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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NA Nov 17. 2021

고등어 게임을 시작하겠습니다.

홈메이드 고등어 근대 덮밥 (ft. 뜻밖의 고등어 요리)





레시피 공모전 (feat. 고등어 게임)

요리를 시작하면서부터, 요리 관련 사이트에서 주최하는 레시피 공모전을 야금야금 찾아 나름대로 고심하여 완성한 나만의 레시피를 지원해보는 취미를 갖게 되었다. 비록 비전문적인 요리 솜씨에다, 전문 요리 지식은 고사하고 주섬주섬 귀동냥, 눈동냥으로 듣고 보고 이것저것 찾아가며 쌓아 올린 정보들이 전부이지만, 일단 공모전 주제로 선정된 메인 재료를 확인하고 나면 그 재료의 맛과 식감 등에 대해 고민해보고 어울릴법한 양념과 부 재료들을 모아 모아 겁 없이 요리를 시작해본다. 완성된 요리에서 내가 상상했던 그 맛이 느껴질 때면 '어머어머, 세상에나 마상에나 내가 요리에 재능이..?!' 하며 신나 할 때도 있고, 당최 입을 씻고 찾아봐도 의도한 바가 무엇인지 모를 맛이 느껴질 때면 '이런, @#$%&.. 나는 왜 이 좋은 재료들을 낭비하고 있는가..' 하며 탄식할 때도 있다. 요리의 결과에 따라 그날의 기분이 천국과 지옥을 수시로 오가곤 한다. 한편, 공모전에서 결코 우승의 기쁨만 맛보는 것도 아니다. 운 좋게 우수상을 탔을 적엔 상금도 받아 재료값도 벌고 그간의 노력에 대한 보상을 솔솔찮게 받기도 했지만, 때론 쓰디쓴 탈락의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특히 공모전 발표날이 되면, 새벽 댓바람부터 결과가 궁금해 안절부절 해당 사이트를 들락날락, 연신 페이지 새로고침을 누르기에 바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요리도 공모전도 내게는 참 묘하게 끌려 멈출 수 없는 매력을 가진 게임과도 같았다. 완성된 요리가 더럽게 맛이 없어 스스로 마음의 상처를 입혀도, 마침내 성공한 요리를 맛보며 설레는 기분으로 공모전에 지원해 결국은 탈락을 할지언정, 금세 잊고 또 다른 공모전을 찾아 도전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하여 이번 레시피 공모전의 주제는 대체 무엇인고 했더니. 고등어란다. 그렇게 나만의 새로운 '고등어 게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고등어 발골(?)하기

다행히 이번 공모전의 주 재료로 손질된 고등어를 사용할 수 있었지만, 생선 특성상 일부 가시가 남아 있기 마련이다. 우아하게 핀셋으로 뽑으려다가는 완성된 요리를 맛보다 가시에 찔리기 십상이다. 결국, 소매를 야무지게 걷어올린다. 눈을 지그시 감고, 반을 가른 고등어 살을 손가락으로 살살 만져 내려가다 보면 굵직한 가시가 손끝에서 느껴진다. 바로, 이때다! 가시를 쭈욱 잡아 뽑는 맛이 있다. 나 아무래도 이상한 기질(?)이 있나 보다. 별것에서 다 재미를 느낀다. 가시를 쏙쏙 뽑아내는데 희열이 있다.         



