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수 있는 건 안먹고, 먹으면 안되는 건 먹고.
참 이상한 일이다.
어멈과 욥은 맛있는거 먹는것을 참 좋아하는데,
의아하게도 봉봉은 다르다.
분명 혈액형으로봐도 그렇고,
어멈과 욥을 기가막히게 반반씩 섞어놓은 모습을 보면
분명 우리 새끼가(아기가) 맞는데. 정말 그 마음을 알 수가 없다.
그런 봉봉의 만행들은 다음과 같다.
먹는거 -----> 만져보고 두드려보고 바닥에 던져본다.
안먹는거(크레파스나 전화기 등등) -----> 먹어본다.
거기에 더불어 요새는 자아가 점점 형성되는 시기라 그런지
먹는거 안먹는거를 가린다기 보다 그냥 봉봉 마음이 내키는 대로 하는것 같다.
그래서 어멈은 봉봉과 함께하는 시간중에 많은 부분을 밥과의 전쟁을 치뤄야했다.
초기 이유식때도, 중기에도, 후기에도,
심지어 지금도. 휴.
처음에는 매일매일이 너무 힘들었다.
도대체 왜 안먹을까. 국이 짜서일까? 내가 음식솜씨가 별로인가? 입맛이 없나?
고민의 연속이고 어떤것을 줘야 먹을지 고민하는게 주된 일이었다.
심지어 소아과 선생님은 봉봉이 잘 크려면 소고기를 매일 먹여야 한다하고.
봉봉은 먹지 않으니 어멈은 애가타고.
그게또 그냥 안먹는거면 이렇게 답답하지는 않았을거다.
입에 못들어오게 혀로 막기, 입에 넣는척 하다가 뱉어내기.
입에 손을 넣어 꺼내서 바닥에 던지기. 요걸 그냥!
봉봉은 어멈과도 전쟁을 치르지만,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음식들과 매일 싸우고 있는 셈이다.
그와중에 이것을 다행이라 해야할지.
봉봉이 좋아하는 두가지 음식이 있다. 바로 단무지와 신김치.
봉봉이가 너무 밥을 안먹던 어느날
어멈이 먹는 김밥을 그냥 하나 그릇에 놓아주었는데,
그 안에 든 단무지를 한 입에넣더니 오물오물 너무 좋아하는 거다.
또죠또죠를 연발하며!
김치는 외할머니가 봉봉에게 밥을 먹이다가
우연히 밥이 밍밍해서 그런가보다고 김치를 주셨는데
역시나 또죠또죠 하면서 너무 잘막는 거다. 세상에.
그후로 밥을 먹이며 종종 단무지와 김치를 함께 주곤한다.
그리고 요샌 그냥 먹이는 일에 어멈과 봉봉의 하루를 낭비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그로인해서 체력소모 감정소모가 너무 크기에.
게다가 어멈과 욥의 성장사이즈를 봤을때
봉봉도 유망주 이기 때문에 '그냥 먹을때 되면 먹겠지.'하는 마음을 갖고 지낸다.
그래서 영유아에게 필수인 소고기 안먹인지 한달도 넘어간다.
다음번 영유아 검진때 혼나겠지. 휴.
이번 글은 정말 한숨이 넘쳐난다.
그래도 잘놀고 자기 좋아하는건 잘 먹으니
그냥 그걸로 됐다 생각하고 맘편히 지내려고 한다.
나도 살아야지~!!!!
그래도 막상 또 안먹으면 고민하고 한숨 쉴테지만,
내일은 다르겠지 하는 기대를 해보며 마무리!
+++
(그리고 이 글을 썼던 때로부터 7년이 지난 지금의 이야기를 덧붙이자면,
9살이 된 봉봉이는 밥을 2-3번씩 먹을때도 있을정도로 가리는것 없이 너무나 잘먹는다.
결론은, 이유식 좀 안먹는다고 얽매이지 말것을 왜그리 시간을 허비했나 싶다.
앞으로도 명심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