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ona Park Aug 10. 2017

카셀 도큐멘타14 리뷰 (2)

둘째날

Fridericianum - Being Safe is Scary (Banu Cenneyoglu)

Fridericianum


카셀 도큐멘타의 모든 베뉴는 10시에 개관한다. 9시 45분쯤 프리데리카눔에 도착했는데 벌써 사람들이 줄서있었다. 공원을 좀 더 돌아다닐까 나도 15분동안 줄을 설까 고민하다가 줄을 섰는데 들어갈 때 쯤 줄을 보니 저 멀리 트램역까지 늘어서 있었다. 도큐멘타가 세계적인 미술축제라는 점을 다시한번 느끼게 해준 계기였다. 이 작은 도시에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라니. (하지만 베니스 피렌체에 비하면 너무나 쾌적한 전시환경)


프리데리카눔은 도큐멘타의 가장 중요한 베뉴이지만, 올해는 도큐멘타에서 커미션, 혹은 큐레이팅 한 작품들이 아닌 아테네 국립현대미술관(EMST)의 콜렉션이 전시되어 있었다. 아테네에서 배우자 (Learning from Athens)의 제목에 걸맞게, 도큐멘타의 메인 홀인 프리데리카눔은 그리스의 현대미술작가들의 작품으로 꽉 차있었다. 물론 그리스 작가들 뿐만 아니라 EMST가 소장하고있는 다른 나라의 작품들도 같이 전시됐다. 우리나라 작가로서는 김수자의 보따리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형형색색의 보따리들

아테네에서 배우는 것. 아테네 그리스는 모든 서양의 고전이다. 서양의 문화는 로마에서 왔고, 로마의 문화는 그리스에서 시작됐다. 고대의 아테네는 철인과 신의 앙상블이었다. 어찌됐건 인문학의 기원은 아테네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이번 도큐멘타가 보여주는 아테네서의 배움은, 다중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고대에는 찬란한 민주주의와 문화를 꽃피우며 모든 고전의 고전의 역할을 했던 그리스이지만, 지금은 독재, 부패한 정치, 국가 부도, 빈부격차, 엄청난 실업률등 현대의 (아니 고대에도..) 국가에서 피하고 싶은 것들이 한 데 모여있다. 물론 몇천년 전 과거의 유산을 조명하는 작가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그리스 작가들은 오늘날 그리스라는 나라의 부패와 몰락에 초점을 맞춘다. 다른 나라들은, 이런 그리스의 과거에서도 물론 배워야 하지만 현재의 그들의 몰락에서 더 배울 점이 많아 보인다. 아테네에서는 여러가지 의미에서 민주주의를 배울 수 있다.

입구, 2012년엔 1층 전체가 거의 비워져 (아님 바람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는데.

Stephen Antonalas - 제임스 터렐인줄알았는데 비슷한 매체를 가지고 비슷한 시기에 활동한 그리스 작가였다.

아트포베라같기도하고.. 앵포르멩같기도하고.. 1960년대 전후 그리스 작가들의 작품들


프리데리카눔에서 재미있었던 작품으로는 역시 Hans Haacke 의 사진작품들이었다.

1959년 제 2회 도큐멘타 전시풍경

2017년 제 14회 도큐멘타 전시풍경


딱히 하케의 작품은 아니지만, 그가 59년 도큐멘타에 어시스턴트로 참가하면서 남긴 아카이브들이다. 이 외에도 이번 전시에는 과거의 도큐멘타와 연관 된 작품들이 많았는데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Stefano Tsivopoulos의 아카이브실. 작가가 발로 뛰어 찾아다닌 그리스의 현대사에서 주목할만한 사진과 서류들을 모아논 방이었다. 퍼포먼스도 한다는데 어떻게 하는 지는 감이 별로 안잡히고, 초등학교때 가끔 썼던 필름 반사기? 하여간 아닐로그한 물건을 오랫만에 봐서 재밌었다. 작품 내용도 재미있고 굉장히 내스타일일듯 하지만 시간관계상 다 보진 못했다.


프리데리카눔의 전반적인 느낌은 도큐멘타라기보단 아테네 현대미술관같았다. 뭐 그걸 노린 것 같았다. 현대작품만큼 60-70년대 작품이 많았다.


GrimmweltSepulkrakultur Museum은 Neue Galarie 근처라서 한번 가봤는데 안가도 될법했다. 작업 자체는 흥미로운 게 없었다. 그나저나 Sepulkrakultur이 아직도 무슨뜻인진 모르겠지만 죽음, 리츄얼에 관련된 것 같은데 박물관이 생각보다 무섭고 이상했다. 그림형제 박물관은 건물이 이쁘다.


Naturkundemuseum im ottoneum

Nomin Bold

오토눔에서 볼만한 작업은 몽골의 여류작가인 Nomin Bold의 회화였다. 탱화 양식을 기반으로 몽골의 현대 사회를 담아내는데, 우리나라 옛날 민중미술와 겹치는 부분이 있기도 하고 하여간 재밌었다.


시간이 없기도하고 저녁에나가기 무섭기도하고 호텔에 전시공간과 생각보다 멀기도 해서 야외 설치작품을 많이 못보고 못 간 베뉴들도 많았다. 마지막으로 간 Stadtmuseum Kassel도 갈까말까 고민하다가 갔는데, 여기가 대박이었다.


Hans Eijkelbo - 1992년부터 2017년까지 25년동안여러 도시의 사람들의 패션의 변화 (생각보다 변화가 없다!)

2차대전 후 폐허가 된 카셀의 미니어처

어떤 이라크 작가였는데... 전쟁 후 폐허가 된 이라크에서 예전에 살았던 길을 찾아가는 것에 대한 비디오


작업은 많지 않지만 있는 작업 하나하나가 주옥같았다. 그중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작업은 Regina Jose Galindo의 인스톨레이션이었다. 사실 같은 작가의 작업이 프리데리카눔이던가 노이에갤러리에 비디오로 하나 있긴 한데 (이것도 재미있다), 설치작업 짱짱이었다.

일단 방 안에 또 다른 방이 있고, 그 방을 둘러싸고 라이플 모형이 달려있는 구멍이 있다. 관람자는 자신이 방안의 방으로 들어갈 수도 있고 밖에서 관찰 할 수도 있다. 만악 방안의 방으로 들어간다면 관람자는 다른 관람자의 표적이 될 수도, 혹은 그저 관음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밖에있는 사람들은 라이플의 모형으로만 방 안의 사람을 바라 볼 수 있다. 당연히 총을 겨누는 모양새가 된다.


총을 통해 사람을 보면서 많은 느낌이 들었다. 성선설 성악설부터 시작해서 전쟁터에서 죽어나가는 많은 무고한 사람들까지.


작가 자신도 과타멜라에서 내전중에 태어났다고 한다. 아직까지도 남미는 정권이 불안정하고 폭력적인 일이 많이 일어난다. 그런 곳에서 자란 작가가 독일에서 그러한 상황에 대해 전시한다. 독일은 세계 제 3위규모의 무기 수출 국가라고 한다. 특이하게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제시함으로서, 작가는 관람자에게 많은 이야기를 한다.


2012년과 비교해서 2017년의 카셀은 훨씬 지금, 현재 지구에서 일어나는 폭력적인 일들, 그것에 의한 트라우마들을 많이 조명했다. 과연 카셀에서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미래의 이정표가 될 수 있을까?


어찌됐건 오랫만에 온 카셀은 아름다운 도시였다. 5년 뒤를 기약하며..












매거진의 이전글 이상하지만 맛있는 도시 블라디보스톡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