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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na Park Jul 29. 2019

이상하지만 맛있는 도시 블라디보스톡

다음에 러시아를 다시 오게된다면


나에게 러시아는 미지의 세계이면서, 언젠가는 꼭 가봐야 할 나라였다. 서유럽의 기독교와는 조금 다른 색채를 가지고있는 러시아 정교회, 유구하고 강력했던 황실의 역사, 10월 혁명, 냉전, 공산주의 그리고 공산주의의 몰락까지 세계 지도처럼 세계의 역사에서 러시아는 중앙의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러시아의 넓은 땅덩어리 중 항상 모스크바를 가고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요즘들어서는 시베리아와 바이칼 호수가 더 궁금하긴 하지만..) 모스크바는 내가 좋아하는 추운 날씨에 커다란 곰모자를 쓰고다니는 사람들, 옛 소련을 떠올리게 하는 러시아인의 제복, 화려하고 장식적인 정교회 성당의 양파모양 지붕, 몰락한 황실의 찬란했던 시절을 보여주는 미술관 박물관 등 재미있는 것들로 가득 차 있을 것 같았다. 같은 이유로 상트페테부르크도 궁금했다. 러시아는 나의 버킷리스트 국가 중 상위에 위치하고 있었다.


미니양파 정교회성당, 언젠간 모스크바를 가리라!


내가 한국에 돌아온 2013년 정도 부터였을까, 한국에서는 여행 프로그램이 슬슬 인기를 얻고 있었다. 국내여행을 중심으로 편성되었던 여행 예능 프로그램들은 점점 해외로 영역을 넓혔다. 그때부터 ‘가장 가까운 유럽’을 표방하는 러시아의 극동지방 블라디보스톡이 조금씩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물가가 싸고 새우와 게가 맛있는 곳, 2시간만에 도착하는 유럽으로 유명했던 블라디보스톡에 가고싶은 마음은 정말 요만큼도 없었다. 한달 전 동생이 통 크게 가족 해외여행을 쏘겠다며 갈곳을 정하라고 했고, 엄마는 더운곳은 싫다며 시원한 블라디보스톡에 가서 게를 먹고 오자고 했다. 한사람당 비행기표는 36만원정도, 호텔비는 3박 4일(새벽도착이라 거의 2박 4일..) 80여만원, 그렇게 싸진 않지만 나름 합리적인 가격으로 모든 예매가 끝이났고, 동생이 쿨하게 300만원을 내 통장으로 보내 모든 결제도 한 달 전에 완료했다. 우리 가족은 러시아로 향하는 비행기를 급하게 타게 되었고, 2박 4일 안개속에서 잘 놀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딜레이된) 비행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이렇게 나는 블라디보스톡으로 러시아를 살짝 엿보게 되었고,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부르크에 가고싶은 마음은 더욱 커져버렸다.




블라디보스톡 여행기


블라디보스톡은 러시아 극동지방 최대의 도시이다. 블라디보스톡은 러시아 함대의 거점인 군사도시이자, 러시아 정부에 의해서 계속해서 관광도시로 푸쉬받고 있다. 연해주 최대의 도시이고 러시아 정부가 발전시키기 위해 굉장히 신경쓰고 있는듯한 블라디보스톡에 다녀온 나의 소감은, 여긴 정말 한참 멀었다.... 그러나 관광지로서 조금 더 발전되면 정말정말 좋을 것 같았다.


1) 이상한 건물들과 증축물(?)들


새벽비행기를 타고온 탓에 새벽 4~5시부터 10~11시까지 있을 공간이 필요했다. 5명이어서 방 2-3개는 잡아야 할텐데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캡슐 호텔을 잡았다. 방 2개해서 1박 17만원 정도.. 5명이 하룻밤을 묵는데 나쁘지 않은 금액이었고 24시간 프론트에 침구도 깨끗했지만, 합판으로 만든 방들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2층 침대가 너무 높은곳에 있어서 떨어지면 정말 어디 다칠것같았다. 공항에서 도시로 올때 공항택시가 굉장히 와일드하게 운전했는데, 잠깐 쉬러 들어온 캡슐 호텔조차 엄청나게 와일드했다! 블라디보스톡에 이상한 건축물들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뭔가... 여기저기 다닐때마다 완성되지 않은 건물들에 사람이 사는 것 같고, 고급 아파트에 전기 선 연결하는 기술이 너무나 옛날기술... 전반적인 건물과 증축물들이 이상했다! 이곳은 와일드 러시아, 나름 고급 아파트로 보이는 우리의 숙소도 공사가 아직 덜 끝난 상태에서 사람을 방을 막 내주었다.. 방 자체는 괜찮았으나... 낮에는 계속 공사하는 소리가 들리는걸?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던 캡슐호텔



2) 말도 안되게 낮은 최저임금과 생각보다 비싼 집값(+숙소비)