고등어 냄새 때려잡기

고등어. 주로 생선구이집에서 노릇하게 구워만 먹어봤지, 사실 집에서도 생선구이는 어지간해선 잘해 먹지 않았다. 냄새가 가장 큰 걱정거리였다. 하지만, 이번 공모전의 주 재료는 고등어. 좋든 싫든 냄새와 정면승부를 해야 했다. 냄새 그까짓 거, 덤벼보아라. 고등어 등껍질에 붙은 막을 벗겨내야 비린맛이 줄어든다고들 하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생선 껍질에 담긴 영양성분이 많아서도 그렇지만, 생선 껍질 자체를 좋아한다. 그러므로, 껍질을 즐기면서 비린 맛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알싸한 재료를 활용한 고등어 전신 마사지를 택했다. 냄새 잡는데 마늘과 후추만큼 좋은 식재료가 또 없다. 다진 마늘과 후추를 고등어 살에 발라 조물조물 마사지해준다. "고등어 손님, 이제 살짝 돌아 누워보세요. 등짝에도 마늘 스매싱(?) 아니 아니, 마사지 들어가겠습니다." 앞뒤로 뒤집어가며 고루 마사지해준다. 마사지의 흔적인 다진 마늘이 콕콕 박힌 고등어는 그대로 구워도, 튀겨도, 졸여도 마늘 향이 배어들어 더욱 풍미가 좋기 마련이다. 그래도, 혹시라도, 아주아주 미세하게, 개미 눈곱만치라도, 비린맛이 남아있다면 어떡하냐고? 에이, 인생 너무 팍팍하게 살지 말고 그 정도는 실눈 살짝 감아주기로 한다. 비린내가 당연히 주종목인 생선이다. 무려, 고등어다. 그래도 몸에 좋고, 무엇보다 고소한 맛이 일품이지 않은가? 100% 제거는 아니더라도 99% 달성하고자 노력했으니 우리의 마늘과 후추를 믿어보자.



고등어 요리 no. 1

고등어로 만들 요리를 생각하며 떠올린 첫 요리는, 덮밥이었다. 그렇다. 나에겐 꽁치김밥을 만들 때 개발한 매콤 달콤 짭조름의 대명사인 조림 양념이 있었다. 맛의 삼박자를 고루 갖춘 그 양념이라면, 우리 고등어를 맡겨도 좋을 것이라 마음속으로 확신했다. 그런데 말입니다. 덮밥의 밥은요? 덮밥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른 장어덮밥을 떠올려보았다. 허여 멀 건한 밥 위에 달짝지근하게 졸여낸 장어를 올려 먹었던 것 같다. 음, 그건 싫다. 모양도 너무 심심한 데다가, 뭣보다 영양도 풍부하지 못하다. (그렇다. 한창 몸 생각할 나이다.) 그때 떠오른 밥이 근대 밥이었다. 엄마가 자주 해주시던 고소한 맛과 부드러운 식감이 매력인 근대 밥. 엄마표 오리지널 근대 밥은 근대 밥 위에 간장을 베이스로 한 양념에 재워둔 돼지고기 구이를 얹어 먹는 것이 포인트인데, 이번엔 그 근대 밥 위에 매콤한 고등어조림을 올려보면 어떨까? 그렇게 시작된 고등어 요리 no. 1. 일명, 고등어 근대 덮밥이다. 




* 조림 재료: 손질 냉동 고등어 260g (2토막) (캔 고등어도 Good!), 표고버섯 6개, 채 썬 연근 6조각.
* 고등어 밑간: 후추 약간, 다진 마늘 1t.
* 조림 양념: 다진 청양고추 1개, 다진 마늘 1T, 고춧가루 1T, 맛술 0.5T, 국간장 4T, 굴소스 0.5T, 올리고당 2T, 설탕 1T, 후추 톡톡톡.
* 근대 밥 재료: 불린 쌀 2 종이컵, 근대 150g, 들기름 1T, 다시마 우린 물 적당량.
* 고명: 채 썬 양파 약간, 채 썬 붉은 고추 약간.


1. 손질된 냉동 고등어를 자연해동시킨 후, 고등어의 가운데를 중심으로 세로로 이등분하여 잘라주고 고등어의 중간과 가장자리에 있는 가시를 제거해준 다음, 후추 약간 & 다진 마늘 1t로 마사지 해준 뒤 20분 정도 잠시 놔둔다. (* 단, 고등어 통조림을 사용할 경우엔 가시를 바를 필요는 없고 밑간만 해줘도 좋다.)


2. 근대를 식초 물에 10분 정도 담갔다가 깨끗하게 헹궈준 다음, 줄기 부분을 가볍게 손질해준다. (*칼로 줄기 끝 부분을 1-2cm 정도 살짝 꺾어 주욱 잡아당겨주면, 쉽고 깨끗하게 손질이 가능하다.) 연근, 표고버섯, 양파, 홍고추도 먹기 좋게 손질해준다. 


3. 손질한 근대를 먹기 좋게 잘라, 웍에 들기름을 두르고 살짝 숨이 죽도록 볶아준 다음 불린 쌀을 넣고 1분 정도 수분이 날아가도록 같이 볶아준 다음, 밥솥에 넣고 (다시마를 우려낸) 물을 넣어 밥을 지어준다. (*단, 근대를 넣었기 때문에, 밥물은 평소보다 살짝 적게 넣어주면 밥이 질어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4. 키친타월로 고등어의 물기를 제거해준 다음, 전분가루를 고루 묻혀 노릇하게 구워준다.


