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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식사 문화, 이것만은 알고 가자!

by 보나스토리

여행자를 위한 레스토랑 에티켓

이탈리아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현지 음식점에서의 식사다. 하지만 막상 이탈리아 레스토랑에 들어서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 메뉴는 이탈리아어로 가득하고, 현지인들의 식사 방식도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 오늘은 이탈리아 음식점에서 당황하지 않고 우아하게 식사할 수 있는 에티켓에 대해 알아보자.

제목을 입력해주세요. (2).jpg Italian restaurant

이탈리아의 식당 분류 이해하기

이탈리아에는 식당 종류가 여러 형태로 나뉘어 있다. 리스토란테는 격식 있는 정식 레스토랑으로 코스 중심의 식사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트라토리아는 좀 더 편안한 분위기의 가정식 식당에 가까우며, 오스테리아는 술과 간단한 요리를 즐기기 좋은 전통적인 공간이다. 와인을 중심으로 한 에노테카도 있어 가볍게 한 잔 곁들이기 좋다. 이러한 분류를 알고 가면 원하는 분위기의 식당을 고르기 훨씬 수월하다.


입장과 자리 배치의 기본 매너

이탈리아 음식점에 들어서면 일단 입구에서 잠깐 멈춰 서자. 대부분의 리스토란테에서는 직원이 자리를 안내해 준다. 혼자서 아무 테이블에나 앉으면 안 된다. "Buonasera(부오나세라)"라고 인사하며 몇 명인지 손가락으로 표시하면 적당한 테이블로 안내받을 수 있다.

오스테리아 같은 캐주얼한 곳에서는 상황에 따라 빈 테이블에 앉아도 되지만, 웬만하면 직원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다. "Possiamo sederci?(포시아모 세데르치?)"라고 물으면 "앉아도 될까요?"라는 뜻이다. 이탈리아인들은 식사 시간을 매우 소중히 여긴다. 저녁 식사는 보통 8시 이후에 시작하므로, 너무 이른 시간에 가면 문이 열리지 않은 경우가 많다. 점심시간도 오후 1시 이후가 일반적이다.

제목을 입력해주세요. (5).jpg Pasta and wine

메뉴 이해하기와 주문 순서

이탈리아 메뉴는 독특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안티파스토(전채), 프리모(첫 번째 요리), 세콘도(두 번째 요리), 콘토르노(사이드 디시), 돌체(디저트)로 나뉘어 있다. 모든 코스를 다 주문할 필요는 없지만, 순서는 지키는 것이 좋다. 프리모는 파스타나 리조또, 수프 등의 요리고, 세콘도는 육류나 생선 요리다. 중요한 것은 세콘도에는 보통 고기나 생선만 나오고 야채나 감자 등은 별도로 주문해야 한다는 점이다.

메뉴를 다 읽었으면 웨이터를 부르자. 손을 살짝 들거나 아이컨택으로 신호를 보내면 된다. 큰 소리로 부르거나 손뼉을 치는 것은 무례한 행동이다. 이탈리아 웨이터들은 전문직으로 인식되므로 정중하게 대해야 한다.


빵과 물, 그리고 와인 문화

이탈리아 음식점에서는 주문하지 않아도 빵과 물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무료가 아니다. '코페르토(coperto)'라는 이름으로 계산서에 포함된다. 보통 1-3유로 정도이니 놀라지 말자. 이는 테이블 사용료와 서비스 비용의 개념이다. 물은 보통 두 종류를 물어본다. "Acqua naturale o frizzante?(아쿠아 나투랄레 오 프리찬테?)" 자연수를 원하면 나투랄레, 탄산수를 원하면 프리찬테를 선택하면 된다. 수돗물을 달라고 하면 이상하게 볼 수도 있으니 되도록 생수를 주문하자.

와인을 주문할 때는 음식과의 매칭을 고려하자. 웨이터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도 좋다. "Che vino mi consiglia?(케 비노 미 콘실리아?)"라고 물으면 추천해 준다. 와인 잔에 조금만 따라주면 맛을 보고 승인하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거나 "Va bene(바 베네)"라고 말하면 된다.


파스타 먹는 법의 정석

이탈리아에서 가장 중요한 에티켓 중 하나가 바로 파스타 먹는 법이다. 스파게티를 먹을 때 스푼을 사용하는 것은 어린이나 관광객의 행동으로 여겨진다. 포크만으로 접시 가장자리에서 돌돌 말아서 먹는 것이 정석이다. 파스타를 자르는 것도 금기다. 긴 면을 칼로 자르면 이탈리아인들이 깜짝 놀란다. 포크로 적당량을 말아서 한 입에 들어갈 크기로 만드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다. 처음에는 어렵겠지만 연습하면 금세 익숙해진다. 소스가 남았다고 빵으로 닦아먹는 것은 괜찮다. 이를 '스카르페타(scarpetta)'라고 하는데, 이탈리아인들도 즐겨하는 행동이다. 맛있는 소스를 남기는 것이 더 아까우니까 말이다.


