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30년 가까이 된 오래된 복도식 옛날 아파트.
말이 24평이지 실평수는 19평도 안 되는 방도 두 개뿐인 집이다.
요즘 아파트들은 20평이라도 방은 세 개이던 대 이 아파트 단지는 30평대가 돼야 방이 세 개가 된다.
그런데 화장실은 또 하나라는 거.
그러니 설령 같은 아파트 30평대로 넓혀 간다 한들 화장실이 하나뿐이라 나는 솔직히 가고 싶지 않다.
물론 제일 중요한 돈이 없기도 하지만 말이다.
1.2년 전까지 제과제빵을 배우고 집에서 홈베이킹을 하기 시작하면서 집이 너무 좁다고 생각했다.
특히나 주방 공간. 베이킹을 하려면 어느 정도 공간 확보가 되어야 하는데 싱크대가 너무 작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지금 집에 이사를 오면서 베이킹을 할 생각에 아일랜드 식탁을 설치했다.
베이킹 재료나 도구들도 많은 공간을 차지하기에 붙박이장도 만들어 설치했다.
그래도 집에서만 베이킹을 하기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으니 나만의 공방을 꿈꾸었었다.
실제로 언젠간 공방이나 작은 빵집을 여는 게 그때 당시의 내 목표였기에 매일 그런 공간을 상상하며 행복감을 느끼는 게 일상이었다.
그러면서 미니멀 라이프에 속도를 냈던 것 같다.
지금 당장 공방을 차려 내 공간과 시간을 확보할 수 없으니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중점을 두고 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어떤 일을 해야 할까 고민하던 중에 예전에 시작은 했지만 꾸준하게 하지 못했던 물건 버리기.
즉, 미니멀 라이프가 생각이 났었다.
그래! 이거야~ 불필요한 물건을 버려서 내 공간도 확보하고
물건이 없고 정돈된 집이면 청소하는데도 시간이 얼마 안 걸리겠지?
그럼 베이킹할 시간도 더 많이 생기는 거자나~ 딱이네 딱!!!
그렇게 다시 시작된 물건 버리기.
확실한 목표가 있어서인지 전보다 더 수월하게 물건을 비워낼 수 있었다.
그리고 물건이 줄어들수록 공간이 생길수록 속으론 쾌재를 부르며 신나 했다.
처음 물건 버리기를 할 때도 수월하긴 했었다.
이미 많은 미니멀 라이프 관련한 책을 읽어서 내공을 쌓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까워서 볼펜 하나. 지우개 하나도 버리지 못하는 나였는데 내가 생각해도 놀라운 변화였다.
거기에 부스터를 장착한 거처럼 빨리 정리하고 싶어 안달이 났다고 해야 할까
그런데 막내가 어리기도 하고 유치원에 가는 시간이 있긴 하지만 어린이집보다 하원 시간이 빨라 2시면 오는 게 아닌가.
게다가 하원하고 나서는 놀이터에서 노느라 집에 들어올 생각을 안 한다는 거다.
그래서 오전 시간에만 정리하고 비우기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하고 그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기록하자 싶어 유튜브를 시작하게 되었다.
근데 유튜브를 하기 시작하면서 다른 SNS까지 활동을 넓혀갔는데 점점 거기에 집중하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거다.
그리고 집에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할 수 있는 일이 온라인에 많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온라인 세계에 눈을 떴다고 해야 할까?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목표가 바뀌기 시작했고 거기에 더해 코로나 팬덕믹으로 온라인 활동들이 넓어지고 깊어지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기존의 오프라인보단 온라인이 중요하다는 걸 코로나로 인해 알게 된 것이다.
그래서 목표 설정을 다시 하기 이르렀고 그에 따른 실천사항들도 바뀌기 시작했다.
온라인 활동을 하면서 내 영역이 넓어지기 시작하니 해야 할 일들도 많았다.
들어야 할 강의도 많아지고 독서도 더 많이 해야 하고
한마디로 자기 계발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더군다나 혼자 하기엔 힘든 부분들이 많아 소모임을 모집해서 뜻이 맞는 분들과 열심히 으쌰 으쌰 하는 중인데
문제는 나의 공간이었다.
처음엔 노트북이나 데스크톱 조차 없어 스마트폰만으로 이용했기에 공간이 필요치가 안았는데
더 이상 핸드폰만으론 버틸 수 없어 데스크톱을 구입했다.
노트북을 구입하고 싶었지만 신랑이 사는 거라 신랑 의견에 따라야 했다.
그리고 큰 아이들도 있으니 거실 한 공간에 두었다.
그러다 코로나가 장기화되고 아이들이 온라인 수업으로 학교 수업을 대체하자 그마저도 내가 쓸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한번 신랑과 상의 끝에 노트북을 마련하게 되었는데
아뿔싸! 노트북을 두고 진득하니 할 자리가 없다는 거다...
물론 노트북은 이동이 가능하니 괜찮지 않나?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노트북으로 일을 하다가도 애들 밥을 줘야 했고 막내랑 같이 놀아줘야 했다.
평소에 내가 주로 노트북을 가지고 일을 보는 장소는 아일랜드 식탁 위인데
집에서 집밥을 먹는 애들.. 그것도 기상시간이 달라 밥 먹는 시간 때도 다르니
그때마다 작은방 아이들 책상 위에 올려둬야 했다.
그리고 옮기기 귀찮아서 책상에서 그대로 하고 있으면 책상 주인인 딸아이가 와서는
할 일이 있다면서 자기 책상이니 비키라는 것이다.
가끔씩 소모임 회원분들과 온라인 모임을 해야 할 때도 있었고
내가 강의나 독서모임을 통해 이야기를 해야 할 때도 있었는데
주변이 시끄럽고 어지러우니 카메라를 끄고 음소거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니 슬슬 짜증이 밀려왔다.
아.. 진작에 불필요한 것들을 갖다 버리고 정리했더라면....
작은 책상 하나 만들어서 내 공간을 만들 수 있었을 텐데.....
안방에 아이들 망가진 옷장이 있었는데 옷 정리하면서 많이 비워낸 상태여서
옷장을 치우고 그곳에라도 내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그 조차도 쉽지가 않았다.
아무리 비워낸 상태라곤 하지만 온전히 다 비워내야 했기에 둘 공간이 마땅치 않았다는 거다
그리고 내 물건이 아니라 가족들 물건들도 있기에 함부로 건드릴 수가 없었다
신랑한테 이야기했더니 반응이 별로다.
뜨뜻미지근........
나는 내 공간이 필요하다. 나의 성장을 위한 내 공간 말이다.
많은 공간을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노트북 하나. 책 몇 권 두고 메모할 정도만 있으면 되는데...
신랑한테 물어보니 그 옷장이 있는 공간은 1평도 아닌 0.5평 될까 말까 한 공간이라 했다.
정녕 이 집에선 0.5평도 나에게 허락지 않는단 말인가!
두고 봐라~ 내가 꼭 심플하게 만들어서 내 공간을 확보할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