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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나오라 Nov 02. 2020

하늘이 준 두 번째 티켓

감사합니다

백만장자 메신저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살아남았음을 느낀 그 순간, 나는 마치 신에게서
두 번째 삶을 살 수 있는 티켓을 받은 것 같았다.
이것을 받아라. "너는 아직 살아있고 다시 사랑할 수 있으며
앞으로 더욱 가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았으니 가서 열심히 살아가거라"
그날 티켓을 받아 들고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생각했던 것이 기억난다.

백만장자 메신저를 쓴 브렌든 버처드의 이야기다. 브랜드 버처드는 교통사고를 당한 그 상황에서 자기가 살아있음을 느끼고 하늘의 달을 보며 이런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리고 그 날의 경험이. 감사함이 훗날 내가 가진 지식과 경험으로 사람들을 도우며 사는 메신저의 삶으로 살아가는 시작이었다고 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나도 지금 두 번째 인생을 살아가는 중인데'하고 느꼈었다

신이 나에게 주신 두 번째 티켓. 감사함과 사랑으로 살아갈 수 있는 티켓 말이다.


2010년 2월. 나는 그 해 병원에서 다발성 경화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벌써 10년이 지났다. 10년이 지났어도 그날의 기억은 아직도 내 기억에 또렷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응급실 침대에 누워있던 나에게 당직의사가 와서는 이 병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는지 물었다. 나는 들은 적이 없다고 했었고 실제로 진짜 처음 듣는 병이었으니깐

그러자 의사는 신경계 손상이 되는 희귀 난치병인데 말 그대로 난치병. 치료제도 없고 완치도 없다고 했다. 신경이 손상되는 병이라 눈이 안보일 수도, 팔다리를 못쓸 수도 그러다 언젠간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무표정한 표정으로 나에게 설명하고 있었다. 

하필 그때 신랑은 화장실에 가서 나 혼자 그 무시무시한 말을 듣고 있었다. 나는 너무 당황했고 이게 무슨 말인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내가 걷지도 못하고 누워만 있는다는 생각을 하니 극심한 공포가 밀려왔다. 그렇게 무서운 생각이 들고 '그럼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해 우리 아이들은? 이제 돌도 안 지난 아이는 어떻게 키우라는 거지?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때쯤 신랑이 왔다.


신랑을 보자 나는 안도감과 함께 억장이 무너질 것 같은 슬픔이 동시에 밀려와 신랑을 붙잡고 울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암환자들이나 이런 유의 난치병 진단을 받은 사람들은 처음엔 '왜 하필 나야? 내가 무엇을 그렇게 잘못하며 살았지?' 하며 자괴감과 원망에 빠진다. 나 또한 그랬으니깐. 여태까지 정말 열심히 고생하며 살았는데 이제 좋은 신랑 만나 결혼해서 아이들 낳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데 이건 너무하지 않나. 나는 무교임에도 불구하고 처음엔 신이 원망스러웠었다.

하지만 정확한 진단을 위해 또 치료를 위해 병원에서 입원 생활을 하는 중에 나는 알게 되었다.

몇 개월만 살 수 있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것도 아니고 완치는 없다지만 내가 잘 관리하고 치료받고 하면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게다가 신경계 쪽은 워낙에 이런 희귀 질환이 많은데 치료제조차도 없는 병이 많다고 들었다. 치료제가 있어도 보험적용이 되지 않아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지만 내가 걸린 병은 완치를 하는 치료제는 아니더라도 진행을 더디게 할 수 있는 치료제들이 있고 보험적용도 되니 비용 부담도 적을 것이라고 했다.     

처음 의사 말을 들었을 땐 무서웠고 막막하기만 하고 모든 것이 다 원망스러웠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긍정적인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원망은 감사함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한다. 나쁜 일에도 좋은 일에도 말이다. 또 그런 일들을 통해 내가 공부할 것들이 있고 깨닫게 되는 것들이 있다고 나도 믿는 편이다.

그래서 이런 아픔이 나에게 주는 메시지가 무엇일까? 나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더 잘 살고 싶다는 마음이 샘솟았다. 단순히 잘 먹고 잘살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하루를 살아도 좀 더 의미 있는 인생을 살고 싶어 졌다.

어떤 인생이건 의미 없는 인생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떻게 살아갈 때 의미 있는 인생이 되는 건지 자각하며 사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나 또한 진단받기 전에는 막연하게만 생각했었으니깐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그 일을 계기로 나의 사명이 무엇인지. 내가 왜 이 세상에 태어났고 내가 어떤 인생을 살아갈 때 의미가 있는 인생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건지 끊임없이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병원생활을 하다 보니 절로 감사함이 밀려오는 것을 알게 됐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보다 못한 환경에 처한 사람들을 보고 위로를 받고 안도감을 느낀다.

 '저 사람은 지금 저런 상황인데 나는 그보단 낫잖아?'하고 말이다.

나도 그랬다. 신경과 병동이기에 연세 드신 분들이 많긴 했지만 대부분 내 의지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분들이 많았다. 그런 모습들을 보고 나는 그래도 약을 먹으면 걸어 다닐 수 있고 움직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되니 하루하루가 다 감사함 투성이었다.

아침에 멀쩡하게 눈이 떠지는 것도 감사했고. 나 스스로 숨을 쉴 수 있는 거에 감사했고. 들을 수 있고 맛을 느끼며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그래서 나에게 좀 더 의미 있는 삶이 무엇일까?

어쩌면 신은 나에게 기회를 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정말 오늘내일하는 병에 걸릴 수도 있는데 이렇게 약을 먹고 관리하며 살면 살아가지는 병이니 그 살아가는 동안 좀 더 잘 살라는 기회 말이다.

그런 생각들이 들자 나는 하루하루가 너무 소중하게 다가왔다. 아니 어떨 땐 1분 1초가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었다. 그냥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루를 어떻게 살아내야 좀 더 보람되고 의미 있는 인생인 건지 끊임없이 생각하게 되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생각들은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나는 여전히 생각 중이며 실천 중이다. 그리고 좀 더 구체적으로 실현시키기 위해 물건을 버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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