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ONA Dec 03. 2021

그냥 좀, 씹고 싶어서.

홈메이드 총각김치 & 아삭이 고추김치





식감, 김치도 예외는 없다.


음식의 다양한 식감을 즐기고 애정 하는 내게, 씹는 맛이 살아있는 김치는 그야말로 최고의 밥친구이다. 그리하여 겁 없이 팔을 걷어붙이고 야심 차게 시작해본 '식감 끝판왕 김치 만들어먹기 프로젝트'. 사실 대부분의 김치가 식감을 제외하곤 그 매력을 논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식감을 가지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나 식감 좋은 재료들이 존재한다. 배추, 무, 오이, 양배추, 열무 등등. 내 마음속 1등은 단연코 총각무 (알타리무)이다. 2등으로 그 뒤를 바짝 뒤쫓고 있는 건 아삭이 고추 (오이 고추)이다. 소금에 적당히 절여진 무는 아삭하면서도 미세하게 느껴지는 탱글함이 있다. 그뿐이랴, 무 끝에 조롱조롱 귀엽게도 매달려있는 무청은 열무와 같이 은근한 씹는 맛을 보유하고 있다. 한 가지 재료 속에 두 가지 씹는 맛을 가진 마성의 재료가 바로, 총각무이다. 한편, 일반고추와 달리 아삭이 고추는 과육이 특히나 부드러운데 수분함량이 높아 씹을 때 느껴지는 아삭한 식감뿐 아니라 풍성한 즙이 입안 가득 퍼지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씹을 맛 좀 나는 김치가 되어줄 재료가 최종 선정되었다. 이로써, 식감 끝판왕 김치 만들어먹기 프로젝트의 서막이 열렸음을 집안 방방곡곡에 공표한다. 즉, 김치를 씹고 싶은 자 모두 부엌으로 모여 손을 보태라는, 비록 서툴지만 아름다운 노동을 알리는 공표이기도 하다.



일타쌍피, 도랑 치고 가재 잡고, 꿩 먹고 알 먹고.


김치 맛을 좌우하는 여러 요소들 중, 배추나 무과 같은 주 재료의 상태와 절임 정도도 그러하겠지만 김치 양념이 참 중요하다. 적당히 매콤하면서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 나면서도, 재료들이 서로 잘 어우러지게 하기 위한 간도 어느 정도 머금고 있어야 한다. 양념에 들어가는 기본적인 재료는 김치마다 크게 다르지는 않겠지만, 김치 주 재료의 특성에 따라 양념 속 재료의 구성과 비율을 조금씩 달리 적용해 만들어주면 김치를 먹는 동안 재료의 맛과 향을 최대한으로 즐길 수 있다. 가령, 파김치는 순도 100%의 알싸한 매운맛이 강렬한 쪽파가 주 재료이기 때문에 다소 거친 느낌의 알싸함만 살짝 가라앉힌 뒤 간이 배어들며 파 본연의 향이 깊어질 수 있도록, 양념에 여러 부가 재료를 넣어 만들기보다는 액젓을 위주로 만든 양념으로 쪽파를 버무려 준다. 반면, 총각김치는 무 특유의 청량감이 김치가 익어가면서 더욱 도드라질 수 있도록 양파와 배, 무를 일정량 갈아 넣어 만든 양념으로 버무려, 저-아래 명치끝에서부터 시원함이 느껴지게끔 만들어준다. 

김치 양념은 재료의 양에 따라 필요한 양이 조금씩 달라지게 마련인데, 부족하게 만들어 다시금 재료를 조금씩 더해가며 버무리는 것보다는 넉넉하게 만들어 남은 양념은 얼려두었다가 사용하면 훨씬 편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김치의 맛도 들쑥날쑥하지 않아 좋다 (김장에 서툰 나와 같은 이들에게 찰떡이다). 특히, 특정 재료의 맛과 향을 필수로 살려야 하는 김치가 아니라, 그저 같은 주제의 식감을 가진 김치를 연이어 만들고자 한다면 그야말로 안성맞춤인, '양념, 일타쌍피 수법'을 사용하여 하나의 양념으로 편하게 만들어 먹기를 권장한다.     





I. 첫 번째 식감 왕, [총각김치]

* 주 재료: 총각무 2단, 쪽파 한-두 줌, 채 썬 양파 1/2개.
* 절임 재료: 물 (1.5L), 천일염 (1.5컵).
* 김치 양념: 고춧가루 1컵, 빨간 고추 4개 (200g), 액젓 (멸치 1/2 + 참치 1/2) 1/2컵, (다진) 마늘 4T, 무 2cm 정도 두께 1/2개 (100g), 양파 1/2개 (150g), 배 1/2 (300g), 새우젓 3T, 육수 (새우, 멸치 볶아서 다시마와 함께 20분 정도 우려낸 것)로 만든 찹쌀풀 (찹쌀가루 가득 2T +육수 300ml), 생강가루 1/2t, 통깨 듬뿍.

