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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NA Nov 10. 2021

오겹살로 수육을 만들면 안 되는 이유.

홈메이드 오겹살 수육



난 분명 물에 빠진 고기를 싫어했다.

고기는 모름지기 구워 먹어야 제맛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아주 큰 오산이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수육의 매력에 빠진 뒤로는 구운 고기보다 수육을 더 선호하게 되었다. 돼지도, 소도 불에 굽기보다 물에 익혔을 때 훨씬 부드럽고 또 한편 쫄깃하면서도 담백한 맛을 오래도록 느낄 수 있었다. 고기는 물에 삶으면, 딱 필요한 만큼의 기름기만을 남긴 채 적정선을 유지하며 체중조절을 감행한다. 고기가 무조건 비계가 많다고, 살코기가 많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 마치 최상의 맛을 내기 위한 일급 비율이 있다는 듯 말이다. 그 맛을 알게 된 순간부터 수육에 빠지고야 말았다. 난 분명히 물에 빠진 고기를 싫어했는데, 그 물에 빠진 고기에 내가 흠뻑 빠져버렸다.  



커피보단 된장파.

수육을 끓일 때 고기의 잡내를 없애기 위해 넣는 재료들은 집집마다 천차만별, 그야말로 각양각색이다. 커피, 된장, 간장, 맥주에 쌍화탕까지. 그 수많은 재료들 속에서, 나는 된장 파다. 된장을 선두로 부가적인 재료들을 첨가해준다. 여러 가지 조합으로 만들어보았지만, 현재까지는 이보다 나은 조합을 찾지는 못했다. 된장의 역할은 주로 묵직하게 고기를 다스리며 간을 비롯해 전체적인 맛의 균형을 잡아준다. 예나 지금이나 된장은 참 여러모로 쓸모가 많은 녀석이다. 이것저것 요리에도 넣어 먹고, 심지어 벌에 쏘인데도 바르곤 했다니 말이다. 이런 된장. 아무튼 지간에 된장은 맛은 물론이거니와 잡내도, 아픔도, 나쁜 건 다 때려잡아주는 고마운 녀석임이 확실하기 때문에라도 나는 된장을 꼭 넣어 만든다.  

한편, 대파와 양파 마늘 등 각종 채소들을 넣어 단맛과 더불어 시원함을 더해준다. 그 외에도 소주와 계피 스틱, 생강가루, 후추, 월계수 잎 등을 넣어 잡내를 또 한 번 꽉 잡아주는데, 잡내와 더불어 수육의 은은한 갈색 빛을 띠는 고유의 때깔을 만들어주기 위해 콜라를 사용한다. 콜라를 넣어주면 수육 특유의 색을 만들어냄과 동시에 일정 부분 단맛을 담당해주면서도 다른 재료들과 하모니를 이뤄 은근한 한방의 향기(?)를 연출해내는 마법을 부린다. 뿐만 아니라, 탄산으로 인해 고기에 부드러움까지 더해주는 일석 오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단, 뭐든 좋다고 많이 집어넣었다가는 잡내는 고사하고 재료 한두 가지의 맛만 도드라지게 배인 정체모를 고기를 맛보기 십상이니, 그날 준비한 고기의 양을 고려해 된장을 중심으로 부가 재료들을 넣어 만들도록 한다.




* 주 재료: 돼지고기 오겹살 한 근 반 (900g), 양파 400g (작은 것 두 개), 다진 마늘 100g (4-5T), 대파 200g (2-3대), 콜라 미니 사이즈 1캔 (210ml), 물 1L (재료가 잠길 정도로), 된장 1큰술, 소주 2큰술, 계피 스틱 1개, 생강 1/2ts, 후추 1ts, 월계수 잎 3장. (*기호에 따라, 좀 더 간간한 수육을 원한다면 된장의 양을 더 추가해줘도 좋다.) 


1. 재료들을 준비해준다 (*양파는 가능하면 껍질째 세척해 넣어주면 더 좋다). 당일 구매한 신선한 돼지고기라면 잡내 걱정은 특별히 없지만, 수육 만들 때만큼은 갖은 재료 (생강가루, 후추, 월계수 잎, 계피 스틱 등등)를 넣어 혹시 모를 잡내도 잡아주고 은은한 향도 더해줄 수 있어 좋다. 

