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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와인과 안주로 완성하는 소소한 행복의 밤

편의점 와인과 안주의 페어링

by 보나스토리

편의점 와인과 편의점 안주의 베스트 페어링

퇴근길,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 문득 작은 사치가 그리워집니다. 화려한 레스토랑이나 와인 바에 앉아 잔을 기울일 시간은 없지만, 그래도 하루의 피로를 달래줄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그럴 때면 자연스레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요즘 편의점은 단순히 배고픔을 채우는 곳이 아니라, 작은 즐거움을 선사하는 보물창고로 변모했습니다. 특히 와인 코너는 그 변신의 정점을 보여줍니다. 한때 와인은 고급스러운 식당이나 와인 전문점에서나 즐길 수 있는 술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집 근처 편의점에서 몇 천 원, 몇 만 원으로도 제법 괜찮은 한 병을 손에 쥘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 진열된 안주들은 또 어떤가요. 치즈부터 소시지, 과자까지, 와인과 함께라면 평범한 밤이 특별한 순간으로 탈바꿈합니다.

이번 글은 편의점 와인과 안주의 베스트 페어링을 주제로 소소한 이야기를 풀어보려 합니다. 와인 한 잔과 안주 한 조각으로 완성되는 시간을 나누고 싶습니다. 그럼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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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와인의 부상과 매력

편의점 와인의 인기는 단순한 유행이 아닙니다. 실제로 유통업계 자료에 따르면, 2021년 8월까지 편의점 와인 매출은 전년도 연간 실적을 넘어섰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술을 즐기는 ‘홈술’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사람들은 더 간편하고 접근성 높은 선택지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와인은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존재입니다. CU, GS25, 세븐일레븐 같은 대형 편의점 체인들은 저렴한 가성비 와인부터 조금 더 특별한 프리미엄 와인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CU에서 판매되는 ‘킴 크로포드 소비뇽 블랑’은 2만 원대 후반에 구입할 수 있는데, 뉴질랜드 말보로 지역의 상큼한 과일 향과 산뜻한 산미로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도 꽤 호평을 받습니다. GS25에서는 ‘몬테스 알파 까베르네 소비뇽’ 같은 스테디셀러 레드 와인을 2만 원 내외로 만날 수 있습니다.

이 와인들의 매력은 가격뿐만 아니라 편리함에도 있습니다. 퇴근 후 집에 들르기 전, 혹은 주말에 갑작스레 와인이 당길 때, 굳이 멀리 나갈 필요 없이 동네 편의점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은 현대인에게 큰 장점입니다. 게다가 와인은 맥주나 소주와 달리 조금 더 느긋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선사합니다. 잔에 따라놓고 천천히 음미하다 보면, 하루의 피로가 스르륵 녹아내리는 기분이 듭니다. 하지만 와인만 마시기엔 뭔가 아쉽습니다. 여기서 편의점 안주가 빛을 발합니다.


와인과 안주의 마리아주 기본 원칙

프랑스에서는 와인과 음식의 조화를 ‘마리아주(mariage)’라고 부릅니다. 결혼이라는 뜻을 가진 이 단어는, 와인과 안주가 서로 잘 어울리면 마치 행복한 부부처럼 완벽한 하모니를 이룬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와인 페어링의 기본 원칙은 간단합니다. 레드 와인은 타닌 성분 덕에 고기류의 기름진 맛을 잡아주고, 화이트 와인은 산미와 신선함으로 해산물이나 담백한 음식과 잘 맞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색깔보다 와인의 바디감(무게감과 농도)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무겁고 진한 레드 와인은 묵직한 안주와, 가볍고 산뜻한 화이트 와인은 경쾌한 안주와 조화를 이룹니다.

편의점에서 이 원칙을 적용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고급 레스토랑처럼 정교한 요리를 기대할 순 없으니, 간단하면서도 와인의 맛을 살려줄 수 있는 안주를 찾는 게 관건입니다.


베스트 페어링 1: 레드 와인과 치즈 소시지

레드 와인을 골랐다면, 가장 먼저 추천하고 싶은 안주는 GS25에서 판매하는 ‘육즙팡팡 2가지 치즈소시지’입니다. 가격은 1,700원 정도로 부담스럽지 않고, 체다치즈와 고다치즈가 들어 있어 고소함과 짭짤함이 조화를 이룹니다. 전자레인지에 20~30초 정도 돌리면 따끈해진 소시지에서 육즙이 터져 나오는데, 이 풍미가 레드 와인의 묵직한 타닌과 만나면 입안에서 환상적인 균형을 이룹니다.