1. 총각무를 깨끗하게 세척 & 손질한 뒤, 크기에 따라 2등분 or 4 등분해준 다음 천일염을 고루 뿌리고 자박하게 물을 부어 1시간 30분 - 2시간 정도 절여준다. (*무 겉청은 제거하고 부드러운 속청만 남기거나, 겉에 상한 부분만 살짝 제거한 뒤 사용해도 좋다.) (*무 세척 시, 껍질을 모두 벗겨내기보다는 칼로 상한 부분만 제거해주고 부드러운 수세미로 문질러주면 오래도록 아삭한 식감을 즐길 수 있다.)

2. 국물용 멸치 & 새우를 한 줌씩 담아 살짝 볶아준 다음, 다시마와 함께 물 1L를 넣어 20분 정도 끓여내 육수를 만들어준다. (*물을 넉넉히 넣고 끓여내 찹쌀풀에 300ml 사용 후, 나머지는 다른 요리에 활용하면 좋다.)

3. 우려낸 육수 300ml에 찹쌀가루 2T를 넣고 찹쌀풀을 만들어 충분히 식혀준다.

4. 빨간 고추, 무, 양파, 배, 새우젓, 액젓을 넣고 믹서로 갈아준 다음, 고춧가루와 다진 마늘, 찹쌀풀과 함께 섞어 잠시 숙성시킨다. (*필요시, 액젓으로 간을 조절해주면 좋다.)

5. 충분히 절여진 무는 흐르는 물에 2번 정도 헹궈준 다음 물기를 충분히 빼주고 (1시간 이상), 쪽파는 무 길이 정도로 썰고, 양파도 채 썰어 준비해준다.

(*무는 살짝 휘어 봤을 때 부러지지 않고, 낭창낭창하게 휘어진다면 잘 절여진 것!) (*무청은 손으로 꾹 짜주고, 무는 채에 담아 물기를 충분히 제거해야 쓴맛도 줄이고 양념과 버무렸을 때 간이 싱거워지는 것을 예방해준다.)

6. 무와 양념을 1차로 먼저 버무린 다음,

7. 채 썬 양파와 쪽파를 넣고 마저 버무려준다. 

(*통깨 뿌려 마무리 한 뒤, 통에 꾹꾹 잘 눌러 담아준 다음 2-3일 정도 실온에 숙성 후 냉장고에 두고 먹는다.


II. 두 번째 식감 왕, [아삭이 고추김치]

* 재료: 아삭이 고추 (500g), 부추 한 줌 (200g), 채 썬 당근 1/4개 (50g), 채 썬 양파 1/2개 (100g).
* 고추 세척 & 절임 재료: 식초 두-세 방울 탄 물, 물 1.5L, 천일염 6T.
* 김치 양념: 총각김치와 동일한 양념 사용. 

1. 식초물에 고추를 10분 정도 담가 소독한 뒤 흐르는 물에 헹궈준 다음, 한쪽면을 세로로 잘라 고추 속에 들어 있는 씨를 제거해준다.  


2. 천일염 5-6T를 잘 녹여준 생수 1.5L에, 고추를 넣고 30분 정도 절여준 다음 (*그냥 두면 고추가 둥둥 떠오르니, 위에 그릇을 올려 자연스레 고추가 가라앉게 해 주면 좋다), 흐르는 물에 살짝 헹궈 물기를 말끔히 제거해준다 (*키친타월로 살짝 닦아줘도 좋다). 

3. 총각김치를 만들고 남은 김치 양념에 먹기 좋게 자른 부추와 채 썬 당근, 양파를 넣어 잘 섞고, 통깨도 솔솔 뿌려 먹음직스러운 김칫소를 만들어준다.

4. 김칫소를 고추 속에 듬뿍 넣어준다. (*물이 자연스럽게 생기므로 따로 김칫물을 만들어 넣어주지 않아도 된다)




눈 깜짝할 사이에.