돼지고기는 기름기와 살코기가 적절히 섞인 부위로 골라 만드는것이 좋다.


2. 넓은 냄비에 재료들을 모두 넣어준다.

모든 재료들을 넣고 난 뒤, 재료가 폭 잠길 정도로 물을 부어준다.


3. 강불에 냄비를 올린 뒤 팔팔 끓어오르면, 중불로 줄이고 (뚜껑은 반절쯤만 닫은 채로) 40-50분간 끓여준다.

(*고기 두께에 따라 끓임 시간이 더 필요할 수도 있으며, 대략 50분 정도가 지나면 수분이 자박자박해진 정도로 졸아들고 고기에도 재료들의 간과 향이 배어들 것이다).

재료 모두 넣고 → 강불로 팔팔 한번 끓이고 → 중불로 40-50분 더 끓여준다.





수육 한상 완성이오.



오겹살로 수육을 만들면 안 되는 이유.

돼지 목살, 앞다리살, 뒷다리살, 삼겹살, 오겹살 중 수육으로 만들어 먹고 싶은 부위를 고르라면 단연코 오겹살이다. 왜냐? 그야 가장 맛이 좋으니까. 개인적으로 살코기가 주를 이루는 수육보다는, 기름기와 살코기가 적절하게 섞인 데다 이따금씩 박혀있는 오돌뼈와, 돼지 껍데기까지 그대로 붙어있어 쫄깃함을 더해 고기의 맛과 식감을 고루 느낄 수 있는 오겹살을 선호한다. 때문에 오겹살 수육은 고기를 씹는 첫 순간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입속이 빈틈없이 즐겁다. 오겹살은 고소한 살코기와 비계(지방층)가 겹겹이 쌓이고, 마지막엔 쫄깃한 껍데기 층으로 덮여있어 오겹살이라고 불린다. 보통 우리가 즐겨 먹는 삼겹살이 여기서 껍데기를 제거한 것인데, 이 삼겹살 자체로도 너무나 맛있지만 껍데기층 하나가 더 붙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또 다른 차원의 맛이 형성된다. 특히나 돼지껍데기가 붙어있기 때문에 고기를 삶는 도중에 자칫 녹아버리기 쉬운 지방층을 적당량 잡아주는 역할도 해준다. 때문에 꽤 오랜 시간 끓여내는 수육은 삼겹살로 만들었을 때보다 오겹살로 만들었을 때, 훨씬 지방층이 어느 정도 살아 있어 퍽퍽하지 않고 고소한 맛이 일품인 수육이 완성된다. 굳이 단점을 꼽으라면.. 너무 맛있어서 많이 집어먹게 되어 살이 찔 수 있다는 점이다. 이래서 내가 오겹살로 수육을 만들면 안 된다는 것이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으로 먹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 테니 말이다.



수육의 절친들.

수육은 마치 하얀 백지장과 같아 그 무엇과도 잘 어울린다. 보쌈김치, 새우젓, 생굴, 알배추 (각종 쌈채소), 알싸한 생마늘, 아삭한 양파, 매콤 새콤한 파절임, 편을 낸 생마늘을 한가득 박아놓은 쌈장 등등. 그의 친구들은 실로 무궁무진하다. 사교성 제로인 나와는 영판 달리, 수육은 어찌 그리 포용력도 넓고 이해심도 좋은지 다양한 먹거리와 만났을 때 또 다른 맛의 시너지 효과를 낳는다. 때문에 수육과 함께 차려진 친구들의 구성에 따라 그때그때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수많은 조합들 중에서도, 생굴과 보쌈김치는 지극히 보편적이면서도 그 궁합이 참 좋아 가장 즐겨 먹는 조합이다. 달리 삼합이 아니라, 수육에 김치와 굴 한 점이면 스르륵 자연스레 눈을 감고 느끼게 되는 맛이다. 유유상종이라 했던가. 맛있는 녀석은 맛있는 녀석을 알아보는 법. 그런 녀석들이 모여 만나니, 금세 더욱 맛있는 수육 한상이 차려진다.                 


신선한 생굴 올린 보쌈김치와, 향긋하고 쫄깃한 오겹살 수육 한 점 잡솨보세요.





Bona가 준비한 오늘의 요리, Bon appétit [보나베띠]: 맛있게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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