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사체처리부 -늙고 힘없는 여자들-

- 21화 - 늙고 힘없는 여자들

by 융갱

“아이고, 요즘은 화장터가 쉬지를 않네”


요양병원 대기실의 창문을 닫으며 청소부가 혀를 찼다. 요양병원 바로 뒤에는 장례식장이 있다. 병상에 반송장으로 누워 있다가 때가 되면 멀리 갈 필요 없이 뒤쪽으로 넘어갈 수 있게 해둔 걸까? 청소부 아주머니는 궁시렁궁시렁 뜻 모를 혼잣말을 하며 먼지털이로 창틀을 툭툭 쳐댔다. 잠시 후 간호사가 대기실로 들어왔다.

“보호자님! 8층으로 올라가시면 됩니다”

‘지난달에 왔을 땐 7층이었는데’

환자의 상태가 더 나빠지면 병실을 위층으로 올린다는 걸 알고 있었다. 후성은 한층 더 어두워진 얼굴로 간호사에게 꾸벅 머리를 숙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엘리베이터를 타러 걸어 나가는 후성의 등 뒤로 간호사와 청소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더운데 왜 자꾸 창문을 닫아요?”

“화장터에서 연기 들어오잖아요”

“요즘은 시설이 잘 돼 있어서 수증기만 나오거든요?”

“아유, 간호사님이 못 봐서 그렇지, 창문으로 온갖 게 다 들어와요. 방금도 여기서......”

“아, 그만 좀 해요. 여사님”

청소부의 말에 질색하는 간호사의 목소리를 끝으로 대화는 더 이어지지 않았다. 때마침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딩동]

후성은 고개를 푹 숙이고 엘리베이터에 탔다. 학교에 다니던 시절 교실 문을 열 때, 회사 사무실의 출입문을 열 때, 물건을 사거나 요기하기 위해 어느 가게의 문을 열 때, 후성은 늘 고개를 푹 숙이고 안으로 들어가곤 했다. 그럴 때마다 자기의 낡은 운동화를 보고 있던 건 아니었다. 눈은 뜨고 있으나 초점은 시선이 닿지 않는 아주 먼 곳에 두었다. 그러므로 그는 아무 것도 보고 있지 않았다.

닫힌 문을 열고 들어가면 누군가 또는 누군가들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된다. 별 이유도 없이 그저 누가 왔나 궁금해서 쳐다본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럼에도 후성은 고개를 빳빳이 들고 다른 사람과 눈을 마주치는 것이 힘들었다. 안정감 없이 흔들리는 눈동자에서 자기의 못남과 부끄러움을 들킬 것 같아 두려웠다. 잔뜩 움츠러든 어깨에서 세상을 향한 위축감을, 부스스한 머리카락과 허름한 차림에서 가난함을 들키는 것도.

“아들!”

아래로 꺾인 고개를 옆으로 돌리니 환자복을 입은 조그만 할머니가 후성을 지긋이 올려다보고 있다.

“예?”

조글조글 주름진 얼굴과 손에는 저승꽃이라 불리는 검버섯이 잔뜩 폈지만 눈만은 젊은이처럼 반짝거리는 할머니. 그 눈이 기억났다.

“엄마 보러 왔능가배?”

부산의 오뎅 공장에서 일하다 다리를 다쳐서 요양원에 오게 됐다는, 엄마의 병상 옆에 누워있던 부산 할머니다.

“아? 예, 잘 계셨어요?”

“그라믄! 내 좀 보이소. 이제 잘 걷는다 아이가”

할머니가 춤을 추듯 살랑살랑 한 바퀴를 돌았다.

“우와!”

후성은 저도 모르게 박수를 쳤다.

“축하드려요. 전에 뵀을 때 운동 열심히 하신다더니”

이가 다 빠져 복주머니처럼 오므라진 할머니의 입술이 활짝 펴졌다.

“고맙네. 내는 이제 퇴원한다 아이가. 엄마 잘 챙겨드리소”

[딩동]

8층.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예. 그럴게요, 할머니. 건강하세요”

후성은 할머니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복도로 걸음을 옮겼다.

