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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어멈 Nov 26. 2015

가지가지 봉봉.

뱃속부터 가지가지 했던, 귀여운 내 가지가지.


가지가지한 가지가지들.



며칠전 삼총사에게 특별한 날이었다.

어멈과 욥, 봉봉은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집 근처 커피숍에 갔다.


커피를 주문하고 봉봉과  앉을자리를 둘러보는데, 누군가 갑자기 다가와서 인사를 건네 왔다.

바로, 봉봉을 건강하게 태어나도록 도와주신 산부인과 원장님.

물어보는 게 많았던 초보 어멈과 욥을 기억하고 반갑게 인사를 해주시는 거다.


봉봉에게 "태어날 땐 못생겼었는데 이젠 많이 예뻐졌네!"라는 칭찬이지만 애매한 인사와 함께.

우리도 선생님이 너무 반가웠다.


"특별한 날이라 커피 한잔 하러 왔어요"하고 말씀드리니 케이크라도 사주신 다는걸 말씀만 감사히 받았다.

좋은 인연은 어떻게 만나도 이렇게 반갑구나.


사실 오늘 이야기는 선생님을 만나면서 문뜩 떠올랐다.

봉봉을 어멈의 배 속에 데리고 있던 시간들에 대한 기억.

 


6관왕 봉봉 요약정리



뱃속에 있던 10달 동안, 사실 봉봉은 다양하게 어멈을 힘들게 했다.


뱃멀미를 하며 배를 타고 미국 정도는 다녀온듯한 기분이 들던 잊고 싶은 입덧.

요새는 많은 사람들이 해당되기는 하지만 많은 비율로 아닌 경우가 더 많은 임신성 당뇨.

게다가 살면서 단 한 번도 없었던 빈혈.

임신성 당뇨를 철저하게 조절해보겠다는 일념에 무리한 운동을 하다가 조기수축.


7개월부터 고집스럽게 거꾸로 자리 잡아(역아) 가뜩이나 조기수축으로 누워있어야 하는데

틈틈이 고양이 자세로 얼굴을 바닥에 깊게 내려 고양이 자세 운동을 해야 했고.

결국 역아로 마지막 제왕절개까지. 6관왕을 깔끔하게 완성했다.

평소엔 특별히 남들 안 하는 거 하는 편이 아닌데,

임신해서 정말 남들 잘 안 하는 거 원 없이 했던 것 같다.


이렇게 구구절절한 일들 중에, 조기수축으로 처음 입원을 했을 때 병문안을 왔던

봉봉 고모가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그림이라며 보여줬던 웃기게 생긴 가지 그림이 생각났다.

그 그림을 보고 웃으며 우리는 뱃속의 봉봉에게도 정말 가지가지한다고 살짝 핀잔을 주었었다.


그래도 너무 다행히 건강하게 태어나 줬고,

그래도 엄마이기에 단 한 번도 봉봉을 원망한 순간이 없었다.

그저 조심해서 꼭 10달 채워서 만나자고 달래고 어르고 다독였다.


어느새 시간이 많이 지나고 그때의 기억들이 가물가물 하지만,

봉봉을 내 안에 품고있던 10달은 내 인생에서 참 힘들기는 했어도

그 꼬물거리는 움직임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맥락상 뜬금 없는 이야기이지만,

봉봉은 이유식에 가지만 넣으면 그렇게 뱉어낸다.

봉봉에게  가지가지한다고 핀잔을 줘서일까?


제발 (입에 있던거 집어던지거나) 뱉지 말아주렴.

그냥 옆에만 놓아줘도 어멈이 덜 힘들잖니.

봉봉의 편식은 그 언젠가 해결되리라 믿으며.


봉봉에게 비밀을 한 가지 말하자면,

'봉봉아 사실 엄마도 가지 18살에 먹었어.

너만 가지가지는 아닌가 보다.'





(가지야 미안. 너도 긍정적으로 쓰이고 싶을텐데. 내탓 만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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