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게 소매 붉은 끝동.

홈메이드 홍게살 수프

by BONA


경고.jpg




니들이 게맛을 알아?


때는 바야흐로 롯데리아의 크랩버거가 출시되었을 적이었다. 당시 신구 할아버지가 대유행시킨 명대사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니들이 게맛을 알아?!". 전해지는 일화로는, "니들이 게맛을 알아? 이 c방bird들아!?"라고 외친 애드리가 너무나 참신했던 나머지, 뒷부분의 다소 거칫 몇 마디를 제외하고 그대로 광고 대사로 사용되었다고 할 만큼이나 무척 임팩트가 강렬했던 외침이었다고 한다. 그만큼 게살이 더럽 (The Love) 게 맛이 좋다는 의미를 우리 신구 할아버지께서는 그토록 강력하고도 신명 나게 외치신 것이었다. 당시 저 유행어는 각종 인기 TV 프로그램에 줄기차게 패러디되었을 뿐 아니라,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두세명 이상 모였다 하면 그 대화 속에서도 빠지지 않고 왕왕 등장했던 최고의 화재거리였다. 그렇게 한때 맛보다 CF 속 대사가 더 유명했던 크랩버거는 이젠 사라지고 없지만, 맛 좋은 게살만큼은 아직까지도 '게 맛을 아는' 수많은 이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으며 다양한 요리로 남아있다. 다만, 꽃게, 대게, 홍게, 킹크랩 할 것 없이 게라는 게의 살들은 너무나 맛이 착하기 그지없지만, 그 가격은 결코 늘 착하지만은 않다. 하지만 '게 맛을 알아버린 자', 특히나 게의 고소하고도 은은한 단맛이 주는 매력을 이미 알아버렸다면, 매 삶에 크고 작은 노고를 마다하지 않고 있는 우리 스스로를 위한 선물로, 수백-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 백도 고급 외제차도 아닌 까짓 맛난 '게' 좀 먹겠다는데 그 정도 투자는 기꺼이 할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게살수프 고놈, 꽤나 고급진 메뉴라길래.


게 요리는 그 종류를 불문하고 맛이 좋다. 그저 게 자체를 푹 쪄서만 먹어도 달고 맛나기 그지없는 데다, 된장찌개에 작은 국물용 토막 게 몇 조각만 넣어도 맛의 레벨이 상향되고, 파스타, 리조또 소스에도 게살을 넣어 만들면 풍미가 살아나 금세 고급 레스토랑 부럽지 않은 고퀄리티의 메뉴가 만들어진다. 게 특유의 감칠맛이 우러나서인지 몰라도 조미료도 딱히 필요치 않다. 그런 게 요리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애정 하는 게 요리는 바로, 중국집 코스요리의 스타터 (전체요리)로 나오는 '게살수프'이다. 너무나 부드러운 식감에 고소한 맛이 입속에 은은하게 휘감기는 게살수프는, 간에 기별이나 갈까 싶도록 찔끔 나오는 그 양이 언제나 아쉬웠다. 그 아쉬움을 달래주기 위해 직접 게를 찌고 살을 한 올 한 올 발라서? 는 아니고, 전문가의 손을 빌려 친절하고도 정성스레 홍게살을 꼼꼼스럽게 발라내어 판매하는 홍게살을 듬뿍 집어넣은 게살수프를 만들어보기로 한다. 메뉴에서 풍기는 고난이도 요리의 느낌과 달리, 게살수프는 주 재료도 만드는 방법도 너무나 간단하다. 해서, 오늘만큼은 맛보기 용이 아닌 메인 요리로 게살수프 한 사발을 맛들어지게 들이켜 보려 한다.




* 주 재료: 냉동 홍게살, 팽이버섯, 대파, 치킨스톡, 계란 흰자 1.5개, 전분물 약간 (전분:물=1:1.5).

(* 재료 구성이 무척 간단하고 끓고 나면 숨이 팍 죽기 때문에, 재료는 충분히 넣어주면 좋다. 특히, 게살 대신 게살 맛 대체 제품을 활용해도 좋으나 되도록이면 게살 함량이 높은 제품을 넣어주면 더욱 맛이 좋다.)

1. 끓는 물에 치킨스톡을 적당량 풀어준 다음, (해동 후 물기를 충분히 짜낸) 홍게살과 팽이버섯, 잘게 썬 대파를 넣고 한소끔 끓여준다.

(*단, 게살에도 기본 간이 있기 때문에, 치킨스톡은 간을 봐가면서 조금씩 넣어준다.)

2. 게살이 끓고 있는 사이에, 계란 흰자만 따로 모아 신나게 머랭을 쳐준다.

3. 적당히 끓어 물이 졸아들었다면 전분과 물을 1:1.5 비율로 푼 물을 넣어 걸쭉하게 만들어준다.

4. 머랭을 친 계란 흰자를 넣고 살짝 마저 끓여주면 완성.

(*계란은 흰자만 넣어주는데, 머랭을 쳐서 넣어주면 마치 구름을 먹는 듯한 폭신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을 느낄 수 있다.)








홍게 소매 붉은 끝동.


붉은 홍게살이 가득한 수프의 맛은 담백하면서도 고소하며 식감이 보드랍기 그지없다. 솔직한 맛이다. 다만, 그 솔직한 맛 속에 감춰진 게살이 품은 풍미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게살 이외에는 별다른 재료가 들어가지 않았음에도, 바다의 향이 물씬 느껴진다. 특히나 게살수프엔 보드라운 계란이 필수인만큼, 예전 어느 중식당에서 맛보았던 구름 같은 식감의 흰자를 떠올리며 신나게 머랭을 쳐봤다. 그렇게 한껏 부풀려 올린 계란 흰자가 부드러운 수프에 빠지니, 폭신한 식감을 그대로 품고 있는 한 폭의 구름이 되었다. 맛은 말해 무엇하랴, 입속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면서도 그 사이사이 공기를 품고 있어 계란 흰자라는 느낌보다는 정말 구름 같다는 표현 그대로의 맛이라 할 수 있겠다. 하얀 구름을 살짝 걷어내면, 뽀얀 수프가 따뜻한 온기를 그대로 품고 있으면서도 그 속엔 붉은 게살들이 유유히 헤엄치고 있는 모습이다. 흰자로 만들어 소복이 올린 구름 덕분에 수프가 온기를 오래도록 머금고 있어, 게살이 모두 사라질 때까지 온기가 그대로 전해져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다.


붉디붉은 홍게살은 끓이면 끓일수록 깊은 맛을 냄과 동시에 붉은빛이 더욱 선명해진다. 맑고 투명한 수프 속에서 홍게의 붉은 소매 끝이 얼핏 얼핏 보일수록 그 맛도 멋도 한층 더 깊어지는 게, 역시 맛있는 건 개미 눈곱만큼 맛볼 게 아니라 푸짐한 메인 요리로 만나야 그 진가가 제대로 발휘되는 법인가 보다.


하얀 구름이 소복이 덮인, 붉은 게살 가득한 수프.




Bona가 준비한 오늘의 요리, Bon appétit [보나베띠]: 맛있게 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