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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어멈 Jan 23. 2016

봉봉에게 받은 선물 (2015)

때 지난 크리스마스 선물 리뷰 / merry bonbon!


어멈아, 옷이 작다.


봉봉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예쁜 산타 티셔츠를 만들어 주려고 했는데,

심사숙고해서 주문한 천이. 의외의 재질이었다.

마치 성가대 복장을 만들어야 할 것 같은 그런 재질.


좌절했다.

보송보송한 기모면일줄 알았는데.

역시 옷감은 직접 가서 보고 사야 딱 마음에 드는걸 구매할 수 있는 것 같다.

고민에 빠졌다. 이걸 어쩌지.


다행히도 생각해보니 함께 주문한

바이어스 끈(정확한 표현인지는 모르겠으나

옷의 가장자리를 마감하는 편으로 된 끈 묶음)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는 귀여운 끈이었던 터라, 그걸로 한번 느낌 살려보자 다짐하고

제작에 들어갔다.


일단, 패턴을 그리거나 제작해본 경험이 없으므로 봉봉의 옷 중 가장 넉넉하게 맞는 옷을 꺼내서

천에 슥슥 그려나갔다. 접어서 하나의 면이 나와야 하는 팔 부분은 한 면을 쵸크로 그리고 반대면을

다시 뒤집어 대서 그리는 아주아주 원시적인 방법을 사용했다.

그렇게 프로젝트가 시작!



재단을 하기 전엔 막막했는데 막상 재단을 해놓고 보니 갑자기 빨리 만들어서 입히고 싶다는 생각에,

단숨에 작업을 시작했다.

일단, 제일 먼저 시작한 건 팔부분.

팔부분을 하나 완성해 보면 전체에 대한 자신감이 생길 것 같았다. 그렇게 뚝딱뚝딱.


신기하게도, 봉봉을 위해 무언가 만들 때면

시간도 참 빨리 가고 너무 신나곤 한다.

빨리 입혀보고 싶고.

하지만 늘 봉봉이 자고 나서야 작업해야

했기 때문에, 다음 과정들은 2주~3주 정도

띄엄띄엄 작업했던 것 같다.



완성된 팔과, 몸체 부분을 연결해보고 점점 옷이 형태를 갖춰갈 때마다 뿌듯하고 신이 났다.

자수와 손바느질이 천직인 건가!


사실 봉봉은 옷이 만들어지는 중간중간

귀찮게도 어멈에게 붙잡혀 모델 노릇을 해야 했다. 하지만 녀석도 어멈의 정성을 아는지

순간순간 너무 신나 했다.


팔부분만 완성됐을 때 봉봉 팔에 끼워주니,

이 녀석이 너무 마음에 들었는지 도망가서

달래서 다시 찾아오느라 혼이 났다.

그렇게 짧지 않은 시간이 든 작업으로

티셔츠가 거의 형태를 갖췄다.


다음은 신축성이 별로 좋지 않은 소재의 특성상

머리만 쓱 넣어서 입을 수가 없는  티셔츠였기에,

똑딱이 단추를 달아보기로 했다.


그냥 단추가 아닌 똑딱단추 달기는 처음해 본거라 영 서툴고 심지어 옷의 뒷면은

쭈글쭈글하게 마무리가 돼서 영 아쉬웠다.

(다음엔 손바느질로 티셔츠는 안 만들거라

다짐했기에 더욱 아쉬웠다. 손끝이 너무 아파요.)



그렇게 옷이 순조롭게 마무리가 되고,

이제는 자수 차례.

어떤 문구를 쓸지 많이 고민했다.

크리스마스니까.. 산타 봉봉, 메리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봉봉 등 다양하게 생각해보던 중.


꼭  크리스마스뿐이 아니라 늘 봉봉이가 즐겁기를

바라며 'merry bonbon'으로 당첨!

자수를 놓기 시작했다.

'이제 이것만 하면 입힐 수 있어!' 하는 흥분과 함께.



드디어 완성!!!!!!!!!! 그날 밤이 크리스마스

전전 날이었는데, 마음은 크리스마스날 짠!

하고 머리맡에 놓아주고 싶었지만.

실패했다. 욥과 어멈이 늘 그렇듯

우린 선물을 준비해놓으면 빨리 알려주고 싶어서  근질근질하기 때문에.

그렇게 옷은 다음날 아침 봉봉에게로 갔다.

쨘!!!


봉봉은 예상대로! 너무 너무 너무 좋아했다.

입힐 때 신축성이 좀 부족한 천이라 신중을 기해야 했지만, 올해 크리스마스는 딱 알맞게 입힐 수 있을 것 같았다.


봉봉은 크리스마스에 이 옷을 입고 내내 앞에 수

놓아진 자수를 손가락으로 긁어보며  행복해했다.

오돌토돌 한 것이 마음에 쏙 든 눈치였다.

처음으로 봉봉에게 어멈 손으로 만들어준

티셔츠이니까 나중에 시집갈 때 선물해줘야지.

아무에게도 주지 않을 너만의 것.


봉봉에게 사실 감사하고 싶었다. 고마웠다.

임신을 하고서 소중한 친구에게 선물받은 출산용품 DIY셋트를 왠지 손이 안 가서 미뤄뒀다가,

어멈이 입덧 및 기타등등 바깥 외출이 쉽지 않아

무심코 시작했는데. 그때 알았다.

자수, 바느질이 내 적성에 꼭 맞다는 것을!


그 길로 친구에게 선물 받은 Diy세트를

순식간에 만들어 버렸고,

봉봉을 위해 조끼도 추가로 키트를 구매해

만들어 버렸다.

그 다음엔 장난감, 기저귀 보관 파우치 등등도.



친구에게도 너무 고마웠지만,

이 모든 일의 시작이 있게 해 준 봉봉에게

너무 고마웠다. 그 뒤로 어멈은 바느질을 하며

스트레스도 풀고, 그 시간만큼은 (목과 팔이 좀

아프고 손가락에 바늘이 찔리는 것을 제외한다면)

너무 행복했다. 지금도 행복하다.

언젠가 봉봉에게 말해주고 싶다.


"네 덕에 엄마가 행복해졌어. 정말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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