예를 들어, ‘몬테스 알파 까베르네 소비뇽’을 이 소시지와 함께 먹어봅니다. 와인의 깊은 베리 향과 소시지의 고소한 기름기가 어우러지며, 타닌이 소시지의 짠맛을 부드럽게 감싸줘 한 모금, 한 입이 계속 이어집니다. 소시지는 레드 와인과 함께 먹기 좋은 샤퀴테리(가공육)의 대중적인 대체재로, 편의점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매력적입니다. 여기에 바게트나 크래커를 곁들이면 더 완벽한 조합이 됩니다.


베스트 페어링 2: 화이트 와인과 스트링 치즈

화이트 와인을 좋아한다면, 단연 ‘스트링 치즈’를 추천합니다. CU나 세븐일레븐에서 1,200원 안팎에 살 수 있는 이 치즈는 찢어 먹는 재미와 함께 담백한 맛이 특징입니다. ‘킴 크로포드 소비뇽 블랑’ 같은 드라이한 화이트 와인과 함께 먹으면, 와인의 산뜻한 산미와 치즈의 고소함이 조화를 이룹니다. 특히 이 와인은 열대과일 향과 허브 노트가 강하게 느껴지는데, 스트링 치즈의 부드러운 질감이 그 산미를 살짝 중화시켜줘 깔끔한 마무리를 선사합니다.

화이트 와인은 해산물과 잘 어울린다고 하지만, 편의점에서 신선한 해산물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럴 때 스트링 치즈는 간단하면서도 훌륭한 대안이 됩니다. 만약 더 풍미를 추가하고 싶다면, CU의 ‘몬스터크랩’(3,300원)을 함께 곁들여도 좋습니다. 이 크랩 맛살은 화이트 와인의 신선함을 더 돋보이게 해줍니다.


베스트 페어링 3: 스파클링 와인과 허니버터 아몬드

스파클링 와인은 그 경쾌한 탄산과 달콤한 맛 덕에 디저트와 잘 어울립니다. 편의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모스카토’ 와인(약 1만 원대)을 냉장고에 넣어 차갑게 칠링 한 뒤, ‘허니버터 아몬드’(3,000원 내외)와 함께 즐겨보길 권합니다. 모스카토의 달콤한 포도 향과 아몬드의 고소한 단짠 맛이 만나면, 마치 디저트 와인 바에 온 듯한 기분이 듭니다.

특히 이 조합은 와인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도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한 모금 마실 때마다 입안에서 터지는 탄산과 허니버터의 달콤함이 어우러져,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하나의 특별한 경험으로 느껴집니다. 와인의 알코올 향이 강하지 않아 술을 잘 못 마시는 사람도 쉽게 즐길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입니다.


나만의 실험, 예상치 못한 조합들

페어링은 정해진 규칙이 있는 것도 아니니, 나만의 실험을 해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예를 들어, 세븐일레븐의 ‘바프 허니버터 팝콘’(약 2,000원)을 가벼운 레드 와인과 함께 먹어봅니다. 팝콘의 고소함과 달콤함이 와인의 부드러운 맛을 더 살려줘 의외로 괜찮은 조합이 됩니다. 또 다른 ‘의성마늘프랑크바’(1,800원)를 화이트 와인과 먹어봅니다. 마늘의 풍미가 와인의 산미와 묘하게 어우러져 색다른 즐거움을 줍니다.

이런 실험들은 때론 실패로 끝나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만의 취향을 발견하는 기쁨이 있습니다. 편의점 안주는 비싸지 않으니 부담 없이 도전해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입니다.


소소한 밤을 위한 준비

편의점 와인과 안주는 완벽함을 추구하는 고급스러운 페어링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소박함 속에 깃든 편안함과 접근성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입니다. 퇴근 후, 혹은 주말 밤, 작은 테이블 위에 와인 한 병과 안주 몇 가지를 올려놓고 나만의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레드 와인 옆에 치즈 소시지, 화이트 와인 옆에 스트링 치즈, 스파클링 와인 옆에 허니버터 아몬드가 놓인 풍경은 단순하지만 충분히 행복합니다.

편의점 문을 나서며 생각합니다. 이렇게 작은 것들로도 하루를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다면, 삶은 꽤 괜찮은 것 아닐까요? 오늘 밤, 편의점에서 나만의 ‘마리아주’를 찾아봅니다. 그 한 잔 속에 담긴 소소한 행복이 우리의 밤을 채워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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