낄끼빠빠

그 어려움에 대하여

by bonbon

낄끼빠빠, 어려운 일이다. 어느 정도 제대로 된 센스를 장착한 사람도 때때로 '적당한 상황인지 아닌지'에 대해서 알 수 없으니까.


나도 잘 못한다. 적당하게 들어갔다가 빠지는 것은 대화에서도, 일에서도, 연애에서도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이때인가' 하고 들어갔다가 '앗' 하고 무안함에 도망쳐 나오는 일은 허다했다. 하지만 가끔은 낄끼빠빠에 대한 다른 이들의 무지함에 어이없이 쓸데없는 에너지를 쓰게 되는 경우도 있다.


예전에 방문한 한 식당은 바 형식의 레스토랑으로, 손님과 셰프의 대화가 자연스러운 면은 있다. 하지만 업무상 파트너들을 대접하러 간 내 입장에서는 시도 때도 없이 끼어드는 셰프의 참견은 그리 반갑지는 않았다. 이 날 수고한 파트너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식사 대접을 하는 날이었고, 동시에 파트너들에게 앞으로 어떻게 업무가 진행되어야 하는지, 이를 위해 우리의 팀워크가 얼마나 중요한지 등에 대해 강조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자리였다.

사진 속 와인바는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습니다.

한창 업무 얘기와 정보 교환으로 쉴 새 없이 대화가 이루어지는 중에,

"너무 업무 대화에만 집중하셔서 무슨 이야기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네." 하며 쓸데없이 끼어든다던지,

한창 대화에 열이 오른 중에 "지금이면 와인 설명을 해도 되겠습니까?"라며 와인에 관심조차 없는 파트너들에게 와인 설명을 10분 훌쩍 넘게 한다던지,

"이런 좋은 자리에는 이 정도 되는 와인은 마셔야죠." 하며, 슬그머니 강매 아닌 강매를 당하는 기분은 썩 좋지 않았다.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고 있었으나, 같이 온 파트너들을 의식해 애써 참았다. 어레인지를 한 내 얼굴을 봐서인지 와인에 대한 긴 설명도 성심성의껏 들어주는 파트너들의 모습에 한 소리 하려던 말이 목구멍을 넘지 못했다. 꽤 오래 영업을 한 레스토랑으로 알고 있는데, 이렇게 눈치 없을 수가 있을까? 과연 셰프는 본인의 행동이 테이블의 분위기를 잘 맞춰주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차라리 아무 말도 안 하고 무뚝뚝한 업장이 낫겠다. 파트너들을 배웅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들었던 생각이다.


결과적으로 파트너들과의 저녁식사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고 셰프가 또 어떤 엄한 소리를 할까 신경이 쓰였던 나는 그날 에너지를 과다하게 소진해 버렸다. 그리고 지금까지 나는 어땠을까, 생각이 들었다. 과연 나는 다른 이들의 차선을 무시하고 넘나들었던 적은 없었을까? 낄끼빠빠에 눈치 없는 나 때문에 다른 사람이 피해를 입었던 적은 없었을까?


사람이 살면서 다른 사람 눈치를 보지 않고, 내 생각대로, 내 스타일대로 사는 건 멋지다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는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끼어드는 게 아리송하다, 이 말에 상대가 어떻게 반응할까, 하는 애매한 순간이라면 그냥 그대로 가만히 있자. 그게 존중받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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