대게, 새우, 양고기 등 나름 비싼 요리들이 저렴했고 재료는 신선했다. 한사람당 2-3만원 정도면 반주 한잔 곁드리면서 호화롭게 먹을 수 있을 정도! 어느 식당을 가든 일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아서 문득 러시아의 최저임금이 궁금해졌다. 찾아본 결과 러시아의 최저임금은 무려 20여만원!!!!! 평균 월급은 60~70만원이라고 한다. 말도안되는 가격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이곳의 집값은 어느정도 될까? 하고 또 찾아보니 1m^2에 200만원정도, 방 3개짜리 아파트는 1~2억을 호가한다. 좀 싼 경기도 아파트 정도인데 임금에 비해서 너무너무 비싸다고 생각했다. 관광지라는것을 배제하고서라도 우리가 체감하는 물가는 싼편이었지만 러시아 사람으로서 기본적인 월급으로 살아가는것은 한국보다 훨씬 힘들것같았다. 숙소비도 너무 비쌌다. 와일드한 캡슐호텔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꽤 괜찮은 아파트를 빌리는데 2일에 70만원이었다. 주말+성수기를 감안하더라도 너무나 비싼금액. 서비스에 비해서 숙소비가 비싸다.


깔끔하고 좋았던 숙소, 안에서 해산물을 못먹게 하는게 흠이라면 흠



3) 알바생은 많은데 뭔가 비효율적..

레스토랑 웨이터들이 친절하고, 음식은 굉장히 맛있긴 하나 일하는 방식이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일하는 사람은 많은데 줄은 줄어들지 않고.. 메뉴는 계속 밀린다. 얀덱스 택시도 아주 알차게 썼지만, 러시아 사람들 운전하는 방식은 정말 너무너무 이상하다.. 다들 빠릿빠릿함이 없다고 느껴졌다. 러시아에서 살다온 직장 동료에게 러시아인들의 빠릿하지 않은 업무에 관해서 이야기하니, 사회주의 국가였기때문에 모든 사람이 조금씩의 일자리를 모두 갖게 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에서의 경우 1-2사람이 할 수 있는 일(얘를 들면 설거지라던가, 청소라던가, 등등..)에도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하여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한다. 한국과 비교해서 나름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4) 우리 가족 입맛에 정말 잘맞는 음식


블라디보스톡에서 먹은 음식들은 정말 무지무지 맛있었다. 기본적으로 음식에 간을 약하게 하는 편인데,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요리에 집중하는 듯 하다. 게, 새우, 고기 모두 재료가 신선하고 맛있으니 음식이 신선하고 맛있을수밖에. 블라디보스톡에는 조지아 음식이 굉장히 유명한데, 특히나 더 맛있었다! 거기다 풍미있고 가격도 싼 조지아 와인은 덤이었다. 여기 남아서 조지아 음식을 배우고싶을 정도였다. 특히 한칼리라고 불리는 조지아 만두는 모양도 맛도 먹는 방식도 일품이다! 블라디보스톡의 모든 식당에서 음식으로 장난치지 않아서 좋았다. 저렴한 가격에 신선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블라디보스톡에 가는것이라면 정말 강추!


너무너무 맛있었던 음식들! 특히 조지아식 만두 한칼리


5) 광활하고 아름다운 자연


러시아 서쪽 도시들에 비해서 아직 발전이 더딘, 그러나 중부 도시들에 비해서는 엄청나게 발전한 블라디보스톡은 해양도시답게 아름다운 자연과 뷰를 자랑했다. 한국사람들이 느끼기엔 부산과 같지만, 루스키섬에 넓은 바다가 보이는 하이킹 코스는 정말 나쁘지 않았다. 특히 한국에서 잘 볼 수 없었던 특이한 식물들이 많아서 산책로를 걷는 재미가 있었다. 만약 북한과 종전하게 된다면 북한에도 저런 꽃들이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꽃과 식물들을 보니 신기했다. 다만 관광객들이 너무너무너무 많았던 것이 문제라면 문제.. 다음에 또 러시아를 갈 일이 있으면 차를빌려서 아름답고 광활한 자연을 탐험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관광객들에게 예쁨을 뽐내던 여우는 덤!


사람들 다 홀리던 여우!


6) 정~말 볼것은 없다


다른 도시에 가면 제일먼저 박물관이나 역사적 장소를 찾는 나로서 이제 막 개발되기 시작한 블라디보스톡은 정말.. 너무 볼 것 없는 도시였다. 식도락 여행으로는 만족하나, 러시아를 알고싶으면 블라디보스톡에 오는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그저 러시아 사람들이 운전을 요상하게 한다는 것만 느낄 뿐.. 제일 재미있었던 건 여기저기서 만난 고양이들 구경이었다.

고양이는 언제나 사랑이니까



7) 블라디보스톡에 다시 오게된다면


그래도 블라디보스톡에 다시오게된다면 겨울에 와서 살이 꽉찬 게를 먹을거고, 꼭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러시아의 도시 한 두개 정도 더 방문하리라!

하지만 블라디보스톡에 올 돈을 조금만 더 모아서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부르크를 가는게 더 이득일듯 싶다. 그래도 가족들과 즐거웠던 해외여행, 연착 외에는 나름 성공적으로 다녀와서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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