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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어멈 Jun 01. 2021

미운 오리 새끼로부터.

Give thanks / 감사의 마음을 전해요. [안데르센 삽화 공모전]

* 안데르센 삽화 공모전에 참여하며 작업한 글과 그림입니다.*





To. 그 동안 저를 지켜봐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전하려고 이렇게 편지를 써 보내요.


그간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내가 누구인지도 정확히 모른 체,

다른 이들의 평가에 의존해서 저 스스로도 제가 못난이,

쓸모없는 아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힘든 시간을 보낸 어느 날,

제가 사실 백조라는 걸 알고 행복한 나날이 이어졌어요.

사람들과 모든 동물들의 관심, 사랑, 미소.

그 모든 것이 그리웠던 저는 한동안 정말 모든 것을 다 잊을 만큼 행복했습니다.

마치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요.


홀대만 받던 제게 관심과 사랑은 너무 큰 위로였습니다.

하지만 점점 제 멋진 외모에만 반해 다가오는 친구들이 많아져

오히려 그들은 나와 추억을 쌓는 일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런 일들은 저를 더 외롭게 했습니다.


그렇게 돌이켜보니 저 스스로도 달라진 외모에만

치중해서 중요한 걸 잊고 살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렇게 살아왔다는 것이 후회가 되었어요.


여러분은 저에게 관심을 갖고 조언을 해주고,

먼저 다가와 주었어요.

그시절, 아무리 못생긴  외모가 마음에 들지 않아 친구가 되고 싶지 않다고 하면서도

저를 위해 말 한마디만큼은 건네주었으니까요.

그 한마디 한마디가 이제 그리워집니다.


지금의 제가 있기까지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셨어요.

하지만 저는 그것이 관심이라 생각지 못하고 다른 동물들이 내 못생긴 외모 때문에

내가 싫어서 그런 거라며 스스로도 마음속에 벽을 세워 두었었어요.

오리 시절 엄마가 말씀하셨던 것처럼 “못생기면 어때? 너는 수영도 잘하고 마음이 참 착해.”라고

늘 말씀해주신 이야기를 되새기며 제 장점들에 만족하고 살아왔다면 좋았을걸.


그렇게 긍정적인 하루하루를 살았다면

오히려 어린 시절이 더 괴로운 기억으로 남지 않을 수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그렇게 지난 시간들을 반성하며 하루하루 더 나은 백조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행운처럼 너무나 멋진 모습의 백조가 되었지만,

이젠 외모뿐이 아닌 마음의 아름다움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면서요.


못생기고 다른 형제들에 비해 부족해 보여도 저를 보듬어주고 믿어주던 오리 엄마,

따스하진 않았어도 그런 저를 걱정하던 스페인 할미 오리,

숲에서 우연히 만났지만 먼저 말 걸어주고 함께 가자고 했던 거위 친구들.

사냥꾼들에게 잡아갈 수도 있었지만 가엾은 저를 모른 척 해준 사냥개 아저씨.

한참 모든 것에 지쳐있을 때 들어간 농가에서 만난 잔소리쟁이 암탉과 사나웠던 고양이.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를 얼음 속에서 살려주신 농부 아저씨와 사랑으로 보살펴주신 농장 가족들.

특히 따듯하게 저를 맞아줬던 농부 아저씨 가족들에게선 실수로 쏟은 우유로 인해

제가 먼저 가족들을 떠나게 되는 사건이 발생했었죠.

돌이켜보면 따듯한 추억들이 참 많았는데.


그럼에도 여러분의 관심과 사랑을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늘 떠나버렸었죠.

제 마음속에 깊은 피해의식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때 인사도 없이 여러분을 떠났던 제 모습이 부끄럽게 느껴질 때가 많았어요.


그 부끄러운 마음은 아기를 낳고 보니 더 뚜렷해졌습니다.

어릴 적 저를 쏙 빼닮은 아이를 보며,

이유 없이 사랑할 수 있는 존재가 있음을 점점 더 깊게 알아가고 있어요.

아이의 생김새는 중요하지 않았어요.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귀한 생명이라는 것이니까요.

아마 저를 키워주신 오리 엄마도 그런 마음이셨을 것 같아요.


이제 와 이렇게 편지를 보내는 이유는

여러분을 탓하고 싶은 마음이 아니라, 언젠가 감사의 마음을 담아 소식을 전하고 싶었어요.

그때 분명 어리고 모습이 좀 다르고 못생겨 보이는 작은 오리에게 관심을 갖고 말 걸어 주셨던 거니까요.

그때 그 관심들이 있었기에 제가 성장할 수 있었고,

아이를 낳고 키워보니 더 단단한 어른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함을 매일 다짐합니다.


감사했어요. 정말요.

비록 그 관심들에 보답하지 못했지만,

제 아이에게 그 마음을 표현하고 키워내고 있어요.

여러분이 있었기에 백조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외롭지 않아요.

작은 한 마리의 아기 백조와 사랑하는 아내가 있기 때문에요.

못생긴 얼굴에 거칠한 털, 검은 부리를 가지고 있지만 참 발랄하고 착한 아이예요. 수영도 잘하구요.

언젠가 이 아이도 멋진 하얀 털을 가진 백조로 성장하겠지만,

외모보다는 마음이 예쁜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다른 동물들과 자신감 있게 어울려 사는 멋진 아이로 성장하도록 기르려구요.

잘 키워내 보겠습니다.


어느 곳에서든 건강하세요.

어디서든 응원하겠습니다.


감사를 전하며,

당신이 기억하는 미운아기오리 올림.





그래서 결국, 미운아기오리였던 백조는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았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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