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나의 스펙

by jess

수도권 중상위권 대학 졸업(부과대, 우수학생 상장 수상)

경쟁률 400:1을 뚫고 제약회사 입사

제약회사 및 식품회사 디자인 경력 7년

화려한 포트폴리오. 쓸만한 능력.

직전연봉 4300만원




눈에 보이는 나의 스펙은 이러하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나의 스펙은 이러하다.




일에 대한 재미 30%

일에 대한 애정 50%

일처리 능력 40%

일에 대한 책임감 60%

체력 -30%

돈을 벌고자 하는 욕망 10000%

일을 잘한다는 착각 100000000%

열등감과 자존심 1000000000000000000000%



퇴사 후 1년 반.

퇴사하고 월 천만원은 거뜬히 가능할줄 알았던

30대 중반 여성의 실제 스펙이다.

그 사람은 바로 나.



퇴사 전 나는 심각한 매너리즘과 우울증에 빠져 아무것도 하기 싫었었다.

게다가 어미새 같이 너무 친절한(?) 팀장님을 만나서인지 굉장히 수동적인 팀원이었다.

이러 나를 자각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들은 능력을 인정받고 인센티브 받고 승승장구할 때


'우씨.. 내가 퇴사를 못해서 안하나??? 퇴사만 하면 월 1,000만원은 거뜬히 벌어 내가!'

라며 열등감과 자존심을 부려가며 사실을 외면했다.


그러다 결국 5년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나왔다. 당시 몸도 아프고 지쳐있었기 때문에 쉬고자 하는 마음이

강했다. 그렇게 본가로 내려와 2개월 정도 쉬던 찰나 지인으로 부터 일을 제안받았다.

업무 강도도 쉽고 다 좋은데, 아니 월 250만원??? 미쳤나??? 라고 생각하며 어이없는 쓴웃음을 지었으나

딱히 할일도 없기도 했고 돈이 궁했던 나는 일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을 자꾸 줄때마다 자존심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아니, 일을 이렇게 많이 줄거면 돈을 더줘야지!!! 날 무시하는거야 뭐야! 내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라면서도 일을 손에 놓을 수 없었다.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월급을 올려달라고 얘기를 했는데

돌아오는 말



"지방에서 디자이너는 원래 월급이 적어요"



자존심이 심하게 상처받다 못해 마음이 뻥 뚫렸다.

하지만 현실을 인지해야했다.

여긴 서울이 아니다. 저들은 나에게 돈을 주는 사람이다. 나는 딱히 일할 곳이 없다.



그렇게 미치고 날뛰는 나의 자존심을 가라앉히고 작업해야만 했다.

퇴사의 후회와 함께.





-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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