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화 - 내가 진짜 히어로라면
처음 입소했을 때, 엄마는 요양병원에 들어가기엔 너무 이른 나이였다. 하지만 후성이 부엌 바닥에 고인 피 웅덩이와 그 위에 엎드려있는 엄마를 발견했을 때 뇌출혈에서 회복할 수 있는 골든타임은 이미 한참 지나 있었다.
요양병원에 들어간 후 엄마는 자주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어쩌면 기억할 것이 없는 게 당연한지도 모른다. 가끔 간호사가 해주는 물리치료를 받거나 크레파스로 꽃 그림을 색칠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누운 채로, 요양보호사가 몸을 돌려주면 돌아눕고, 그렇게 매일 누워만 있으니까.
후성이 엄마에게 뭐했냐고 물으면 누워있었다고 한다. 누워서 무슨 생각을 했냐고 물으면, 아무 생각도 안 했다고 한다.
[엄마, 누워서 잠이 안 올 땐 기도해봐. 부처님, 하나님한테]
[하면 뭐하니? 듣지도 않는데]
어느 때부터는 보통 사람들이 오랜만에 만나면 으레 묻는 ‘그동안 뭐하고 지냈어?’ 따위의 질문을 더 이상 하지 않게 되었다. 서로 나눌 이야기가 없으니까. 무덤 안의 사람과 대화하는 것처럼.
엄마가 요양원에 가기 전에는 오순도순 얘기를 잘 했느냐 하면, 사실은 그때도 지금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후성은 어릴 적부터 엄마와 눈을 마주보고 살가운 대화를 한 기억이 거의 없었다. 오히려 요양원에 면회를 오면서 엄마를 좀 더 알게 된 것 같았다. 희솔이가 웃으면 따라 웃음이 팡 터지지만 엄마의 웃음을 볼 때면 어쩐지 명치를 꼬집듯 밀려오는 멋쩍은 기분.
‘아, 저렇게 웃는 사람이었구나’
후성이 기억하는 엄마는 늘 무표정하거나 화난 얼굴이었기 때문에, 가끔 엄마가 활짝 웃을 때면 오히려 불안해지곤 하던 어린 후성이었다.
‘내가 또 잘못해서 엄마를 화나게 하면 어쩌지?’
화나고 슬프지 않도록 엄마를 지켜줘야 하는데. 아빠는 무능하고, 난 장남이니까......이런 생각들을 곱씹던, 초등학생 치고는 꽤나 조숙했던 유년시절.
“아이고, 효자 아들 왔네? 천정미 씨, 좋겠다”
후성의 회상을 깨뜨린 건 의사의 목소리였다. 머지않아 자기가 돌보는 환자들처럼 요양병원에 드러눕거나 그들보다 먼저 뒤쪽 화장터로 직행하지 않을까 싶은 지긋한 연세의 할아버지다. 그를 보조하는 간호사와 함께 천천히 걸어 다니며 진료를 보긴 하는데 과연 청진기 소리나 제대로 들을 수 있을지.
“얘가 무슨 효자예요?”
엄마가 의사의 말에 토를 단다.
“여기 어른들 모셔놓고, 한 번도 안 오는 자식들이, 얼마나 많다고.
천정미 씨 아들은, 효자지. 잘 키웠어”
의사는 폐가 안 좋은지 곧 숨이 넘어갈 듯 끊기는 말투로 후성을 칭찬했다. 아니, 효자를 키운 엄마를 칭찬한 걸까?
“와야죠, 당연히! 내가 얘 키우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후성은 엄마의 표정을 보며 어쩐지 화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심장이 두근거렸다. 공포영화 속 무서운 장면이 나오기 전부터 초조하게 뛰는 심장박동처럼.
“나는 평생 얘만 보고 살았어요”
의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천정미 씨가, 말을 잘하네. 아들 와서, 기분이 좋은가봐, 허허”
요양원에 있는 동안 엄마는 점점 말수가 적어졌다. 점점 마르고, 점점 더 빨리 늙어갔다. 몸을 뜻대로 움직일 수 없으니 많은 것을 포기했겠지만, 그래도 어떤 감정들은 여전히 생생하게 남아있는 것 같았다.
의사가 간호사에게 고갯짓을 하자 간호사가 차트를 건넸다. 의사는 차트를 한번 쓱 보더니 엄마의 가슴과 등에 청진기를 갖다 댔다.
“천정미 씨, 요새 잘 안 드셔?”
“입맛이 없네요. 밥알인지 돌멩인지”
“아플수록 잘 먹어야지. 옆 병실에 대변 많이 볼까봐 안 먹는다는 할머니가 있더라고. 허허허, 별 웃긴 사람이 다 있어. 천정미 씨는 그러면 안 됩니다?”
엄마는 대답 대신 고개를 숙였다. 의사가 후성에게 물었다.
“엄마한테 식욕촉진제를 처방해야 될 거 같은데.
이게 비급여라 약이 좀 비싼데 괜찮겠어요?”
“아......저희는 약값이 무료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무료? 왜?”
