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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어멈 Feb 06. 2017

봉봉 맞춤형 화장품.

봉봉용 화장품 / 이제 엄마꺼 들고 가지마~!


얼기설기 봉봉용 블러셔



며칠 전 봉봉과 함께 놀러 간 지인의 집에서

봉봉은 아이들 용 플라스틱 화장품을

꽤 마음에 들어했다.

원래는 아이들끼리 참 잘 노는데

그날따라 그 화장품 장난감을 만난 봉봉은

셀 수 없이 어멈 얼굴에 화장을 해줬더랬다.

(진짜 묻는 형태의 장난감이었으면, 분명.

어멈 얼굴을 알아볼 수 없게 됐을 거다)


그래서 문득 '봉봉도 하나 사줘야겠다.' 하다가,

종이로 한번 색칠해가며 만들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갑작스럽게 시작된 낙서 시간.

욥의 피로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봉봉의 시선을 빼앗는 프로젝트가 필요했다.



봉봉의 열정적인 손사위



처음 취지는 분명 봉봉과 함께 화장품 만들자고 하면서 같이 낙서하고 즐겨볼 생각이었는데,

어느새 어멈은 작업의 세계로 빠져들고.

스케치북을 혼자 독차지해서는 어멈의 스케치에

낙서 줄을 긋고 있는 봉봉에게

핀잔까지 주기 시작했다.

심지어 그 시끌시끌한 소리에

욥은 거의 쉬지도 못했다.


주객도 전도되고 뭔가 처음 계획과는 달리 가는

느낌이 있었지만,

어멈은 신이 나서 스케치를 슥슥 해간다.




오랜만에 마커를 꺼내서 슥슥슥 신나게.

봉봉에겐 거듭해서 "엄마꺼니까 쿵쿵 찍으면 안되."라고 설명하며 색을 칠하고,

거듭해서 봉봉의 열정낙서를 저지하며 그려나갔다.



자르고,



접고,



붙이고.





짜잔! 완성!





"아~! 잘 놀았다."


사실 누가 누구랑 놀아준 건지 모르겠다.

만드는 내내 봉봉과 서로 재료 가지고 티격태격.

누가 가위로 자르네 마네 풀을 붙이네 마네 하며.

이건 뭐지 저건 뭐지 자꾸 물어서 또 중얼중얼.


봉봉을 계속 바라보고 있지는 않았지만 어멈의 입은 쉴 새 없이 봉봉과 함께였다.

그거 하나만은 원래의 취지와는 잘 맞았다.

주말에 신나게 함께 놀아주기.


봉봉이 하나하나 완성될 때마다 기대하며 기다리는 모습도 너무 예뻤고,

(중간중간 소스를 들고 도망 다니긴 했지만.)

모처럼 손으로 슥슥 만드는 일에 재미가 붙어서 어멈은 그 시간이 너무 즐거웠다.


정말 장난 같은 장난감을 만들어 보자고 시작한 건데,

어멈이 너무 열정을 다했나 보다.

왜냐면 너무 마음에 드는 애들이 되어버려서.


그리고 그걸 가지고 얼굴에 화장한다고 슥슥 바르고 있는 봉봉을 보니

봉봉도 꽤 봉봉용 화장품이 마음에 드는 눈치다.

다음번엔 좀 더 정교하게, 좀 더 장난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잘 만들어서 줘 봐야지.

근데 이상하게도,

그럴수록 안 가지고 놀더라.


그래도 행복한 일요일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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