“어? 잠깐 보이소, 아들!”

“예, 할머니?”

“무겁구로 뱃속에 뭘 그래 넣고 댕기노?”

“뱃속에요?”

오늘 뭘 먹었더라? 후성은 잠시 생각했다.

“뱃속에 뭣이 있다. 저걸 우짜꼬? 배 아플 낀데.

의사 선생님한테 검사 꼭 받아보이소”


후성은 할머니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엉뚱한 소리를 하는 걸 보니 아마 저 할머니에게도 치매가 있을 것이다. 오래 전 간호사가 말해주었다. 요양원에 있는 노인들은 심하고 덜한 차이는 있지만 거의 모두 치매를 앓고 있다고. 후성의 어머니도 이른 나이에 치매 진단을 받긴 했지만 여기서 특별한 일은 아니라고.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 너머로 부산 할머니가 어린 아이처럼 손을 흔들었다. 치매는 어른의 기억을 거둬가고 천진함만 남기는 병일까? 후성도 어린 희솔이에게 인사하듯 손을 마주 흔들었다.

‘안녕히 가세요, 부산 할머니’

처음 가본 8층 복도에는 여러 개의 병실이 있었다. 7층과 다른 점이 있다면 냄새가 지독하고 요양보호사들의 목소리가 더 크다는 점일까.

[왜 똥을 하루에 두 번이나 싸!!]

환자들은 기운이 떨어진 만큼 움직임도 말수도 줄어드는 반면, 요양보호사들은 손이 더 많이 가는 노인들에게 더 많이 짜증을 내는 듯했다. 복도 안쪽으로 걸어갈수록 냄새는 점점 더 심해졌다. 후성은 한 병실 앞에서 엄마의 이름을 확인했다.

“엄마!”

창가 바로 앞 병상에서 베개에 등을 기대고 앉아있는 엄마가 보인다. 엄마도 후성을 보고는 눈을 반짝이며 들어오라고 손짓한다.

‘흡!’

병실 안으로 들어서려던 후성은 저도 모르게 걸음을 멈췄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부터 코를 찌르던 지독한 냄새의 정체는 바로 이 병실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여덟 개의 병상 중 한 병상 앞에 요양보호사가 서 있다. 아마도 대기실의 청소부 아주머니와 연배가 비슷할 듯한. 얼굴에 피로와 짜증이 가득한 그녀는 병상에 누워있는 할머니의 기저귀를 갈고 있었다.

“후성아, 어서 들어와”

지금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은데, 엄마는 어서 들어오라고 재촉한다. 엄마는 이 냄새가 아무렇지 않은 걸까. 나이 든 여성이 하의를 다 벗고 기저귀 가는 모습을 아들인 내가 봐도 상관없는 걸까? 이곳에서 배설물의 냄새나 성별 따위는 아무 의미도 없다는 걸까.

병상 위의 노인들 중 아무도 인상을 쓰거나 코를 쥐지 않는다. 그저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있거나 누워있다. 환자복을 입은 할아버지 한 사람이 병실 입구로 슬렁슬렁 다가와 다리를 벌리고 누워있는 할머니를 쳐다본다. 당신은 남자고 또 인간이니까 다른 인간의 기저귀 가는 모습을 보면 안 된다고, 썩 꺼지라고, 아무도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없다. 환자를 관리해야 하는 요양보호사조차 병실 앞에서 얼쩡거리는 할아버지를 한번 쓱 보고는 다시 제 할 일을 할 뿐이다.


후성은 고민하기 시작했다.

‘할머니들 계시는 병실 근처에 얼씬거리지 말라고 할까?’

그러나 후성이 8층 복도를 걸으며 확인한 것은 한 층에 남자 병실과 여자 병실이 같이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병실의 문들은 항상 열려있다. 수족을 못 쓰는 노인들을 위해 요양보호사들이 수시로 들락거려야 하니까. 그러므로 모든 공간이 공유되는 것과 마찬가지인 이곳에서는 사생활이란 게 존재할 수 없다.

