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나오라 Dec 03. 2020

나도 꿈이 있었다구요

중학교 다닐 때였나 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나는 어렸을 때 기억이 별로 존재하지 않는 사람.

어느 날 친구들과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아이들이 내 이야기에 집중하며 공감을 해주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정확하진 않지만 어떤 한 친구가 자기의 고민 비슷한 것을 얘기했었던 것 같다.

그러자 다른 친구들이 맞장구를 치며 공감했었고 자기도 그런 경험이 있다면서 서로의 이야기를 하기 바빴다. 언제나처럼 잘 듣고만 있었던 나는 어는 순간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어떤 이야기였는지 기억이 나진 않지만 내 이야기를 들은 그 친구는 맞아 맞아 처음엔 맞장구를 치더니 나에게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난 거기에 내 생각을 얘기했었고 어느 정도 이야기가 마무리 되었을쯤 그 친구는 나에게 내 얘길 들으니 기분이 좋아졌다며 고맙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런 경험들 다 있을 것이다. 

내 얘기를 하고 싶고 그에 대해서 위로와 공감, 또는 조언을 듣고 싶은데 내 얘기를 들은 상대방은 자기도 같은 경험이 있다며 나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쏟아낸 경험 말이다. 

처음 이야기를 했던 그 친구도 아마 그런 마음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던 것 같다.

친구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들은 나는 기분이 좋아졌다. 내 이야기가 고맙다고? 

무언가 뿌듯한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그 뒤로도 나는 친구들이 고민 비슷한 이야기를 했을 때 이야기 몇 마디 해줬을 뿐인데 고맙다는 이야기. 너랑 이야기하면 참 편하고 좋다는 이야기를 듣곤 했었다.

중학교는 사춘기 시절이다. 사춘기의 아이들 특히 여자아이들은 감정이 예민한 시기. 

그럴 때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준다는 사실 만으로도 힘이 되는 시기이다. 

거기에 더 나아가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도록 약간의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더 든든하게 다가오는 시절이라 생각한다. 아이들이 그런 이야기들을 했을 때 내가 이야기를 해줄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뻤던 것 같다

그때부터였나 보다. 나 스스로 친구들 사이에 존재감을 느끼게 된 게 말이다. 


친구들은 나에게 모르는 문제를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겪고 있는 고민들에 대해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딱 어떤 고민들이라기보단 더 정확하게는 본인의 속마음을 이야기하고라고 할 수 있겠다. 

한마디로 비밀 이야기 같은 것 말이다. 


힘들고 어려울 때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는 것만으로 기분이 풀리는 경험들이 다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이야기가 지극히 내 개인적인 이야기라 또 다른 사람들은 몰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던 경험들도 있었을 것이다. 

친구들이 나랑 이야기하면 마음도 편해지고 힘이 나는 것 같고 평소에 말을 많이 하는 사람도 아녔기에 어디 가서 내 이야기를 하고 다니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그렇게 친구들과 가벼운 수다가 아닌 속마음을 나누다 보니 나는 어느 순간 혼자가 아니라는 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여러 친구들을 두루두루 사귄 건 아니지만 소수의 친구들과 마음을 나누는 사이가 된 것이다. 

친구들이 내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편해졌다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하는 모습을 보면 기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고 무언가 모를 뿌듯함이 생겼다. 

그래서 더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런 모습들을 보며 내가 마치 선생님이 된 것 같았다. 

교과 과목의 지식을 가르쳐 주는 선생님이라기보단 마음을 다스려 주는 선생님 말이다. 


어려서 내가 생각한 선생님의 모습은 학생들에게 공부를 가르쳐주시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학생들이 힘들고 어려울 때 힘이 돼주고 고민 상담을 해주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으레 학생에 관해 기초 질문사항들이 담긴 가정통신문을 주곤 하는데 이름, 주소, 가족관계는 물론이거니와 취미와 특기, 꿈은 무엇인지 등을 적게 돼있다.

나는 꿈은 무엇인지 묻는 질문사항에 선생님이라는 답을 적기 시작했다. 


공부를 잘해서 선생님이 되고 싶은 건 아니지만 막연하게 내 이야기를 듣고 듣고 더 잘됐으면 하는 마음에 선생님이라는 직업이 떠올랐던 것이다. 그래서 거기에 이제 공부도 열심히 해서 학업을 가르쳐준다면 얼마나 더 좋을까. 이제 공부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었다. 






하지만 그 꿈은 실업계 고등학교를 진학하게 되면서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 되어버렸다.

말 그대도 꿈은 꿈이고 현실은 현실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래도 그런 과정들을 겪으면서 나는 더 이상 소심한 아이가 아니었다.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친구들과 지내는 것이 얼마나 재밌고 즐거운 일인지 느끼면서 알게 되니 관계에서도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물론 완전한 소심함을 벗어던지지는 못해 처음 만난 사람들에겐 먼저 다가가지 못하고 이야기하지 못했다. 

어느 정도 친분이 돼야지 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고 마음의 문을 열었다. 


새로운 장소에 가는 것도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했다. 


한마디로 처음 만나는 사람에겐 조용하고 말도 잘 안 하는 사람이지만 친해지고 나면 이렇게 재밌고 좋은 사람이 어디 있나 싶을 정도로 편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런 모습은 커서도 이어졌는데 나랑 친해졌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는 말이 처음 모습과는 너무도 다르다는 것이었다.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나의 꿈은 고등학교 입학 후 좌절되긴 했지만 살아오는 내내 떠올랐었다. 




그래. 내 어릴 적 꿈은 선생님이었지





작가의 이전글 나의 결핍은 무엇이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