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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어멈 Dec 24. 2015

크리스마스 선물 (2015)

욥의 스무고개 / 어멈이 받고싶은 크리스마스 선물은?


<봉봉을 위한 2015년 크리스마스 선물!>

봉봉을 위해 만든 크리스마스 선물! 후기는 차후에.


한 달도 더 전부터 어멈은 봉봉을 위해 크리스마스를 준비하고 있었다.

예쁜 산타 티셔츠를 만들어 주기로!


재단을 하고, 구상을 하고, 손으로 만드느라 시간은 좀 걸렸지만 어제 드디어 완성했다.

봉봉이한테 보여주니 요 며칠 새로 익힌

"에뽀! 에뽀! (번역: 예뻐!  예뻐!)"를 연신 외쳤다.

이 모습을 보려고 몇 날 며칠을 손가락이 트도록

바느질을 해댔다. 정성스럽게.

그렇게 한동안은 봉봉의 산타복을 크리스마스전에 완성시켜야 한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담고 있었다.


하지만 욥은 달랐다.

며칠 전부터 어멈에게

"크리스마스에 어떤 선물 받고 싶어? 갖고 싶은 거  없어?"라고 물어왔다.

어멈은 사실 딱히 필요한 게 없었다.

늘 그랬듯 크리스마스 선물은 실용적이기 보다는 의미 있는 것이어야 선물 같다 생각했고,

그렇다 보니 당장 생각나는 선물이 없었다.


그렇지만 뭔가 가슴 한편에 받고 싶은 게 있는 거

같은데 생각이 나지 않는 그런 것이 느껴졌다.


생각많은 어멈, 이불 안덮는 봉봉.


봉봉을 재우며 방에 누워있는데,

갑자기 생각이 났다.

어멈이 갖고 싶은 게 있었구나.

순간 마음이 먹먹해졌다.


봉봉이 잠들고 나서야 거실로 나가

욥과 거실에 마주 앉았다.

그리고는 갖고 싶은 선물이 생겼으며,

왠지 그냥 말하기엔 쑥스러워서 무엇인지 한번

스무고개로 맞춰보라고 해봤다.

역시 예상대로 우리의 대화는 재미났다.



"우리 집에 있는 거야?" "응"

"먹을 수 있는 거야?" "아니"

"작은방에 있는 거야?" "때로는"

"안방에 있는 거야?" "때로는"

"물건이야?" "때로는"

"책이야?" "아니"

"어멈과 내가 같이 쓰는 거야?" "응"

"어멈 혼자서도 쓸 수 있는 거야?" "응"

"봉봉이도 쓸 수 있는 거야?" "응"

"화장품이야?" "아니"

"부엌에서 쓰는 거야?" "때로는"

"물건이야?" "아니"

"돈이야?" "아니"

"그럼 상품권?" "아니"

"먹는 거야?" "아니"

"음...뭐지 도대체? 오늘은 꼭 성공하겠어!"

"형체가 있는 거야?" "아니"

"혹시 내 사랑이야?" "아니"

(순간 욥은 멈칫하는 듯했다.)

"그럼 나와의 시간이야?"

"맞아~!!"


오예!

그러고선 욥은 자신이 스무고개를 맞췄다는 사실에 단순히 너무 신나 했다.

어제는 본인이 말해놓고 기억나지 않는 물건에 대해 스무고개를 했다가

패배한 쓰라린 경험이 있어서 인지도 모르지만,

욥은 그 순간 너무 행복해 보였다.


어쩌면 그동안 봉봉에게 빠져

잊고 지나가던 것들 중 가장 어멈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욥의 '시간'이었던 것이다.


어멈은 욥과의 '시간'이 필요하다 생각하면서도

당장은 봉봉에게만 온 시선과 마음이 가 있을 뿐,

욥에게 나눠주는 시간은 참 작다는 현실에

많이 미안해졌다.


욥은 시간을 늘 어멈옆에 두려고

노력했던것 같은데,

어멈이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던 것 같다.


봉봉이 태어나기 전까지는 오롯이 '우리'의

시간이었던 그 많은 크리스마스가

작년부터는 '봉봉'의 것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욥은 괜찮다 하지만

내심 섭섭하지는 않았을지 걱정이 됐었다.

(혼자 어딘가에 일기를 잔뜩 써놓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욥과의 시간이 갖고 싶은 선물이라해서 였을까,

아니면 스무고개를 맞췄다는 사실에 너무 신나서

였을까는 정확히 알 수 없었으나 그 순간 욥의

얼굴엔 마치 우리 둘 만의 시간이었던

지난 크리스마스들 속의 얼굴로

내 앞에서 미소 짓고 있었다.


산타할아버지한테 원하는 선물을 받을 수 있을까?


산타할아버지께 어떤 물건보다 소중한

욥과의 시간을 달라고 기도해 볼까 한다.

근데 막상 생겨도, 뻔한 일상이 되겠지만 말이다.




독자분들도 모두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한 크리스마스 되시길 바래요!

Merry christmas!



봉봉이도 전합니다!

merry BonB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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