게다가 저 할아버지는 혼자 돌아다닐 수 있을 만큼 꽤 정정해 보인다. 비열한 인상에 동공은 반쯤 풀려있는 얼굴. 후성과 같은 찐따 인생들의 인간 빅데이터에 따르면 저 노인네는 서열 피라미드의 최하층에 속하는 부류 중 한 명이 분명하다. 상식과 도덕이 통하지 않는, 침을 뱉는 놈보다 더 무서운 침을 흘리는 부류.

‘병신아......젊은 놈이 노인네한테도 쪼네?’

‘찐따 새끼......언제까지 쫄 건데? 죽을 때까지 이러고 살래?’

스스로를 질책한 끝에 후성은 어떤 결론에 도달할 뻔 했지만, 그 사이 노인네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결국 고민만 하다가 아무 것도 못하고 말았다. 아마 내일도 저 할아버지는 이 병실 앞에서 늙고 힘없는 여자들의 비밀스러운 모습을 빤히 지켜보겠지.

서로가 서로를 보기 싫어도 볼 수밖에 없을 만큼 공간이 개방돼 있지만 저 노인네를 제외한 대부분의 노인들은 자기의 병상 위에서 거의 움직이지 못한다. 제 몸이 겨우 들어가는 사육장 케이지 안에서 주는 밥을 먹고, 그 자리에서 배설하고, 불을 끄면 잠을 자는 닭들처럼. 이런 곳에서 지내면 없던 정신병도 걸리게 되지 않을까. 이를테면 ‘치매’ 같은 정신병 말이다.

‘그렇다고 내가 엄마를 내내 돌볼 수도 없잖아.

제 때 기저귀를 갈아줄 수도 없고. 희솔이 병원비도 벌어야 하고.’

어쩔 수가 없다. 어떤 사람들이 인생의 마지막을 비참하게 보내고 있어도. 그들 중에 내 가족이 있어도.

부자들은 늙어서 이런 곳에 가지 않겠지? 부모를 이런 곳에 보내지도 않겠지? 아니, 돈을 벌거나 제 몫의 일을 해내기 위해 수족을 못 쓸 때까지 몸을 마구 굴리지도 않을 것이다.

‘돈도, 힘도 없는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할머니의 기저귀를 갈던 요양보호사가 밖으로 나왔다. 그녀의 얼굴은 아까보다 더 찌들어보였다. 내 기저귀를 남이 갈아주는 것이 차라리 죽고 싶을 정도로 수치스러운 만큼, 남의 배설물이 묻은 기저귀를 뒤처리하는 것도 죽도록 견디기 힘든 일일 것이다. 후성은 무거운 마음으로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얼른 안 들어오고 뭐했니?”

오랜만에 본 아들이 반가운지 엄마가 이를 드러내며 웃는다.

“엄마, 잘 있었어?”

“응”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고?”

“응”

“잘했어 엄마”

요양원에서 몇 년째 지내고 있는 엄마와 특별히 할 말은 없다. 그저 안부를 묻고 얼굴과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면회가 끝나면 병원비를 수납하는 것이 전부다.

“희솔이는 어디 있어?”

“학교 갔지”

“수호 아버지도 한번씩 오니?”

“......”

엄마가 이 질문을 할 때마다 후성은 말문이 막힌다. 후성의 아버지는 이수호 아버지의 운전기사였다. 아버지를 제외한 후성의 가족이 수호의 아버지를 만날 일은 거의 없었다. 어릴 적 검고 반짝거리는 자동차의 뒷좌석에 앉아있는 그를 가끔 봤을 뿐이다.

“엄마, 수호 아버지가 우리집에 왜 와?”

게다가 그 멋지고 위엄있던 남자는 이제 제약회사의 회장님이 되었다. 앞으로도 살면서 만날 일이 없을 것 같은 사람.

“엄마, 수호 아버지는 우리 집에 안 와. 올 일도 없어”

매번 같은 질문에 같은 대답을 한다. 엄마는 3년 전 조기치매 판정을 받았으니까.

“왜 올 일이 없어? 희솔이가 자기 딸인데”

“뭐?”

“희솔이 보러 안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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