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미니멀 라이프라고 인스타나 유튜브에서 보이는 집들은 햇살마저 인테리어처럼 느껴지던데. 같은 햇살인데도 참 다르구나.'
누가 머래도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한다고 당당하게 얘기했었다.
올렸던 유튜브 영상에 '이게 무슨 미니멀이냐' '물건이 우리 집보다 더 많다'등등 좋지 않은 댓글이 달렸어도 처음엔 속상했지만 각자의 기준은 다른 거라며 나는 내 방식대로 미니멀을 추구하고 있다며 마음을 다잡았었다. 나에게 미니멀 라이프는 마침표가 아닌 현재 진행형이라고 나를 위로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나조차도 '이런 모습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좀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책 쓰기를 하면서부터일 것이다. 글을 조금씩 쓰다 보니 내 이름으로 된 책을 내고 싶었다. 그래서 매일 글을 쓰기 시작했다.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쓴다지만 글을 쓴다는 건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한다. 새벽에 다 쓰지 못한 날도 많았다. 소모임을 운영했고 다른 모임에 참여도 했다. 거기에 독서도 꾸준히 해야 하니 시간이 여유롭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꾸준하게 실천했던 비우기와 정리가 후순위로 밀려버렸다. 처음엔 어질러진 모습을 못 견뎌해서 주말에 몰아서 정리하곤 했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주말에 가족들에게 집중하다 보니 점점 손을 놓아버렸다. 어차피 당장 손대지 못할 거 눈 질끈 감고 급한일부터 하자 싶었다. 그 당시 우선순위는 글쓰기였기에 거기에 집중하며 살았다.
그렇게 살아오기를 몇 달. 아니 이제 1년이 되어간다. 그사이 집은 엉망이 돼 버렸다. 작년 말 람세이 헌트 진단을 받은 후에는 더 엉망진창이 되었다. 내 몸 하나도 건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살림은 어림없는 일이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픈 눈 안으로 들어오는 것들은 폭격 맞은듯한 집이었다. 특별히 큰 물건들을 들인 것도 아닌데 기존의 물건들이 제자리를 찾아가지 못하고 아슬아슬 쌓기 놀이 중이었다.
아이들의 책상엔 온갖 물건들이 넘쳐났다. 아이들은 소중한 물건이니 건드리지 말라는데 내 눈엔 그저 잡동사니일 뿐이었다. 하지만 대꾸하지 못했다. 나조차도 집안을 정리하지 못하는데 애들한테 무슨 말을 할까.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온다. 비우기에 집중할 땐 다 갖다 버리고 싶더니만 지금은 무뎌진 건지 그런대로 견딜만했다. 하지만 예전의 맥시멀로 돌아가진 않을 것이다. 집안은 엉망일지 몰라도 마음은 아니다. 추구하는 삶의 방식은 여전히 미니멀 라이프다. 단지 지금은 나 자신이 즐거워하는 일에 더 집중할 뿐이다.
며칠 후면 3월이 시작된다. 생명체들이 새롭게 기지개를 켜고 활동을 시작하는 시기. 나도 묵은 에너지를 정리해야겠다.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이야기도 꾸준히 써보려 한다. 몇 년째 미니멀 라이프를 꿈꾸고는 있지만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한 채 발만 담그고 있다. 하지만 발은 빼지 않았다. 포기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어쩌면 이 글은 나 자신을 다독이는 글일 수도 있다. 그와 더불어 나 같은 분들이 계실 거라는 생각에 함께 포기하지 말자고 이야기하고 싶다.
나에게 꼭 필요한 물건들에만 둘러싸여 사는 기쁨을 조금은 느껴보았기에 그 행복감을 다시 찾고 싶다. 매일 정리 정돈하지 않아도 언제나 깔끔해 보이는 집. 살림하는데 많은 시간을 들이고 싶지 않다. 내가 좋아하는 일에 빠릿빠릿해지고 다른 일엔 게으르고 싶다. 글쓰기, 자기 계발하는 건 즐겁다.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살림은 쏘쏘다. 한 때 살림도 똑 부러지게 해보자 싶어 욕심을 냈었다. 하지만 정말 욕심이었다. 내려놓을 건 내려놓아야 한다. 주부라고 꼭 살림을 잘해야 하나. 부지런해야 하나. 나는 게으른 주부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