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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어멈 Sep 30. 2017

Begin Again, Begin Again(st).

봉봉 에피소드/ 나의 힐링을 반대하는 그녀에게.



"(Her) Begin Again, Begin Against."

"(그녀가) 다시 시작하다, 다시 반대하다."



여름휴가가 끝나가던 어느 주말의 이야기다.

짧은 휴가 뒤에 맞은 주말 오후에 녹초가 된

욥과 어멈, 봉봉은 함께 방에 모였다.


봉봉은 카시트에 지치고, 어멈은 봉봉의 방학에

지치고, 욥은 종합적으로 지치고.

그래서 우리에겐 각자의 힐링 시간이 필요했다.


봉봉에게는 그녀가 원하는 물감놀이를 하게

해주고, 욥과 어멈은 방에서 함께 보고 싶었던

'비긴 어게인'을 몰아보기로 했었다.

여름 동안 어멈의 힐링을 책임진 프로그램.



밀려있는 5화 6화를 보고 있는데, 정말 그 음악과 분위기가 너무너무 좋았다.


영국 체스터를 배경으로 윤도현이 'My soul

<당신이 만든 날씨>' 라는 곡을 부르는 장면에서

마치 그곳에 들어가서 보는 기분으로 빠져들었다.


"우와... 음악도 너무 좋고 분위기가 최고다..." 하며

음향효과 덕인지 현실감이 너무 들어서

몰입을 한참 하고 있는데.

...?


주섬주섬, 주섬주섬. 가리지마라 봉봉.


갑자기 그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분명 물감놀이에 심취해 한동안 집중하고 있었는데.

TV 정 중앙에 나타난 그녀가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내는 것 같았다. (참고로 TV장 아래엔 봉봉의

책장이 자리하고 있다.)


어멈은 공연을 보는 기분을 놓치기 싫어서

봉봉에게 거듭 다급한 못소리로 얘기했다.

"봉봉아 좀 비켜줄래~!!!

엄마 지금 그 노래 너무 듣고 싶은데~!"


다행히 봉봉은 순순히 비켜줬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는 것을.. 그땐 몰랐다.


잠시 후.


어디선가 낯익은 듯 어색하게 울려 퍼지는 생각지도 못했던 음악이 들려왔다.


도현삼촌 미안해요.


갑작스레 봉봉은 버튼을 누르면 노래가 나오는

노래 동요 책을 꺼내서는 <나비야>노래에 맞춰

노래를 부르며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다음 노래는 <우리 모두 다 같이 손뼉을~!! 짝짝!!>하는 노래.

어찌나 신명 나게 부르는지.


처음엔 약간의 짜증이 나려고 했지만, 그러려는

순간 그녀의 당당함에 황당하고 웃음이 나버렸다. 하필 엄마가 힐링하며 음악 좀 듣겠다는데.

굳이, "우리 모두 다 같이 손뼉을!" 하면서

노래와 함께 손뼉과 발까지 굴러가며 열창하는

그녀의 모습에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노래는 메들리로 시작돼서 멈추지 않았고,

봉봉은 자신만의 공연에 심취했다.

비록 TV였지만 진지하게 공연을 감상하던 어멈과 욥에게 잠시의 휴식도 허락하지 않는 욕심쟁이.


그 모습이 너무 웃기기도, 화가 나기도 해서

어멈은 "너 이러기야 정말!!" 해보지만,


그 순간이 지나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역시 넌 나의 영원한 뮤즈.



PS. 봉봉아 노래는 그렇다 치고 박자 연습은 좀 더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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