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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NA Oct 15. 2021

엄마의 하루는 바쁘게 흐른다.

엄마의 유부초밥


엄마는 하루 종일 참 바쁘다. 말 그대로 24시간이 모자라다. 아침 준비를 시작으로 식사를 다 하고 나서도 잠시도 앉아 있지를 않으신다. 그녀의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은 무궁한 호기심 거리임과 동시에 정리하고 싶은 욕구가 샘솟는 하나하나 사연이 있는 존재들이다. 나라면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고 그녀가 원하는 위치에, 그녀 기준 최상의 상태로 만들어 놓아야 비로소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다. 식후 커피 한잔을 즐기는 중에도 예외는 없다. 따뜻한 커피를 맛있게 타놓고도 무언가로 한참을 바쁘게 달린 후에야 다시 식탁으로 돌아와, 미지근하게 식은 커피를 드시는 일도 적지 않지만 그 일에 만족했다면 커피가 식은 것쯤이야 대수롭지 않다는 듯 그녀의 하관에서 옅은 미소가 느껴진다. 그렇게 엄마의 하루는 바쁘게 흐른다.   


엄마는 할 이야기가 참 많다. "있잖아~, 나는~"의 특유의 애교 섞인 추임새와 함께 그녀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녀의 추임새가 시작되면 나는 자연스레 그녀의 시선을 쫒는다. 지금 이 순간 그녀의 마음을 요동치게 한 것이 무엇일까 하며. 하지만 그녀의 시선 끝에 자리하는 건 결코 어마 무시한 일들은 아니다. 예컨대, 원래 위치에서 살짝 틀어진 각도로 놓여있는 TV, 널려있는 빨래의 날씨에 따른 마름 정도 체크, 찬장 속 그릇들의 꺼내기에 최적화된 배열, 현관에 놓인 신발과 물건들의 위치와 청결도, 냉장고 속 음식들의 생사여부 확인, 등등등 정말 사소하지만 조금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누군가는 살피고 해야 하는 일들이 대부분이다 (아, 물론 그냥 넘겨도 될 일들도 더러, 아니 꽤 있다 ^^). 그녀의 추임새가 들린다면, 이제 무언가 시작된다는 알림이다.

         

엄마는 듣고 싶은 대답이 있다. 그렇게 시작된 그녀의 이야기 끝에 나올 가족들의 대답은 대부분 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엄마 말씀이 옳소, 그렇게 진행합시다~!" 그녀도, 우리도 올바른 답의 방향을 알고 있다. 하고 싶고 해결해야 할 일이 참으로 많지만 (그녀 기준에서), 늘 그에 앞서 가족의 동의와 열띤 지지가 필요한 엄마. 때로는 어차피 결국 다 하실 텐데 왜 물어보실까 싶어 짜증을 내면서도 이내 그녀의 말에 동의하고, 더 나아가 그녀의 지시에 따라 절로 몸이 움직이게 만드는 엄마의 말은 여리지만 결코 거스를 수 없는 힘이 있다.        


엄마의 그런 수많은 바쁨들 중, 유독 내가 좋아하는 순간이 있다. 바로, 엄마가 유부초밥을 만드는 순간이다. 엄마의 유부초밥은 유난히 맛이 좋다. 하고 싶은 게 많은 엄마는 요리를 할 적에도 결코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신다. 그렇다 보니 밥에 초밥 양념만 넣어 유부에 싸 먹는 건 유부초밥에 대한 예의도 아닐뿐더러, 엄마의 기준에선 유부초밥이 가져야 할 맛과 멋에 대한 소양을 고루 갖추지 못한 축에 속한다. 해서, 엄마의 유부초밥엔 영양과 식감을 고려한 몇 가지 고정 재료가 추가된다. 엄마에게 간택된 재료는 소고기와 당근, 그리고 우엉이다. 독특하게도 엄마의 유부초밥엔 우엉조림이 들어가는데, 그게 유부초밥의 맛과 식감의 핵심이 된다. 고소하게 볶아낸 소고기와 당근, 그리고 달콤 짭조름하게 조려진 우엉이 더해져 유부 속에서 밥알과 함께 섞이면 비로소 그녀가 추구하는 맛이 완성된다.      




