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나오라 Feb 18. 2021

오늘도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왜 이렇게 안 맞는 거야~
여기 어제 주문한 매장인데 뭐야~~


몇 분째 장바구니를 들락거리며 탄식 섞인 말을 혼자 내뱉고 있었다.




내 핸드폰에는 쇼핑앱이 별로 없다. 한 때는 사지 않아도 쇼핑앱을 들락거리며 아이쇼핑하는 것이 취미이자 삶의 낙일 때도 있었다. 맘에 드는 물건이나 옷들을 구경하면서 장바구니에 담아두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었다. 물론 그러다 돈이 좀 생기거나 정말 맘에 드는 것이 있으면 구매까지 할 때도 있었다.  

그러면서 장바구니에 며칠, 아니 몇 주씩 담아두는 것들도 있어서 


바로 구매하지 않는 게 어디야~ 이 정도면 훌륭하지 뭐~


하며 자화자찬을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달았다. 시간의 정리도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미니멀 라이프를 만나고 알게 되면서 물건의 정리뿐만 아니라 다양한 개념의 정리를 알게 되었다.

돈, 몸, 마음, 관계, 시간 등의 정리 말이다. 

물건을 버리기 시작하고 비워낸 공간들을 보니 또다시 그 공간에 물건을 들이고 싶지 않았었다.

힘들게 비워낸 공간에 또다시 꽉꽉 채워서 답답한 공간을 만드는 게 싫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소비하는 욕구는 줄어들고 있었다.


하지만 나도 여자이고 사람인지라 이쁜 물건이나 요즘 핫하다는 것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는 못했기에 아이쇼핑을 하며 사고 싶은 마음을 조절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가만 보니 소비의 욕구를 조절하고자 내 금쪽같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살림하는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해서 물건 버리기를 시작했는데 다른 욕구를 채우고자 제일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 안 되겠다는 마음에 그 날로 쇼핑앱을 모조리 삭제해버렸다.

쇼핑앱 알람도 오지 않으니 핸드폰도 덜 들여다보게 되고 흔히 말해 검색질을 하지 않으니 시간에도 여유가 있어진 듯했다. 



그러다 아이들도 있고 진짜 필요한 것들을 사야 되는 일들도 있어서 그런 쇼핑앱은 다시 깔아 구매를 하기도 했는데 무의미하게 아이쇼핑하는 일들을 한동안 안 하니 자연스럽게 구매할 것만 구매하고 안 보게 되었다.

알람 설정도 다 꺼놨기 때문에 지금은 가끔씩 구매해야 하는 쇼핑앱은 한 폴더 안에 모아놓고 사용하고 있다. 

물론 바탕화면엔 두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





이런 내가 요즘 절제가? 안 되는 것이 있으니....

바로 도서. 책이었다.

SNS 활동을 하고 나름의 N 잡러를 꿈꾸고 있기에 공부할 것들도 많고 봐야 할 책들이 많다.

거기에 마음의 소리를 듣는 에세이나 마음 챙김에 관한 책들도 봐야 하기에 도서 리스트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 

큰 아이들 어려서 엄청나게 읽어댔던 육아서는 이제 필요 없는 줄 알았는데 아이들이 커도 그 연령대에 필요한 책들은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육아서도 챙겨봐야 한다. 

그리고 읽었다 하더라도 막내는 또 상황이 다른 것들도 있어 다시 보고 싶은 육아서들도 있다. 

이미 처분해서 없는 것도 있는데 말이다.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하고 책들도 많이 처분했었다. 아이들 책이며 내 책들까지도...

그리고 도서관을 이용해 독서의 갈증을 풀었었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로 도서관이 휴관을 반복하자 한두 권씩 사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대부분 알라딘에 온라인 중고매장을 이용해 구매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온라인이다 보니 일정 금액 이상 구매해야 배송료가 추가되지 않는데 내가 구매하려는 책이 한 매장에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새책은 알라딘 자체에서 무료배송을 해주지만 중고매장은 알라딘 자체에서 재고가 있는 것도 있지만 매장마다 재고를 가지고 있고 구입하려는 책의 재고가 있는 매장을 선택해서 구매하는 시스템이다 보니 2권 이상을 사고 싶어도 한 매장에 재고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거기에 매장은 왜 이렇게 많은 건지

그래서 일단 사고 싶은 책을 매장마다 다 장바구니에 담아둔다. 그리고 책이 추가될 때마다 구매 조건이 맞는 매장이 있는지 눈을 부릅뜨고 쳐다보게 된다. 


알라딘 장바구니



이 작업이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내 나름 엄청난 시간을 소비하는 일중에 하나이다. 

어떨 때는 차라리 배송비를 내고 사는 게 내 시간을 아끼고 정신건강에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얼마 전에 구매를 했던 매장인데 다른 책을 추가하자 그 매장에만 재고가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땐 순간적으로


 아~ 좀 더 있다 구매할걸, 어차피 당장 읽지도 못하는데

 

하는 아쉬움이 묻어나기도 한다.  






미니멀리스트라고 물건을 아예 안 사는 건 아니다. 

나에게 꼭 필요한 물건을 신중하게 따져 구매한다는 것이 다르다고 해야 할까?

나는 아직 미니멀리스트라고 명함 내밀기엔 부족하지만 소비패턴만큼은 미니멀리스트라고 자신할 수 있다. 


아직 공간 정리가 완벽하게 되지 않았기에 당당히 명함을 못 내밀 뿐이다. 

그런데 책만큼은 예외를 두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돼서 도서관이 문을 열고는 있지만 시간 안에 읽어야 하고 

또 메모하며 읽는 독서법으로 책을 읽고 있는데 도서관 책은 그러면 안되니 중고매장을 이용하는 것이다. 


어젯밤 잠들기 전에도 나는 누군가가 추천해준 책을 읽고 싶어 장바구니에 담았다.

그리고 몇 분의 시간을 투자하니 기존에 장바구니 목록에 있던 책들을 이리저리 짜 맞춰서 한 매장에서 무료배송으로 구매할 수 있는 조건이 생겨 구매 버튼을 누르고 잠이 들었다.


그리고 쾌재를 불렀다

앗싸~ 오늘은 한 매장에 있어서 시간이 얼마 안 걸렸네~




책장에 책은 쌓여만 가는데 정리할 방법은 나중에 생각해보기로 했다.

일단 나의 배움의 욕구가 먼저라는 판단이 들어서다. 

이런 거 보면 아직은 내공이 부족한 듯 하지만 

머 어떤가~ 전처럼 불필요한 물건을 사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0.5평이라도 안되는 거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