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미니멀라이프
대부분의 미니멀리스트들은 비우기를 시작하면서 물건을 정리하고 관리하는 데에 큰 에너지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정리할 물건들의 개수가 줄어드니 집안일을 하는데도 많은 시간이 들지 않는다. 그리고 남은 여유시간 자기 계발을 한다거나, 평소에 하고 싶었는데 해보지 못한 일들을 하며 주도적인 삶을 살아간다. 그러니 삶의 만족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리곤 다른 이에게 적극적으로 권하고 나누기도 하며 가치 있는 인생을 꿈꾸기에 이른다. 내가 미니멀 라이프를 처음 알게 됐던 그 시기에는 정리, 버리기에 초점이 맞춰진 미니멀 라이프였다. 즉, 불필요한 물건들을 비워내자는 게 시작이었고 그다음 관계나 돈, 마음으로 확장이 되면서 시간에 대해선 불필요한 일들을 없애 낭비되는 시간을 줄이자. 이런 패턴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내 시작은 물건이 아닌 시간에 초점이 맞춰진 미니멀 라이프였다.
희귀 난치병 진단을 받았고 그로 인해 인생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다. 내게 주어진 인생을 허투루 살고 싶지 않아 내가 하고 싶은 일, 의미 있는 일을 하며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많이 보내며 살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가정주부가 살림하는 게 당연한 일이고 그것 또한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이라는 건 알지만 나는 살림이 정말 어려웠고, 하기 싫은 일 중에 하나였다. 경제적인 여유만 된다면 도우미 이모님을 두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주변에 살림 좀 한다는 사람들 이야기에 주눅이 들어 '나는 왜 이렇게 살림을 못하지? 왜 재미가 없지? 중요한 일임에도 왜 하기 싫은 걸까..' 자책하며 속상할 때도 많았다. 더불어 살림을 못한다는 것이 부끄럽고 창피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결혼을 했다고, 주부 연차가 늘었다고 살림을 잘해야 한다거나 재밌어야 하는 건 아닐 거다. 또 다른 분야에 흥미를 느낄 수 있고 잘하는 부분이 있을 테니 말이다. 그래도 엄마로서, 주부로서 역할이 있기에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깨끗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그때 운명처럼 미니멀 라이프를 알게 됐고 물건 비우기를 시작하게 됐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재발로 입퇴원을 반복하게 되니 내가 없는 시간, 누가 와도 정리가 되고 살림이 가능한 집안을 만들고 싶었다. 이런 뚜렷한 목표가 있었기에 물건 하나 제대로 버리지 못해 엄청난 맥시멀 리스트였음에도 하루아침에 물건을 비워낼 수 있었다.
부자나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만 시간이 소중하진 않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하루 24시간이 주어진다. 지나가면 되돌릴 수도 없다. 그렇기에 우리 모두는 시간이 소중하다. 하지만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의미 없이 흘려보내는 우를 범할 때가 많다.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더더욱 살림하는 시간을 줄이고 내가 행복해지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다. 살림이 쉬워지고 시간을 덜 쓰려면 심플해지고 간소화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물건의 개수가 많지 않아야 하고, 있어야 될 자리에 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미니멀 라이프를 선택했고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할 수 있는 만큼의 속도로 실천하고 있는 중이다.
남과 비교하는 라이프가 아닌 나만의 라이프로 진행 중이기에 현재 우리 집을 보면 이게 무슨 미니멀 라이프야?라고 할 수도 있다. 아무것도 없는 집에서 살고 싶다는 극단적인 생각에 빨리 비워내 버리고 심플한 생활을 하고 싶을 때도 있었는데 그 욕심에 몸은 힘들었고 가족들과도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 못할 때가 있었다. 그래서 미니멀 라이프는 속도전이 아닌 인내심이 필요한 장기전이라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미니멀 라이프 도서를 읽으니 요즘은 나처럼 시간에 중심을 두고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신 분들이 계셔서 반가웠다. 많은 분들이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고 실천하는 삶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시간을 아껴라
인간은 시간이 모자란다고
항상 불평하면서
마치 시간이 무한정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루키우스 세네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