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은 수치보다 판단이 먼저인 일이다.
이성질체 물질을 분석하는 중이었다.
다섯 개 피크 중 네 개는 늘 나왔지만,
하나는 감도가 낮아 불안정했다.
어떤 날은 나타났고,
또 어떤 날은 아무것도 없었다.
기록할 수 있을까,
결과로 인정해도 될까.
모니터 앞에서 생각이 멈췄다.
숫자는 있었다.
하지만 기준선 바로 위를 스치듯 나온 신호는
정량하기엔 너무 흔들렸다.
결국 나는 판단했다.
“존재 가능성은 있으나 정량 불가.”
숫자보다 확신이 먼저였다.
기기는 측정하지만,
판단은 내가 한다.
작은 피크 하나를 놓고 고민했던 시간은
결과엔 남지 않았지만,
내 안엔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