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피크가 남긴 것
처음엔 그냥 이상한 피크였다.
언제나처럼 GC-MS 분석을 돌리고 있었고, 이전까지는 잘 나오던 데이터였다.
그런데 어느 날, 정제 공정 검체에서 이상한 불순물 피크가 하나 나타났다.
작았다.
하지만 무시할 수는 없었다.
평소엔 없던 리텐션 타임에, 괴상한 스펙트럼이 하나 걸려 있었다.
문제는 이 검체가 허가용 시료였다는 거다.
공정 이상인지, 시료 오염인지, 아니면 내가 뭔가 잘못한 건지—
회사 전체가 눈치채기 전에 먼저 확인해야 했다.
당시 나는 LC-MS/MS까지 동원해가며 이 피크를 추적했다.
혼자서 안 되겠다 싶어 정제팀 과장님과 공정 검토도 병행했다.
원인은 다행히 공정 중 사용한 부자재 한 종류에서 유래한 유기화합물이었고,
해당 부자재를 변경하고 재검을 거쳐 문제가 해결됐다.
하지만 그 일주일간,
분석 결과 하나가 프로젝트 전체 일정을 흔들 수 있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그 피크 하나는 결국,
내가 분석실에서 숫자를 보는 눈이 아니라
'의미'를 보는 눈을 길러야 한다는 걸 알려줬다.
지금도 새로운 분석을 할 때면
항상 그 작은 피크 하나를 떠올린다.
그건 단순한 이상 신호가 아니라,
나를 조금 더 분석자답게 만든 터닝포인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