5. 웍 바닥에 연근을 깔고, 그 위에 잘 구워낸 고등어와 손질해둔 표고버섯, 조림 양념을 얹고 자박자박해질 정도로 물을 넣은 뒤, 간이 잘 배어들도록 졸여준다. 

(* 단, 준비한 조림 양념은 처음부터 다 넣지 않고, 조금씩 추가하며 간을 맞추면 좋다. 근대 밥에는 따로 간을 하지 않으니, 고등어를 살짝 짭조름하게 해 주면 적당하다.)

(* 타지 않도록 자박하게 물을 넣고, 숟가락으로 국물을 고등어에 살짝씩 끼얹어주며 졸여준다.; 약 20분)





매콤*달콤*짭조름한 고등어 근대 덮밥 한 그릇 대령이오. (feat. 근대 된장국)



과연, 고등어 게임의 승자는?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고등어 근대 덮밥. 그런데? 오, 생각보다 맛이 상당히 좋았다. 고등어살에 양념이 배어들어 매콤하면서도 달콤 짭조름해서, 고소하고 부드러운 근대 밥과도 간이 아주 잘 맞아떨어졌다. 흰쌀밥 대신 근대 밥을 곁들인 건 완성된 요리의 색감이나 식감, 맛 모든 면에서 정말 굿초이스였다. 공모전 결과야 어떻든, 일단 생선을 활용해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맛있는 덮밥을 찾아낸 것 같아 기분이 아주 좋았더랬다. 데리야끼 소스에 졸여낸 생선/돼지고기 덮밥은 드문드문 먹어본 일이 있었지만 먹고 나면 왠지 늘 김치가 강렬하게 당기곤 했다면, 이 덮밥은 소스 자체가 느끼함을 잡아줘서 그런지 김치 없인 밥을 못 먹는 내가 김치의 ㄱ도 없이, 무려 밥 한 그릇을 다 먹어치웠다니 말 다한 셈이다. 적어도 내 마음속 고등어 게임의 최종 우승은 요 덮밥 녀석이 차지했다.     



뜻밖의 고등어 요리 no. 2 & 3

고등어를 가지고 이렇게 저렇게 요리를 만들어보다 보니, 예상 밖의 메뉴들이 나온다. 이번 공모전을 준비하며 총 세 가지 고등어 요리를 완성했는데, 그 첫 번째가 '고등어 근대 덮밥'이고, 두 번째 & 세 번째 메뉴는 고등어 튀김을 활용한 요리이다. '고등어 튀김 겨자 냉채'와 '고등어 텐동'이 바로 그 뜻밖의 주인공들이다. 고등어 순살을 튀겨 먹는 사람이 몇이나 될진 몰라도, 적어도 나는 처음이었다. 우려와는 달리 뜻밖에도 오히려 생선 비린내가 스르르 자취를 감추고, 내가 평소 애정 하는 꽁치보다도 훨씬 고소한 맛으로 가득했다. 특히나, 겉면에 빵가루를 살짝 묻혀 튀겨내니 웬만한 생선가스 보다도 훨씬 고소하면서도 겉바속촉인 생선 튀김을 맛볼 수 있었다. 본래 뜻밖의 생각과 예상 밖의 상황 속에서 운명적 만남이 탄생하기 마련이다. 고등어와 튀김이 그런 운명이었던 것일까. 매콤 새콤한 겨자 소스와 달콤 짭조름한 텐동 소스가 자칫 느끼할 수 있는 고등어 튀김에 깔끔함을 안겨주고, 고등어 혼자 심심하지 않도록 채소들까지 곁들여주니 다양한 식감과 더불어 영양까지 고루 챙겼다. 


이번 공모전은 또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벌써부터 궁금해 좀이 쑤신다. 
어쨌든지 간에, 앞으로도 Bona의 좌충우돌 요리 탐구 생활은 계속된다. 쭈욱-  


(좌) 고등어 텐동 / (우) 고등어 튀김 겨자 냉채




Bona가 준비한 오늘의 요리, Bon appétit [보나베띠]: 맛있게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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