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버리는 진짜 이유들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하는 동기들은 저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심플하고 간결한 삶을 위해서
또 누군가는 좁은 집으로 이사를 가니 강제적으로 해야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돈되고 심플한 공간이 주는 힐링 포인트가 있기에 집이라는 공간에서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은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나 코로나로 인해 미니멀 라이프가 다시 재조명을 받고 정리정돈의 열풍이 부는 것도 아마 이런 이유들이 아닐까 싶다
예전에도 미니멀 열풍이 불기 시작했을 때가 있었는데 그때는 동경의 대상이었다
TV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 미니멀 라이프를 접하게 되었는데 그 뒤로 블로그 활동을 하면서 더 많이 알게 됐던 것 같다. 그때의 느낌들을 정리해보자면
우와~ 대단하다
집 정말 깔끔하다
어떻게 저렇게 살 수가 있지
아까워서 어떻게 버려?
이런 느낌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나는 하고 싶어도 못하겠는데~
미니멀 라이프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야~
이런 생각들로 마무리 지어지면서 나의 관심사에서도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었다
그리곤 어느 날 10년 넘게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워킹맘에서 전업주부가 되었다.
처음엔 그저 좋았다. 아이들을 어려서부터 내 손으로 키우지 못했다는 마음에 늘 미안했는데 아이들이랑도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고 바쁘다는 이유로 집안 살림도 제대로 하는 게 없었는데 살림도 해보니 재미가 있었다
그런데 그게 한 달, 두 달 여러 달이 반복되자 다시 일을 나가고 싶은 마음이 밀려들었다
나는 집에서 아이들만 키우고 살림만 하기에 못 견디는 성격이었던 것이다
살림도 처음엔 재미가 있었는데 해도 티도 안 나고 늘 어질러져있는 집안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러다 언젠가는 일을 해야지 않나 하는 생각에 이것저것 배우기 시작하고 아프기에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살아가고픈 마음도 있었기에 책도 보고 강의도 들으러 다니며 여러 가지 일에 도전해보기 시작했었다
그래도 아직은 전업주부가 주된 업무인지라 집안일을 끝내고 외출을 할라치면 늘 시간에 쫓겨 허둥대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반복되자 점점 지치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지?
내가 행동이 느린 것도 아니고
매일 대청소를 하는 것도 아닌데...
이런 생각들을 하며 집안을 둘러보는데 빈 공간 하나 없이 물건들로 가득 채워진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답답한 마음에 숨이 막혀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좁은 집에 왜 이렇게 짐이 많은 거야?
저 물건들만 없어도 집안일 금방 끝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럼 시간도 여유롭지 않을까?
다 갖다 버려??
매번 같은 물건을 찾아대는 아이들한테 짜증을 내기도 하고 정리 좀 하라고 잔소리를 해댔었지만 물건들이 많은 데다 정리정돈까지 제대로 못하고 있는 내 모습이 가장 큰 문제였다는 걸 깨닫게 됐다
그런데 원인 파악만 했을 뿐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몰라 막막하다는 생각에 실천은 하지 못했었다
그렇다. 나는 물건이 아까워 버리지 못하고 쌓아놓기만 하는 심각한 맥시멀 리스 트였던 것이다
그러다 우연히 눈에 띈 미니멀 라이프 책 한 권
아이들이랑 동네 서점에 갔던 날이었다
아이들도 책을 보고 있고 나도 어떤 책들이 있나 둘러보던 차에 제목이 눈에 띄는 책 한 권을 발견했는데
미니멀 라이프에 관한 책이었다
나는 이 책을 시작으로 미니멀에 관한 책들을 읽기 시작했는데 책을 읽다 보니 물건을 버릴 수 있겠다는 용기가 생겼고 생각이 전환되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물건을 버리기 시작했다
나는 정리도 제대로 못하는 데다 물건까지 끼고 사는 맥시멀 리스트였다.
이런 사람이 책 몇 권 읽었다고 버리기를 시작할 수 있었을까?
물론 미니멀 라이프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읽고 내공이 쌓였던 건 맞다. 하지만 책 한 권으로 끝났을 수도 있었는데 같은 주제의 책을 여러 권 읽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미니멀 라이프의 최대 장점은 심플한 공간이다
그와 더불어 돈과 시간에 있어 여유 있음과 자유이다
이 세 가지의 큰 장점 중에 나는 시간에 집중하기 위해 물건을 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시간에 집중한다는 이야기는 바로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주어진 시간 안에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우리는 똑같은 24시간이라는 시간의 선물을 매일매일 리셋되어 받고 있다.
하지만 어떤 이에겐 당연한 것이고 어떤 이에겐 소중함과 감사함으로 다가온다.
나는 진단을 받기 전에는 태어났으니 당연하게 받는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아침에 눈이 떠져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것도 저녁에 눈을 감고 편히 잠들 수 있는 것도 당연한 것들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진단을 받고 나자 이 당연한 모든 것들이 당연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나에게 24시간이 제대로 주어지지 못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나의 인생을 돌아보게 되었고 좀 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을 꿈꾸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일들을 해내기 위해 물건들을 버리기 시작한 것이다
집안일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주부의 임무가 1순위였기에 효율적으로 집안일을 할 방법을 생각해보았는데 같은 일을 하더라도 시간 소모가 덜 되게 집안일을 최소화해야만 했다
물론 돈이 많았다면 집안일을 대신해주는 분들의 도움을 받았겠지만 말이다
미니멀 라이프 책이나 영상들을 보면 대부분의 미니멀리스트들은 정돈되고 심플한 공간에 더 집중을 한다는 게 느껴지는데 그런 책이나 영상들을 소비하는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보면 대리만족을 위해 보는 경우들이 대다수인듯하다
하지만 좀 더 다른 미니멀 라이프도 미니멀 라이프라고 정의하고 싶다
각자가 생각하는 중심 포인트가 다를 테니 말이다
한동안 주춤했던 정리정돈을 다시 시작해보려 한다.
아직은 갈길이 멀었지만 나만의 속도로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