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나오라 Apr 13. 2021

병원의 공기는 왜 다를까

그래서 더 감사한 곳

이른 아침부터 마음이 급하다.

오늘은 몇 달 만에 신경과 진료가 있는 날. 

막내를 챙겨 부랴부랴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지하철역으로 발걸음을 옮겨본다.


저 멀리 신호등이 바뀔 타이밍이라는 게 보이자 뛰기 시작했다.

마스크를 써서인지 숨이 더 차오르는 게 느껴진다. 


요 근래 심각해져 보이는 코로나 상황에 지하철을 피해 차를 운전해서 가고 싶었지만 월요일 출근시간에 움직여야 해서 지하철을 타려고 한다.


다행히 출근 피크 타임은 아녔기에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환승을 한번 하고 얼마 가지 않아 목적지 역에 도착했다. 

지하철역에서 병원까지 좀 걸어가야 하는 상황. 셔틀버스가 있긴 하지만 난 늘 두 다리로 씩씩하게 걸어가곤 한다. 

주위를 둘러보며 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늘 한번 보고 지나가는 사라들 한번 보고. 길가에 어떤 매장들이 있나 구경하는 맛이 있다. 


그렇게 걷다 보면 신호등 앞에 멈춰 서게 된다. 신호등 건너에 병원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가벼워진 발걸음도 병원 건물을 보고 나면 왠지 모르게 무거워지는 느낌이다. 








암센터. 이름만 들어도 왠지 모르게 이상한 기분이 드는. 나만 그런가? 

그냥 절로 숙연해지는 느낌이랄까....

병원 본관으로 발걸음을 재촉해 걸어본다.


그렇게 들어선 병원 본관 로비.

어디선가 들려오는 고함 소리에 고개가 저절로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이리저리 돌아간다.


고등학생 아니면 20대 초반 정도의 남자가 휠체어에 앉아 있고 보호자로 보이는 성인 남자가 그 옆을 지키고 있는데 휠체어에 앉은 사람이 내는 고함소리였다.

처음에는 어딘가 엄청 아파서 내는 고통의 소리인 줄 알았는데 언뜻 보니 정신지체가 있는 모습 같아 보였다. 

그래서 의사표현을 그리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시끄러운 소리에 사람들의 시선을 느꼈는지 보호자는 이내 휠체어를 끌고 밖으로 나가버린다.


사람이 많은 로비. 

빨리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에 빠른 걸음으로 걷고 있는데

지나가는 순간 의자에 앉아 훌쩍거리는 사람이 눈에 들어온다.

에스컬레이터를 타자 앞 서가는 두 분의 대화가 귀에 들린다.


" MRI를 보니 상태가 심각하던데"

"그럼 어떻게 되는 거래? 가망은 있는 거래"




신경과에 도착해 도착 인증을 한 후 진료실 앞 대기 의자에 앉아 순서를 기다려본다.

오는 내내 물 한잔 마시지 않았기에 목이 말랐다. 

가방 안에서 물병을 꺼내 물을 마시니 갈증이 해소된다. 그러자 주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나이 든 분을 휠체어에 태우고 기다리는 보호자. 

진료실 앞을 서성거리시는 분들

간호사 설명을 듣고 있는 분

나처럼 대기실 의자에 앉아계신 분들까지...

각자의 이유는 다르겠지만 상기된 표정에서 긴장감이 흐르는 모습들이다.


왠지 모르게 답답함이 느껴졌다. 

숨을 쉬고 있지만 제대로 숨을 쉬는 것 같지 않은 기분이랄까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그런 걸까?

빨리 이 공간을 벗어나고픈 충동이 느껴진다.


신경을 분산시키고 싶어 핸드폰 카톡을 열어본다.

여러 단톡방의 대화를 보며 집중하고 있는데 내 이름을 부른다.


올해 바뀐 담당 의사 선생님은 그 전 의사 선생님보다 설명을 잘해주시는 편이라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다음 진료날짜와 검사예약까지 마친 후 병원을 나올 수 있었다. 




지금의 나는 증상도 없고 건강하게 지내는 편이다. 

그럼에도 병원에 갈 때마다 늘 긴장이 된다. 

그래서일까 병원은 왠지 모르게 무겁고 진지해지면서 무언가 사연이 있을 것 같고 마음이 가라앉게 된다. 

만약 증상이 있다면 불안함까지 더해져 마음이 요동치기도 한다. 


시쳇말로 병원에 오면 건강한 사람도 아플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들 한다. 

동네 병원만 가도 그런 느낌이 든다. 

왜 그럴까...


병원이라는 곳은 아파서 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그 아픔의 에너지들이 나에게 더 전달되는 느낌이 들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옆에서 누군가가 울거나 눈물을 보이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올 때가 있다. 동조화 현상이다.

이런 경험들이 있기에 아픈 사람들이 있는 곳에 가면 나도 아플 것 느낌이 드는 걸까

병원이 모두 다 아픈 사람만 있는 공간은 아닐 텐데 왜 그런지 공기마저 다른 느낌이다.


그래도 병원은 아파서 가는 곳 말고 건강할 때 가서 체크를 하는 곳이기를 바란다.

무겁지만 무겁지만은 않은 곳.

공기는 다르게 느낄지언정 감사함이 절로 나오는 곳 또한 병원이다. 



작가의 이전글 누구를 위한 위로일까? 위로강박자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