“어머니가 기초생활수급자셔서......”
후성은 크지도 작지도 않은 목소리로 또박또박 대답하려 했지만 어쩐지 평소보다 저음이 튀어나왔다.
“아, 수급자시구나?”
의사가 엄마와 후성과 간호사의 얼굴을 번갈아보며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수급자냐 아니냐가 뭐 중요해요? 다 같은 사람인데. 허허”
의사가 후성에게 다시 한 번 물었다.
“안 그래요?”
이럴 땐 뭐라고 대답해야 하지? 후성은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 그냥 입을 다물었다.
“우리 병원은 차별 없는 병원입니다. 걱정 마세요. 잘 돌봐드릴 테니”
의사는 간호사와 함께 병실을 나갔다. 후성은 구부정한 자세로 달팽이처럼 느릿느릿 걷는 의사와 그와 보조를 맞추기 위해 종종걸음을 치는 젊은 간호사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
[짜악!]
후성은 따가운 통증을 느끼며 왼손을 들어 뺨을 감쌌다.
‘......뭐지?’
엄마가 다짜고짜 후성의 따귀를 올려붙인 것이다. 후성의 당황한 눈빛이 현실감을 잃고 이리저리 흔들렸다. 엄마는 아무 말 하지 않았지만 엄마의 표정을 보고 알 수 있었다. 성나고 화나는데 누구의 탓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을.
후성은 자주 맞아야 하는 이유를 모르고 맞곤 했다. 또래 아이들에게도, 부모에게도. 또래 아이들이 주먹을 내밀면 아빠의 두꺼운 주먹과 엄마의 날선 손끝이 겹쳐보였다. 그래서 날아오는 주먹의 크기가 어떻든 토 달지 않고 어린 살을 내주었다. 고개를 바짝 쳐들고 대들면 다시 숙일 때까지 두들겨 맞고 이마가 바닥에 닿을 때까지 자근자근 밟힌다는 걸 경험으로 아니까.
그래도 가끔 이유를 물어보면, 언제나 이유는 있었다. 오늘도 그랬다.
“왜 그래, 엄마?”
“너 오늘 달랑 바나나 한 묶음 사왔니? 야! 너 이러면 가정교육 못 받았다는 소리 들어. 나는 너 그렇게 안 가르쳤다”
“......”
“넌 왜 이렇게 이기적이고 너만 아니? 어떻게 나이 먹고 희솔이보다 더 철이 없어?”
“......”
“다음엔 빈손으로 오지 마라. 여기 어른들도 많이 계시는데 콩 한쪽이라도 나눠 먹어야 될 거 아니니? 다른 집 아들, 딸들은 얼마나 싹싹하고 어른들한테 잘하는 줄 아니?”
후성은 속으로 곱씹었다.
‘엄마는 환자다’
‘엄마는 아픈 사람이다’
‘엄마는 나를 위해 인생을 희생했다’
‘엄마는 지금 힘든 상태다’
‘엄마는......’
“알았어, 엄마”
집으로 돌아가기 전 한 번 더, 후성은 엄마에게 확인해야 할 것이 있었다.
“엄마, 희솔이 아빠가 누구라고?”
“누구긴, 수호 아버지라니까?”
또, 또 같은 말.
“그럼......나는?”
나는 누구의 아들일까? 툭하면 아내와 아들을 때리는 운전기사? 아니면 제 아들을 때린 소년의 아버지를 해고한 회장님?
“너? 니 아버지는......”
엄마는 문득 머리가 아픈 듯 두 손으로 양쪽 관자놀이를 짚었다.
“기억이 안 나”
엄마의 말에 후성은 맥이 탁 풀렸다.
“엄마, 잘 생각해봐. 희솔이 아빠는 수호 아버지라며. 내 아빠도 수호아버지 아니야?”
“아니야, 넌”
“왜?”
“넌 수호 아버지를 하나도 안 닮았잖아. 그 사람은 다정하고, 너무 근사하지”
“그럼 내 아빠가 김동철은 맞아?”
“김동철?”
“응. 기억 안 나? 우리가족이었잖아”
“동철......”
엄마는 멍하니 자기의 발끝을 바라보며 후성이 아빠라 알고 있는 남자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응, 수호아버지 차 운전하는 걸 제일 좋아했던 김동철. 택시기사가 꿈이었던 김동철”
엄마에게 아빠가 누구인지 설명하기 위해 후성은 실로 오랜만에 아빠를 떠올렸다.
아빠라는 남자. 어린 후성에게는 늘 주먹이 먼저 나가는 무서운 어른이었지만, 어른의 세계에서 그는 개인택시 기사라는 꿈을 가진 소박한 남자였을지도 모른다. 개인택시를 가지려면 1억짜리 면허를 사야했다. 가난하고 부양할 가족이 있는 남자에게 1억을 모으기란 너무 버거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는 결국 남의 차를 대신 운전하고 반짝거리게 손질하면서 청춘을 보냈다.