두 단의 총각무를 손질해 김치통 두통 가득 만든 총각김치는, 채 다 익기도 전에 벌써 다 씹어 삼켜버렸는지 동이 났다. 그새 어디로 다 사라진 걸까. 혹시, 애초부터 김치통 아래가 뚫려 있었던 건 아닐까. 집안 8대 불가사의 중 하나이다. 대체 언제 다 먹었대? 하는 소리가 집안 여기저기서 빛발 친다. 이 속도라면, 만든 직후 2주가 최대 고비로 여겨진다. 두 단이라 2주 걸렸으니 도대체 몇 단을 가져다 담아야 우리 집 식구들의 먹는 속도를 따라갈 수 있는 것일까. 내친김에 총각무 세단을 급히 더 사다 담았다. 세단에 9,800원이라 산 거지, 절대 더 먹고 싶어서가 맞다. 응? 아무튼, 지금 딱 제철인 총각무는 한 번에 왕창 담아두기보다는 2-3주 정도의 간격을 두고 만들어, 아삭한 식감과 조금씩 익어가는 시기가 끊김 없이 스무스하게 이어지도록 해주어야 최상의 맛을 즐길 수 있다 (물론, 이는 지극히 개인적 취향이며 한 번에 다량 만들어 김치냉장고에서 천천히 익혀가며 먹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알려드린다). 겨울의 초입에 맛볼 수 있는 자연이 주는 맛있는 선물 총각김치. 눈 깜짝할 새 다 먹어치운 요 맛있는 총각김치는 아삭아삭한 식감이 재미져 씹을 맛이 난다. 때론 너무 탱글하고 아삭해 자칫 흥분해 마구 베어 물다가는 앞니가 놀랄 수 있으니, 살짝 옆으로 돌려 베어 물어주는 센스를 발휘해 안정감 있으면서도 야무지게 씹어본다. 올해가 다 가기 전에 두세 번은 더 만들어 씹어먹어 줘야지 성에 차지 싶다.        


밥상머리? 에 아삭한 총각김치 하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거거익선 (巨巨益善), 역시 큰 고추가 달다. 


고추김치, 한편으로는 고추 겉절이라 불릴법한 프레쉬한 느낌의 김치라 할 수 있겠다. 아삭함으로는 총각무에 버금가는 아삭이 고추는 어디 내놔도 손색없을 만큼 최강의 아삭함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고추 특유의 맵거나 쌉싸름한 맛은 없고 부드럽게 씹히는 맛이 좋다. 식감뿐 아니라 그 속에 품고 있는 수분감과 청량감이 또 굉장히 매력적인지라, 한입 베어 물면 입속에 수분이 가득 찬 효과를 가져와 물 없이도 요 김치 하나로 고구마나 감자도 목 막힘 없이 연달아 두세 개쯤 거뜬하게 즐길 수 있다. 특히, 절대 티 내지 않는 은근한 단맛 또한 아삭이 고추의 마니아층을 구성하는 주요 매력 포인트이기 때문에, 양념에 설탕을 따로 넣지 않아도 다른 채소들과의 어우러짐 만으로도 기분 좋은 단맛에 깔끔한 맛까지 동시에 느낄 수 있다. 고추김치가 행여 시들해지진 않을까 빨리 먹어치워야 할 것만 같은 조바심이 들기도 할 테지만, 살짝 절여낸 아삭이 고추는 시일이 지나도록 아삭한 식감이 유지되면서도, 숙성되며 고추 자체에서 내뿜는 기분 좋은 달콤함과 더불어 시원한 청량감을 느낄 수 있다. 거거익선(巨巨益善)이라 하였던가. 크면 클수록 좋다더니, 역시 큰 고추가 달구나 달아.   

          

까궁, 오이소박이인 줄 알았지? 오늘 식탁의 주인공은 나야 나, 오이 고추김치.



김치, 그저 한줄기 빛.


한식, 양식, 중식, 일식 가릴 것 없이 어김없이 늘 김치는 나와 함께였다. 배추김치, 깍두기, 열무김치, 파김치, 총각김치, 오이소박이 등등 누구 하나에게 사랑을 더 주고 덜 줄 것 없이 고루 애정 해왔다. 김치 특유의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 고맙게도 모든 음식과 잘 어울려서이기도 했지만, 특히 느끼한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내게 김치는 한줄기 빛과 같은 존재였다. 아삭한 식감의 다양한 채소들과 김치 양념이 이루는 조화는 피클, 단무지와는 가히 비교할 수 없는 감칠맛과 개운함에 더해 씹는 재미까지 안겨주었다. 

그렇게 김치와 씹는 행위? 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시작한 식감 끝판왕 김치 만들기 프로젝트. 나의 최애 식감 왕 후보인 총각김치와 아삭이 고추김치는 그 대단한 식감이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 정도로 행복한 고민을 안겨준다. 그냥 좀, 씹고 싶어서, 씹기가 좋아서, 싹 다, 모조리 씹어줄 테다. 드루와 드루와.    







Bona가 준비한 오늘의 요리, Bon appétit [보나베띠]: 맛있게 드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고등어 게임을 시작하겠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