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하지만 새로운 시작. 패턴 디자인.
한 가지에 정착하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그건 생각해보면 꽤 오래된 일이다.
긍정적으로 바라보자면 이것저것 좋아하는 일이 많은 것이고,
부정적으로 비판해보자면 뚜렷하게 '그래서 뭘 하고 싶은 건데?'하고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되도록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려 하지만,
무언가 나만의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싶은 나로서는 아직까지 '바로 이거야!!'라는
만족스러운 무언가를 찾지 못했다.
그렇다 보니 자수도 해보고, 그림도 그려보고, 글도 써보고, 인스타도 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고.
결국은 부정보다는 긍정의 기운이 나를 그 어떤 예쁜 길로 안내해 줄 것이라 기대해보며.
몇 년 전, 친구가 조언해준 '네 안의 폭발적인 에너지가 뿜어져 나올 그날이 올 거야!'라는 말을 기억하며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기분 좋은 고민을 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중, 요새 큰 맥락에서 집중하고 있는 일은 바로 패턴 디자인이다.
꽤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던 일들 중 하나인데 결국 패턴으로 아이들 물건도 만들어주고,
공간에도 들어가면 좋을 것 같고, 인테리어 소품이나 옷에 들어가도 좋을 것 같은
예쁜 것들을 브랜드로 만들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그 꿈을 오래오래 접어뒀다가, (사실은 실행력이 부족해서 그랬던 탓도 있지만..)
작년 이맘때 처음으로 펼치기로 마음먹고 브랜드를 만들었다.
바로 '봉봉베르'.
<봉봉베르>라는 이름을 욥과 함께 처음 구상한 날이 아직도 기억난다.
그날이 지금 생각해도 생생하다.
탱글이가 100일이나 200일쯤 되었을 시점인데,
하루하루가 너무 버겁고 아직 어린 봉봉이 까지 독박으로 돌보는 일이 많아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아이들은 시도 때도 없이 나만 찾아대고 나를 대신할 사람은 없고,
씻고 싶은 순간 씻거나 먹고 싶은 순간 먹을 수도 없는 굉장히 구석에 몰린 어느 날.
그날 정말 극적으로 봉봉이 와 탱글이가 일찍 잠이 들었고
욥도 일찍 퇴근해서 아이들 옆에 있어주고, 혼자 씻으러 들어가서 샤워 중에 생각난 것이다.
좀 엉뚱한데, 봉봉이는 그때 즈음 목욕을 할 때마다 네모 모양의 밭처럼 생긴 배수구에
샤워기로 물을 주며 마치 꽃을 키우듯 '쑥쑥 자라라'라고 하곤 했다.
그 장면이 문뜩 떠오르며 동시에 '아이들을 위한 꽃 같은 디자인을 해봐야지.' 하고.
꽃처럼 예쁜 그런 패턴 속에 있는 아이들이 행복감만 느끼도록, 그런 디자인을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런 브랜드를 언젠가 꼭 만들겠다고.
그렇게 씻고 나오자마자 욥에게 이런 마음들을 풀어내어 이야기 하기 시작했더니 대뜸 얼른 이름부터 짓자고
나보다 더 신이 나 했고, 프랑스어를 전공했던 욥의 도움을 받아 그날 밤 바로 이름을 짓기 시작했다.
일단 무조건 내 인생의 뮤즈인 <봉봉>은 꼭 들어가야 하고, 봉봉이와 어울릴 만하면서 좀 들어보지 못한
특별한 이름이어야 하고, 부르기도 좋아야 하며 너무 생소해선 안된다, 그리고 푸르름, 자연과 같은 의미를 넣어 짓고 싶다는 다양한 조건 속에서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시작했다.
헌데, 생각보다 '봉봉'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예쁜 브랜드들이 벌써 많은 게 아닌가!!
이미지를 겹치지 않게 하기 위해, '봉봉어멈'으로 할까 하다가 그건 너무 어른의 시선에서 불리는
이름이다 보니 디자인의 한계가 있을 것 같고. '봉봉+무엇'이 되거나 '무엇+봉봉'이 되어야 했다.
엄청나게 많은 단어들이 오갔지만, 결국 결정된 것은 <봉봉베르>!!
찾아보니 그날이 며칠이었는지 알 수 있는 메모가 발견됐다.
그렇게 그날 <봉봉베르 / Bonbonvert>가 결정됐고,
그로부터 2년이 훌쩍 넘어가는 시점에야 그 이름이 알맞은 옷을 찾아 입었다.
여러 가지 시안들이 나왔지만,
이거다! 싶은 게 뭘지 한참 고민하던 중.
일단 아직은 시작이니까 심플하게 하기로 결정!
이 글의 맨 상단에 올려진 이미지가 바로 <봉봉베르>의 첫 얼굴이 되었다.
봉봉베르. 초록이면서, 설레는 듯 뭉개 뭉개 구름 같기도 하고, 즐거워 보이면서,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움직임 같은 느낌의 로고.
여러 고민 끝에 선택한 아이라 더 애정이 간다.
로고는 시안에서 작업했던 것처럼 상황에 따라 변신시켜도 좋을 것 같고.
막상 로고까지는 만들어도 패턴을 만들려고 하다 보니
자연이라는 테두리에 갇히기도 좀 아쉬운 것 같아서. 확장성을 두면 좋을 것 같았다.
그렇게 봉봉베르의 1막은 작년에 시작되었고,
그 후로 여러 디자인을 만들어 내려고 작업하던 중
봉봉이와 탱글이가 연이어 아프던 어느 날 그 일은 당분간 중단되었다.
아쉽게도.
흐름을 이어서 쭉- 작업하는 게 참 좋은데,
육아와 일을 함께 하려니 뭘 해도 쉽지 않다.
그래서 결론은, 부족하지만 패턴 디자인 브랜드를 만들어 작업하고 있다.
이제 정말 걸음마를 뗀 정도이고,
봉봉과 탱글에게 보고, 입고, 사랑을 느끼게 해 줄 수 있는 그런 디자인들을 해나가려고 한다.
그리고 봉봉베르의 일부 디자인들은 봉봉이와 탱글이의 귀여웠던 일들을 적어놓은
브런치 글들에서 예쁜 부분을 뽑아 디자인으로 만들고 있다.
하나씩 디자인을 올려올 때마다 그간의 일러스트 속에서
숨은 그림 찾기 하듯 그림들을 찾아나가는 재미도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다음 편엔 작업하고 있는 디자인들과 그 이야기들을 정리해서 써봐야지!
이렇게라도 시작하려고 합니다.
봉봉베르의 성장기! 지켜봐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