치즈, 후추 등 시즈닝 사용법

이탈리아인들은 치즈 사용에 매우 까다롭다. 해산물 파스타에 파르메산 치즈를 뿌리는 것은 절대 금기다. 바다의 신선한 맛을 치즈가 망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웨이터가 치즈를 권하지 않으면 달라고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후추나 소금도 마찬가지다. 음식을 맛보기도 전에 양념류를 뿌리는 것은 요리사에 대한 모독으로 여겨진다. 일단 맛을 본 후에 필요하면 요청하자. 대부분의 경우 이탈리아 요리는 이미 완벽한 간이 되어 있다. 올리브오일은 예외다. 좋은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을 음식에 뿌리는 것은 맛을 더욱 좋게 만드는 행위로 인정받는다. 특히 그릴에 구운 고기나 생선에는 올리브오일 한 방울이 완벽한 마무리가 된다.


카페와 디저트의 타이밍

이탈리아에서 식사 후 에스프레소는 필수다. 하지만 타이밍이 중요하다. 식사 도중에 커피를 마시는 것은 소화에 방해된다고 생각해서 좋지 않게 본다. 반드시 식사를 완전히 마친 후에 주문 한다. 또한 우유가 들어간 커피(카푸치노, 라테 등)는 아침에만 마신다. 저녁 식사 후에 카푸치노를 주문하면 웨이터가 이상하게 볼 수 있다. 식후에는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또는 그라파 같은 독한 술을 마시는 것이 일반적이다.

디저트는 주문하고 싶으면 하면 되지만, 많은 이탈리아인들이 집에서 먹거나 젤라테리아에서 별도로 즐긴다. 레스토랑에서는 티라미수나 판나코타 같은 클래식한 디저트를 추천한다.


계산과 팁 문화

이탈리아에서는 계산을 요청할 때 "Il conto, per favore(일 콘토 페르 파보레)"라고 말한다. 손으로 계산서를 적는 제스처를 해도 알아듣는다.

팁 문화는 미국만큼 강하지 않다. 서비스가 좋았다면 총액의 5-10% 정도나 반올림해서 주면 된다. 하지만 의무는 아니다. 이미 코페르토에 서비스 비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계산서를 받으면 꼼꼼히 확인하자. 간혹 실수가 있을 수 있다. 의문사항이 있으면 정중하게 물어보는 것이 좋다. 현금을 선호하는 곳이 많으니 미리 준비해 두자.


복장과 분위기, 대화 매너

이탈리아인들은 옷차림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고급 리스토란테에 갈 때는 깔끔한 복장이 필수다. 남성은 긴바지와 셔츠, 여성은 단정한 원피스나 블라우스가 적당하다. 슬리퍼나 운동화는 피하는 것이 좋다.

식사 중 목소리는 적당히 낮춰야 한다. 이탈리아인들이 열정적이라고 해서 식당에서도 큰 소리로 떠들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다른 손님들을 배려하는 것이 기본 매너다.

휴대폰 사용도 자제하자. 특히 통화는 밖에 나가서 하는 것이 예의다. 음식 사진을 찍는 것은 괜찮지만, 플래시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시간관념과 예약 문화

이탈리아 음식점은 대부분 오후 시간대에 휴식을 한다. 리포소(riposo)라고 불리는 이 시간에는 문을 닫으니 미리 확인하자. 점심은 12시-15시, 저녁은 19시 이후가 일반적이다.

인기 있는 레스토랑은 예약이 필수다. "Vorrei prenotare un tavolo(보레이 프레노타레 운 타볼로)"라고 말하면 된다. 예약 시간에 늦으면 테이블을 놓칠 수 있으니 정시에 도착하자.

취소할 때는 미리 연락하는 것이 예의다. 이탈리아 레스토랑들은 대부분 가족 경영이라 손님 한 명 한 명이 소중하다.


현지인처럼 즐기는 비법

가장 중요한 것은 여유를 갖는 것이다. 이탈리아인들은 식사를 서두르지 않는다. 음식을 천천히 음미하고, 동반자와의 대화를 즐기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

"Quando a Roma, fai come i romani(로마에서는 로마인처럼)"라는 말처럼, 현지 문화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완벽한 이탈리아어를 구사할 필요는 없다. 기본적인 인사말과 감사 인사만으로도 충분히 환영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음식을 진심으로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자. "Buonissimo!(부오니시모!)"라고 감탄사를 내지르거나, 요리사에게 "Complimenti!(콤플리멘티!)" 라고 칭찬을 전하면 이탈리아인들이 무척 기뻐한다.


이탈리아의 식사 문화 존중

이탈리아 음식점에서의 에티켓은 복잡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음식과 식사 시간을 존중하는 문화에서 나온 자연스러운 규칙들이다. 이런 에티켓을 지키면서 식사하면 현지인들의 존중을 받을 수 있고, 더욱 authentic 한 이탈리아를 경험할 수 있다.

완벽하게 할 필요는 없다. 실수해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이탈리아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마음가짐이다. 그런 마음으로 접근하면 이탈리아에서의 식사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다음 이탈리아 여행에서는 이제 자신 있게 "Buon appetito!(부온 아페티토!)"를 외치며 완벽한 이탈리아 식사를 즐겨보자.


참고 서적 � 조동천 저 《맛으로 피어나는 피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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