그리고 철쭉이 흐드러지게 피던 어느 봄날, 그는 집을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후성이 창밖의 먼 산을 바라보며 붉은 철쭉이 만개한 시골의 느티나무 언덕을 떠올리고 있을 때, 갑자기 엄마가 손뼉을 탁 쳤다.
“아! 김동철 그 징그러운 인간? 알지, 알지. 뱀 새끼 같은 눈, 뱀 대가리 같은 손”
엄마는 문득 후성의 얼굴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후성은 아주 오랜만에 엄마와 제대로 눈을 마주친 것 같았다.
“이제 보니 넌 김동철 그 인간 눈을 쏙 빼닮았구나”
‘더 들을 필요 있을까?’
후성은 창밖으로 눈을 돌렸다.
멀리 새들이 날고 있다. 새떼가 지나간 자리 밑으로 하얀 김이 피어올랐다. 아까 간호사가 말한 화장터에서 나온다는 흰 수증기가 바로 저것인 듯하다.
“미안해, 엄마. 밥 잘 먹고, 잘 지내고 있어. 다음 달에 또 올게”
후성은 엄마에게 웃어 보이며 병실을 나섰다. 그러지 않으면 한 달 내내 죄책감이 들 것 같아서. 나가며 습관처럼 뒤돌아보았다. 엄마는 늘 먼저 돌아서서 등을 보이는 사람이었다. 어린 후성은 엄마가 뒤돌아 자신을 한 번 더 쳐다볼 때까지 엄마의 이름을 부르며 열심히 손을 흔들곤 했다.
지금도 엄마의 시선은 후성이 아닌 창밖을 향해 있다. 뭘 보고 있는 걸까? 떠다니는 구름을, 달리는 자동차를, 조그맣게 보이는 여자와 남자를, 아니면 하늘로 날아가는 화장터의 흰 수증기일까.
후성은 복도를 걸어 다시 엘리베이터를 향했다. 비열한 인상에 동공이 풀린 음침한 늙은이가 후성의 옆을 스쳐지나갔다. 제 딴엔 운동을 한답시고 복도를 왔다 갔다 하는 모양이다. 저렇게 빙빙 돌아다니며 안이 훤히 보이는 할머니들의 병실을 훔쳐보겠지.
‘개자식’
후성은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눌렀다. 올라가는 버튼은 없고, 내려가는 버튼만 있다. 그는 새삼 자기가 서 있는 곳이 이 건물의 꼭대기 층임을 깨달았다. 그럼 아까 퇴원한다던 부산 할머니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지 않고 어디로 간 걸까? 내려야 할 층의 버튼을 잘못 누른 걸까?
후성의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고속터미널에서 만난 꼬마, 오하은.
나는 왜 내 목숨을 먼저 구하지 않고 그 아이를 구하러 갔을까? 내가 살아야 아픈 희솔이를 돌볼 수 있는데.
‘60억을 구할 자신이 없어서?’
혹시 희솔이에게서 도망치고 싶었던 건 아닐까. 돈을 구할 자신이 없다고 내 스스로 인생을 포기하면 희솔이에게 너무 큰 상처를 줄 것이고, 차라리 사고로 죽는다면 오빠로서 내 책임은 저절로 사라지는 거니까?
그리고 하은이 엄마, 그 여자는 왜 깨어나지 않는 하은이를 보며 슬퍼했을까. 스스로 하은이를 버렸으면서. 후성은 볼 수 있었다. 그 여자의 주위를 맴돌고 있던 슬픔의 덩어리를. 수학학원에서 희솔이를 덮친 좌절과 죄책감의 덩어리를 볼 수 있었듯이.
괴물의 사체에서 나온 벌레에 물린 후, 후성의 감각은 계속해서 진화했다. 그리고 그 섬세한 진화는 잠자고 있던 ‘공감각’을 깨웠다.
공감각자들은 오감 중에서 두 개 이상의 감각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칸딘스키의 추상화를 보며 교향곡을 듣고, 숫자에서 색깔을 보고, 글자에서 냄새를 맡고, ‘사랑’이라는 단어에서 슬픔을, ‘슬픔’이라는 단어에서 통증을 느낀다.
[(벨소리)......]
갑자기 울리는 휴대폰 벨소리. 모르는 번호다.
[......]
“네, 제가 김후성 맞습니다”
저장돼 있지 않은 휴대폰 번호의 정체는 경찰이었다.
‘경찰이 왜 내게 전화를?’
[......]
“......하은이가요?”
후성이 무너지는 고속터미널 건물 안에서 구해낸 아이. 그를 히어로라고 생각한 아이. 그러나 구급대원이 심폐소생술을 해도 의식을 못 차리던 하은이가 결국 죽었다고 한다.
진짜 히어로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무거운 기둥이 아이를 덮치기 전에 번쩍 들어 멀리 던져버리고, 아이를 단번에 안고 탈출했겠지. 그에겐 강한 힘이 있으니까, 아이에게 나오라고 설득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진짜 히어로가 눈앞에 있었다면 지금 하은이는 살아있겠지.
진짜 히어로라면, 내가 진짜 히어로였다면......
<<괴물사체처리부 1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