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멈의 손그림/ 친구들을 생각하며.
어멈의 엄마께서는 어멈이 어릴적,
'꽃예술'이라는 장르를 배우셨었다.
집에서 종종 꽃잎모양 천에 정성스레 염색을 하고
다리미로 곱게 다려 꽃입을 살아나게 하는
그 모습이 참 좋았다.
하지만 언젠가,
어멈이 학창 시절즈음일 때 엄마가
이젠 '꽃예술'재료가 창고에만 박혀있고
더 이상 만들지 않으니 버리시겠다고 했다.
어멈은 너무 아쉬웠지만,
왠지 말릴수 없었다.
엄마가 가지고 계셨던 염색물감들과 독특한 재질의 천들.
지금도 '그때 내가 끝까지 가지고 있겠다고 해볼껄.'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때부터 꽃에대한 남다른 사랑이 시작됐던것 같다.
그렇다고 실물 꽃을 대체로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몇 몇만 좋아하는 약간의 편꽃쟁이다.
단지 예쁜 꽃을 잘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불현듯!
꽃을 그려볼 좋은 기회가 왔다.
바로 친구의 결혼식.
소중한 친구가 결혼을 앞두고 있어서 조촐한 선물을 준비하며,
왠지 아쉬운 마음에 카드를 한장 쓰기로 했다.
처음엔 삼총사를 그릴까 했는데,
영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고.
부케를 그려줄까 고민하던 중 '꽃 말'이 떠올랐다.
기왕 꽃을 그리더라도 좋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 꽃을 그려야지.
마침 이번주 결혼식에 참석하는 다른친구 몇몇에게 함께 줄 꽃을 그려보기로 했다.
총 네명의 친구에게.
다음은 네명의 친구에게 선물한 그림들을 담백하게 소개할까 한다.
먼저 결혼하는 친구에게 가장 어울리는 꽃말이 뭘까 고민하다가 찾아낸 꽃은
<모란>. 모란의 꽃말 : 부귀, 영화, 행복한결혼.
진실된 사랑, 마음을 함께 나눌수 있는 진짜 사랑을 찾고 있는 친구에게는
<장미>. 붉은장미 : 열렬한 사랑,기쁨,아름다움,정열
또 다른 친구는 사랑하는 사람과 조금 난관이 있어서 힘들어 하고 있는데
곧 좋은 소식을 기다리며 준비하고 있기에,
<유자꽃>. 유자나무 : 좋은소식. (너무 담백했나?)
마지막으로 제일먼저 결혼해서 아기도 낳고 삶의 경험도 많지만, 늘 아가씨때처럼 아름다운 친구에겐
<석류꽃>. 석류 : 원숙미, 원숙한 아름다움.
이렇게 총 네가지 꽃을 정물화처럼 그려봤다.
처음써보는 오일파스텔이라는 녀석으로 슥슥슥.
잘 그려질것 같았지만 쉽지 않았다.
마치 봉봉이 처음 크레파스를 잡은듯한 손놀림으로 천천히 그려나갔다.
오일파스텔은 마치 어릴때 많이 썼던 크레파스와 같지만
그보다 더 색상이 잘 어울어지는 독특한 질감의 재료였다.
보자마자 '딱,이 꽃이다!'
싶지않지만 각각의 꽃이 가지는 느낌을 손가는 대로 편안하게 그려보고 싶었다.
친구들도 생각하고 그들의 현 상황들도 생각하며 그리다보니 더 정이 담뿍 들어갔다.
사실 좀 촌스럽고 마음에 쏙 드는 꽃들은 아니지만 여러차례 또 그려봐야겠다.
꽃에대한 열망은 당분간 계속될듯 싶다.
어멈이 그림을 그리며 그들을 더 생각하며
애틋해지듯 이 카드가 친구들에게 소중한 한켠이 되어주길.
그렇지만 왠지 모처럼 직접쓴 카드를 직접 전해주려니, 게다가 직접그린 그림이라니..
너무 부끄러울것 같다는 생각이. 헤어지기전에 주고 달아나야지!
봉봉아 아빠랑 잘 놀고 있어!
어멈은 오늘 자유다~
Jan 30.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