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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나오라 Mar 23. 2021

누구를 위한 위로일까? 위로강박자들

사람들은 보통 다른 이의 힘든 이야기나 속상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대부분 이런 생각을 한다.


무슨 말을 해주지? 어떤 말을 해줘야 할까?


나역시 주변에서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처한 이들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처음 반응은 

괜히 위로의 말을 건네야할 것 같고 힘내라고 얘기해줘야할것만 같았다.


그래야 상대방이 힘을 내서 툭툭 털고 일어나는줄 알았다. 

그리고 나름 위로도 해주는 사람. 힘내라고 말해 줄 수 있는 나는 멋진 사람이야~ 

 착각속에 빠지기도 했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여러가지 검사를 하고 치료를 받느라 입원이 길어졌다

그러자 소식을 들은 친척들이나 지인들이 하나둘 병문안을 오기 시작했었다. 

그때는 진짜 상태가 심각한게 눈으로도 보였기 때문에 병문안을 왔던 사람들 대부분 걱정과 안타까운 시선으로 나를 보는게 느껴졌다.  그리고 하나같이 어린 아이들을 걱정해주었다. 


괜찮아 괜찮아 걱정하지마
요즘 의학이 얼마나 발달했는데. 
약도 곧 나오지 않겠어?

어서 건강해져서 아이들 챙겨야지
아이들이 너무 어리다. 힘내


그 때는 이런 말을 들어도 내 몸이 너무 힘든 상태였기 때문에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아니, 오히려 아프니깐 사람들의 걱정어린 위로를 받아들일 여유가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2년 후 안타깝게도 재발이 되어 또다시 병원 생활을 하기에 이르렀는데

그때는 병문안보다는 괜찮을꺼라며 힘내라는 전화를 많이 받았었다. 


아니. 아이들은 아직도 엄마손이 필요한 나이이고 나는 2년만에 재발을 해서 병원에 혼자 이러고 있는데
뭐가 괜찮아~ 힘이 1도 안나는데 어떻게 힘을 내


속으로는 이런 삐딱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래도 걱정되서 하는 말들인데 내가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몸이 아프면 마음도 예민해지는 법이야. 위로해주고 있는데.. 힘내라는데 힘내야지....


하지만 나는 정말 위로를 받았으니 힘이 났었을까? 






어느날 친구의 경조 소식을 듣고 장례식장에 가게 되었다.

할머니의 부고 소식이였는데 그 친구는 부모님이 계셨지만 사정이 있어 할머니 손에서 컸던 

그래서 할머니가 부모님의 역할을 해주셨던 분이라 부모님이 돌아가신거나 마찬가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장례식장에 가니 역시나 그 친구는 고개를 떨군채 울고있는 모습이였다. 

나는 말 없이 그냥 안아주었고 그 친구는 한참을 내 품에서 울었다. 


장례를 치루고 한참 뒤에야 그 친구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만나자마자 내 손을 잡으며

그 때 고마웠다고 그렇게 실컷 울으니 맘이 편해졌었다고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아무 말도 없이 자기를 안아준것이 그렇게 힘이 될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사실 울고 있으니 어떤 말을 해줘야할지 몰랐었다. 

그냥 이렇게 실컷 울면 좀 나아지겠지. 우는게 낫다 생각하며 편하게 울으라고 내 품을 빌려준 것 뿐이였다.


© anestislove, 출처 Unsplash


마음치유전문가 박상미 교수님의 일화가 떠오른다.

 

힘든 상황에서 존경하는 아버지가 6개월 암투병으로 돌아가셨을 때 너무너무 힘들었고 고통스러워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장례 3일째 되는 날 화장을 하고 돌아서서 보니 대학교 때 친구가 기둥뒤에 서있는걸 발견하고 깜짝 놀라

'언제왔냐고, 나 못봤는데 언제온거니?' 하고 물으니 그 친구의 대답은


 첫 날 왔어. 근데 널 보면 어떤 말을 해야 할 지 몰라 식당에서 3일동안 설거지를 했어


그 순간 친구의 손을 잡고 처음으로 통곡을 하셨단다. 



위로는 말이 아닌 몸으로 하는것이구나
말의 위로가 아닌 몸의 위로



오히려 사람들이 6개월 짧게 투병하다 가셨으니 다행이지. 위로라고 건네주는 이런 말들이 상처가 되었는데 위로는 이런거구나 하고 깨달으셨다고 한다. 







우리는 그동안 무슨 강박인듯 위로는 말로 해야하는거라며 

'괜찮을꺼야! 그러니 힘내!' 이런 말들을 내뱉곤 한다.


말로 표현해야 알지~ 어떻게 알아~


그래! 맞는 이야기이다. 표현해야 안다. 하지만 위로를 꼭 말로만 해야되는 것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 감정에 따라 때로는 위로라고 내뱉는 말들이 되려 상처가 될 때가 있다. 

때로는 이렇게 몸으로 어느 날은 말 없이 지켜봐주는것만으로도 힘이 될 때가 있다. 


아픈 사람을 아픈 사람처럼 안쓰럽게만 바라보고 측은하게만 바라볼게 아니라 아무일 없었다는듯이 행동해주는게 때로는 더 큰 힘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들어만줘도 충분히 공감해줄 수 있고 마음을 느낄 수 있다. 

말하는 입보다 듣는 귀가 필요한 순간들이 너무나 많은데 우리는 너무 말로만 소통하려고 하는건 아닌지...


백마디 말보다 백마디를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보는건 어떨까



© priscilladupreez,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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