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봉봉어멈 Oct 20. 2017

나만의 산타클로스들

어멈 에피소드/ 올해도 크리스마스이브에 양말 걸어야지.




지난 주말 동네근처 체육관에서 열린 벼룩시장에 봉봉과 봉봉친구네와 함께 구경을 갔다.

거기서 아주 저렴한 가격에 거의 신기지 못했다는 유아용 부츠를 발견!

5천원에 득템을 하고 얼마나 신나서 왔는지 모른다.


그런데 불현듯, 머릿속에 스치는 부츠에 대한 추억이 떠올랐다.


아주 오래전 어느 겨울날이었다.

아직 내 손이 작은 귤만할때, 엄마 손을 잡고 어느 마트엘갔다.

그날 엄마는 나에게 예쁘고 굽이 조금 있는 하얀 부츠를 신어보라고 하셨고

어린마음에도 그 부츠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서 몇일 후, 깜깜한 밤이 된 방 안.

아빠랑 내가 작은 손전등을 들고 나란히 앉아

이불을 뒤집어쓴채 무언가를 기다렸다.

아빠는 그때 내게 “이렇게 기다리다보면

산타할아버지가 오신다~!”고 같이 기다리자고 하셨다. 아마 그날이 크리스마스이브 였나보다.


하지만 어느새 스르르 잠이들어 버렸고,

눈을 뜨자 머리맡에는 선물상자가 놓여있었다.

얼른 열어보니 그 상자엔 엄마랑 신어보고 왔던 예쁘고 하얀 부츠가 들어있었다.



그 겨울 그리고 그 다음 겨울까지, 발이 커져서

도저히 안 들어갈때까지 나는 그 부츠를 그렇게

좋아했다. 산타엄마아빠가 주신 선물을.


마트에 가서 엄마랑 직접 신어봤는데도 엄마아빠가 주신 선물이라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냥 산타할아버지가 정말 주고 가셨겠거니 했다. 참 순수했다.


하지만 진실은 어느날 장롱위로 살짝 보인 낯익은

포장지를 발견하며 갑작스레 알게 됐는데,

조금 충격적이었지만 괜찮았다.


다행히 그 산타들은 그 후로도,

꽤 시간이 흐른 뒤에도 매년 선물을 배달해줬다.

때론 책, 때로는 가지고 싶었던 장난감.


다만 시간이 흐를수록 부피가 점점 줄어들었고,

때로는 귤, 때로는 동전들. 때로는 아빠양말만 덩그러니 놓여있던 날도 있다.



재미있는 선물들이지만 막상 받아보면 조금 착잡한 선물들의 연속이었다.

하긴. 다 큰 딸이 매년 크리스마스에 “산타할아버지 기다려야지~!”하면서 머리맡에 빨간양말 걸어놓고 하니, 얼마나 황당하셨을지.


그렇게 아침에 일어나 특이하고 특별한 산타들의 선물을 받으면 소소한 것이라도 다 좋았다.

결혼 하기전까지 근 30년은 그렇게 산타들과 함께였다.


엄마아빠가 이런 추억들을 함께 기억하고 있을까?

원래 주는선물보다 받는 선물이 더 강렬한 기억이기에 아무래도 나만 기억하고 있을것 같다.


아직도 크리스마스가 다가올때면 왠지 양말을 걸어놓고 싶어진다.

심지어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로 부모님께 크리스마스즈음해서 전화를 걸어

선물을 기대하는 눈치를 (여전히)보내보지만,

아빠엄마는 “응~그래!”라는 대답을 시원하게 해주시지만, 그게 끝일 뿐.

이젠 아무것도 없다. 내꺼 말고 작은 봉봉이것만 있다.


그래도 곧 크리스마스니까 올해도 넌지시 신호를 보내 볼 참이다.


나는 영원히 엄마아빠의 봉봉이고 싶은가보다.

아마도 봉봉일거다. 우리 엄마아빠의.



철없는 딸내미의 철없이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철없는 에세이.



매거진의 이전글 Begin Again, Begin Again(st).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