* 주 재료: 밥 (3인분), 유부 (4인분), 다진 소고기 (200g), 다진 당근 (200g), 우엉 (200g).
* 초밥 밑간: 검은깨 솔솔, 초밥 소스 1/2개, 식초 1t.
* 소고기 밑간: 후추 톡톡, 맛술 1T, 진간장 1T, 설탕 1t.
* 당근 밑간: 소금 한 꼬집.
* 우엉조림: 진간장 2T, 생강가루 한 꼬집, 매실액 1/2T, 설탕 1/2T, 물 500mL, 물엿 1T.


1. 올리브유를 살짝 두른 웍에 후추 톡톡, 맛술 1T, 진간장 1T, 설탕 1t를 넣고 밑간 해둔 다진 소고기 (200g)를 노릇노릇하게 볶아준다 (수분기 없게 바삭 & 노릇하게 구워줘야 나중에 밥과 섞었을 때 질척이지 않고 고슬고슬하니 맛이 좋다).

2. 올리브유를 살짝 두른 웍에 다진 당근 (200g)을 넣고 수분이 날아가도록 야무지게 볶아준다 (소금 한 꼬집으로 간을 살짝 해준다). 

3. 올리브유를 살짝 두른 웍에 세척 & 손질한 우엉 (200g)을 넣고 강불에 2-3분 정도 볶다가, 진간장 2T, 생강가루 한 꼬집, 매실액 1/2T, 설탕 1/2T, 물 500mL를 넣은 다음 뚜껑을 닫고 1시간 이상 중불로 조려준다. 다 조려진 우엉에 물엿 1T를 둘러 고루 섞어준 뒤 잘게 다져준다.

* 준비한 재료들 모두 모여라!

4. 유부는 꺼내어 손으로 국물을 한번 쫙 짜준다 (기호에 따라, 뜨거운 물에 유부를 담갔다 빼주면 기름기와 짠맛이 적당히 빠진 담백한 유부를 맛볼 수도 있다). 

5. 이제 밥에 준비한 재료를 몽땅 넣고, 검은깨 솔솔, 초밥 소스 1/2개 (1개를 모두 넣으면 단맛이 강하니, 절반 정도 넣어주면 깔끔하게 맛이 좋다), 식초 1t 넣고 잘 섞어준다.  

6. 유부를 살짝 벌려 터지지 않을 정도로 속을 듬뿍듬뿍 넣어준다.










부엌에서 엄마가 유부초밥 재료를 준비하는 냄새가 퍼질 때면, 괜히 엄마 주변을 기웃거리기도 하고 아직 유부에 밥을 넣지도 않았는데 재료들과 함께 비벼놓은 밥을 몰래 한입, 두입 집어먹기도 한다. 본격적으로 유부에 밥을 넣기 시작할 무렵부터는 아예 엄마 옆에 붙어 앉아 같이 밥을 싸는 척.. 하며 만들어지는 유부초밥을 야금야금 먹기 바빠진다. 그 순간만큼은 엄마가 무얼 하고 싶어 하시든 무엇에 관심이 꽂히셨든 200% 지지하고 이 한 몸 바쳐 함께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자부한다.    

 

엄마의 수많은 바쁨과 이야기 속에서 때론 짜증을 내거나 무심하게 대답하기도 하지만, 엄마의 바쁨은 결코 그녀 혼자만을 위한 것이 아닌 우리 가족을 위한 것임은 명확하게 알고 있다. 때문에 그 많은 바쁨도, 많은 이야기 중 하나도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그건 현재도,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엄마의 유부초밥과 함께. 


엄마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유부초밥과 함께. 앞으로도 쭈욱.






Bona가 준비한 오늘의 요리, Bon appétit [보나베띠]: 맛있게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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