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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나오라 Dec 07. 2020

그냥 그냥 살다가 죽고 싶진 않다

내가 진단을 받은 날이 올해로 10년이다. 올해가 얼마 안 남았으니 벌써 11년이 다돼가는 셈이다. 

10년 동안 나는 총 5번이 넘는 입원생활을 했었고 5번 정도의 치료제를 썼다. 

희귀병 중에선 약 자체가 없어서 치료가 힘든 병들도 많은데 내가 걸린 다발성 경화증은 복지 시설이 잘 돼있는 선진 유럽 국가에서 많이 걸리는 병이라 신약개발에 투자를 많이 하는 병이라고 들었다. 

그래서 재발을 할 때마다 새로운 치료약으로 교체하곤 했었다.


다발성 경화증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자가면역질환이다. 한마디로 내가 내 몸에 상처를 내는 병인데 상처를 내는 것이 신경 부분이라 어디의 신경이 손상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그래서 위험한 병인 셈이다.






둘째를 출산한 지 얼마 안돼서 출산휴가중였을때 처음 증세가 느껴졌었다. 그때는 출산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라 처음에 산후풍인 줄 알고 동네 한의원을 찾아갔었는데 목디스크라고만 했었다. 

다발성 경화증은  팔다리의 감각이상과 근력저하, 시력 이상 증세가 대표적이다.

나 또한 그 증세들이 나타났었다. 


처음 갔었던 동네 한의원에서 목디스크라고만 하자 좀 더 정확한 치료를 받고자 규모가 있는 한방병원에 가서 MRI를 찍었었다. 하지만 그곳에선 목디스크는 아니지만 정상은 아니라고 큰 병원에 가보라고 했었다.

그 당시 그 얘기를 듣고 근처 큰 병원에 갔을 때의 느낌도 얼마나 긴장되고 무섭던지. 의사들이 큰 병원에 가보세요. 하는 말은 왠지 암 같은 무서운 병에나 걸렸을 때 하는 말처럼 인식돼서 그런 거 아닐까. 


찾아간 병원에선 어떤 병인지 모른다고 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그 병원은 나를 신경과가 아닌 신경외과에서 진료를 받게 했기 때문이다. 신경과 의사들도 워낙 많은 신경계 병들이 있어 모든 병을 다 알 수가 없다고 나중에 들었다. 그래서 다발성 경화증이 오진도 많다고. 신경과에서도 정확한 진단이 어려울 때가 있는데 신경외과라니. 지금 생각해보면 모르는 것이 당연한데 그때는 의사가 모르는 병도 있나 의아하긴 했었다. 

한편으론 큰 병이 아니란 사실에 안도감이 생겼다. 


증상이 계속 이어져서 어딘가 아프고 불편하면 병원을 계속 다녔을 텐데 나는 증상이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했었다. 처음엔 좀 불편한 정도의 증상이 나타나다가가 증상이 반복될수록 불편과 아픔의 느낌도 함께 높아지고 기간도 점점 더 길어졌다. 

그러다 병원에 가야겠다고 인지했을 땐 몸의 증상이 너무 심각해졌을 때였다.

나는 다리에 힘이 빠져 제대로 서있지도 걷지도 못하는 상태가 돼서야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진단을 받게 된 것이다. 




이 병의 증상들은 치료를 받고 약을 먹으면 증상 자체는 완화가 된다. 하지만 그 치료라는 것이 고용량의 스테로이드 주사치료와 약물이다. 그냥 스테로이드도 부작용이 많아서 꺼려하게 되는데 고용량이라니. 

몸이 힘들고 부작용이 생기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고 나오면 얼굴이 붓고 입안이 써서 제대로 먹지를 못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치료를 받으면 증상이 사라지니 일상생활엔 지장이 없다. 문제는 재발을 한다는 것이다. 

그 재발을 막는 치료. 완치를 시킬 수 있는 치료제가 없으니 난치병인 것이다. 






사람들은 어딘가 문제가 생겨서 아프거나 어떤 병에 진단을 받게 되면 삶을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건강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되고 앞으로의 삶의 방향도 바뀌게 된다. 

그런데 이게 잘 유지가 되면 좋은데 인간은 간사한 동물이라 했던가? 

건강을 찾고 나면 그 사실을 까막 게 잊어버리는 경우들도 있다. 

아플 땐 그래, 건강을 위해서 운동도 해야지. 좋은 것만 먹어야지.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아야지 하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그 마음들이 조금 희석되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감사하게도 내가 걸린 병은 잊어버릴만하면 재발을 하니 인생을 제대로 보지 않을 수가 없게 만든다.

몇 번의 재발을 반복하면서 깨달은 건 건강이 최고다 라는 것이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건강 앞에선 무용지물이다. 

그리고 더 잘 살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든다. 잘 살고 싶은 마음이란 무엇일까? 

거기에 대해 나라는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무엇인지 근원적인 물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프려고 태어난 것은 아닐 텐데 왜 태어났는지 어떤 사명감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었다. 

그래서 끊임없이 질문하고 고민했다. 그러기에 책을 기존보다 더 많이 자주 읽게 되었고 심리학이나 영성. 인문학 쪽에 관심이 들어서 그 분야의 책들을 많이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어는 정도 지나서 내가 내린 결론은 가치 있는 인생을 살 자였다. 하루하루 주어진대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주도적인 입장이 되어 내 삶을 가치 있고 풍요롭게 만들고 싶었다.

아이들도 잘 키우고 싶었고 가족들에게도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참 다르다. 또한 기준들이 다르다 보니 내 기준에서의 가치 있는 삶이란 무엇일까.

그러기에 나는 끊임없이 나에게 질문하며 나와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책을 읽는다. 

지금도 100% 정확한 정답을 찾은 건 아니지만 내 질문들에 답들을 하나둘씩 실천해가려고 하는 중이다. 

나는 그냥 그냥 살다가 죽고 싶진 않다. 좀 더 의미 있는 인생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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