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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어멈 Dec 15. 2022

브런치에 글 쓸 의욕이 사라지지만.

탱글이가 손 댄 그림 때문에 다시 힘내봐요.


브런치는 시작된 이래로 오랫동안,

나의 안식처였다.


글을 쓰고 있을 때도,

쓰고 있지 않을 때도,

글을 쓰지 못하는 때에도.

가지 않아도 언제나 나를 위해 기다려주는 비밀 정원 같았는데.

갑자기 찾아가도 늘 반겨주는 부담 없는 친구 같았는데.


그런 브런치가 변했다.


쓰고 그리기 시작한 지 7년여가 된 시점에, 새롭게 단장도 준비하고 있었는데.

아무 생각 없이 진행한 업데이트가 내 마음을 흔들어 놨다.

브런치 앱이 새단장을 했는데, 그게 문제가 됐다.


며칠을 둘러보며, ‘아니야. 아닐 거야. 어딘가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브런치 now 페이지를 찾아봤지만 그 어디에도 그 페이지가 나타나질 않는다.

물론, PC와 아직 업데이트를 진행하지 않은 패드에선 기존의 앱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그마저도 절대로 앱 업데이트를 하고 싶지 않아 졌다.


브런치에는 실시간 글을 업데이트 순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브런치 now] 페이지가 있어서

굉장히 새로운 글들, 우연히 볼 수 있는 루트로 다른 작가분들의 글을 보며

공감하고 알아가는 좋은 경로가 되어 주었는데

그런 브런치가 새단장을 했다. 그런 공간 없이 말이다.


그리고 많은 작가분들이 함께 글을 쓰는 공간이다 보니 그 시간이 길지 않지만,

짧게나마 내 글이 어딘가에 노출이 될 수 있는 공간이었는데.

소소하게 글을 쓰는 작가들에게 조금이나마 기댈 곳이라 느껴졌는데.


이제 브런치는 신진작가, 무명작가들에겐 기회를 주고 싶지 않은가 보다.


‘글을 메인에 뜨게 하고 싶다면?! 잘 쓰세요!’

하는 메세지가 담긴 듯 한 새 단장.


처음 내 브런치의 시작도 ‘누구보다 글을 잘 써야지! 누구보다 그림을 잘 그려야지!’하는 마음 보다,

‘누구라도 내 글을 읽어준다면.. 내 작업들을 봐준다면.. 너무 설렐 것 같아..’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새로 시작하는 분들께 좀 더 문턱이 높아진 브런치가 좀 야속하다. 그리고 내게도.

자주 글을 쓰지 않아도, 누군가에게 pick 되지 않아도 내 글이 독자들을 만날 수 있는

부담 없는 통로가 되어 주었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그게 쉽지 않게 돼버렸다.

기운이 푹푹 빠진다.


아마도 브런치 측에서도 새단장을 하며 고민이 많았을 터.

10여 년을 앞둔 시점에서 완전히 변화를 한번 해야 한다고 나름의 부담도 있었을 것 같지만,

한 명의 독자로서 아쉬움이 남는건 어쩔 수 없다.


물론 아직도 컴퓨터로 브런치에 접속하면 기존의 형식대로 글을 확인할 수 있는데 뭐가 문제냐 싶겠지만,

이미 손 안의 컴퓨터가 되어버린 간편한 핸드폰 속에서는 쉽지 않다는 게 문제.


‘브런치의 변심이 밉다.’

서운하다 브런치.




탱글 선생님의 조언과 시범으로 완성된 엄청난 그림.


너무 속이 상해서, 그런 마음을 그림으로 그려보려고 하고 있는데. (심술이 잔뜩 난 채로)

내가 좋아하는 꽃, 예쁜 나무, 예쁜 다람쥐들이 있는 내가 좋아하는 공원이 흐트러진 느낌으로.


그때 갑자기 무명의 아티스트 탱글님께서 오셔서,

근엄하게 훈수를 두기 시작하셨다.


그는 조심스럽게 내 그림을 보며

“엄마 여기 나무에 벌집이 없잖아요~!” 라며 벌집을 그리라고 하더니,

심지어 펜까지 뺏어서 “엄마 나도 그려볼래요.” 한다.


“엄마 그림에는 햇님도 없고, 구름도 없고, 나무가 사과나무니까 사과도 있어야 하고,

여기는 언덕이라 이렇게 그려줘야 하고..” 하며 신나게 엄마의 그림에 훈수를 둔다.


그러고선 잠시 자리를 비워야 했는데,

어머 이 녀석. 그림을 완성을 해놨네??

그림이 나쁘지가.. 않다???



원래 스케치가 꽤나 마음에 안드셨던 모양이다. 탱글 선생님. (많이도 손댔네)



엄마 속상해하지 말라고.. 자기가 이렇게 이쁘게 완성했는데,

계속 속상해만 하고 있을 거냐는 듯 그림을 엄청 멋지게 완성해놨다.

그리고 제일 맘에 드는 건 처음 내 그림하고 느낌을 너무 다르게 완성해 두었다는 것.


심술이 나서 꽃들도 내 마음처럼 쓰러지게 그려놓고 나무도 속상한 표정이었는데,

나무도 메롱 하며 기분 좋은 표정으로 그려주고 나무엔 사과나무라 열매가 주렁주렁하게 변신해 있었다.

특히 엄마옷은 핑크에 신발도 핑크로 기분 좋은 색깔로 잔뜩 그림을 꾸며 놓고 말이다.

마음이 속상한 나를 대신해서 그림을 완성해 준 탱글이가 기특했다.


망친 게 아니라, 완성이 된 이 기분.

네가 있어서 다시 힘을  볼게, 탱글아!

(깨알같이 커피도 딸기쥬스로 바꿔줘서 고마워!)


서운함을 내려놓고, 다시 용기를 내보자.

좋은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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