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 꼬꼬마들

그 어려움에 대하여

by bonbon

오랜만에 맑은 하늘을 보여준 어느 날, 눈여겨봐 두었던 카페로 가기 위해 버스에 올라탔다. 계속 영하의 날씨였던 지라, 영상 1도도 따뜻하게 느껴졌다. 때문인지 버스 안은 나들이 가는 사람들로 붐볐다. 승객들을 헤치고 버스 뒤쪽으로 걸음을 옮겨 나가는데, 경로석에 앞뒤로 나란히 앉은 꼬마 아가씨 두 명이 눈에 들어왔다. 그 사이에 서 있는 덩치 큰 남자분은 아마도 그 꼬마들의 아빠가 아닐까 한다.

차가 흔들릴 때마다 아이가 창에 머리를 자꾸만 박는다. 아빠는 손을 내밀어 아이의 머리와 창문 사이로 살포시 넣는다. 꼬꼬마들도 귀엽고, 아빠도 귀엽고. 이상하게 계속 눈이 가네. 꼬마 아가씨 둘은 계속 뭐라고 종알댄다. 거리가 있어 잘 들리지는 않지만 작게 흥분한 상태임은 알 수 있다. 갑자기 아빠가 아이들을 일으킨다. 내릴 정류장인가 보다. 버스가 정차하고 아빠를 따라 아이들은 쪼르르 내려선다.


떠나는 버스 창 밖으로 보이는 그들. 그제야 두 아이의 코트와 부츠가 핑크색으로 깔맞춤 되어 있는 게 보인다. 단지 사이즈만 다를 뿐. 자매인가 보다. 아빠가 앞장서고 언니가 아장아장 걷는 동생 손을 잡고 이끈다. 어떡하지, 너무 귀여워.

예전엔 저런 그림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었다. 천성이 드라이하다고 생각하고 살았던지라 감상적인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편이었다. 이제는 저들 부녀의 모습이 가슴에 울림을 준다. 사소하지만 소중한 일상의 모습들. 무심코 지나쳤던 것이 의미 있게 다가온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들 하고,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죽는다"고도 한다. 한창 미니멀 라이프에 빠졌을 때엔 주변에서 크게 걱정했었다. 대체 왜 그러냐고. 왜 자꾸 비우고 버리냐고. 맥시멀리스트였던 네가 갑자기 이렇게 변할 수 있냐고. 물론 사람의 본래 성격은 잘 변하지 않는다는 말엔 동의한다. 경험상 대체로 맞았다. 하지만 살면서 생각의 변화를 일으키는 계기는 누구나 만나게 되는 것 같다. 관건은 그 계기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하느냐겠지.


그리고 이날처럼 또다시 자신도 모르게 변화가 내 안에서 일어나기도 한다. 스쳐 지나가듯 목격한 한 장면에서 나 자신의 변화를 느끼는 것. 다소 익숙친 않았지만 따뜻해서 꽤 반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