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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어멈 May 29. 2022

포켓몬 스퀴시 가내수공업

자식이 뭐라고.







스퀴시가 뭐라고.

일단은 그보다,

포켓몬 빵이 뭐라고.



대부분의 상황에서 그랬다.

남들이 우르르 1등으로 달려가서 물건을 사러 가는 일들이 있어도,

마치 다른 나라 이야기인 듯 고고하지도 않으면서 고고한 척

궁금해하는 마음은 있으면서도 모른 척 지나가곤 했었는데.


‘마지막 자존심은 잃지 않으리!’

하는 마음으로 그런 상황에 쉬이 동참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는데.


무너졌다.

고작 포켓몬이라는 녀석한테 졌다.


사실 처음엔 봉봉이는 그다지 포켓몬빵에 관심도 없었고,

먹어보고 싶냐 물으면 "친구들이 맛있다고해서 그냥 먹어보고 싶기는 해요~." 정도였는데

어느 날 첫 포켓몬빵을 사 온 뒤론 반응이 바뀌었다.


처음엔 발챙이와 꼬북이 빵이었고,

너무 맛있다며 아이들이 아끼고 아끼며 빵을 먹는 모습이

뿌듯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한 마음이었다.


그래서 '무슨 맛인지 먹어봤으니 이제 됐다.' 싶었는데, 거기서 끝이 아니라 친구들에게 풍문으로 듣고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며

어떤 빵이 인기가 있고 맛이 있는지 전하기 시작했다.


마침 처음 줄을 서던 날

내 뒤에 서셨던 점잖은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손자가 초코맛이 들어간 고오스와 로켓단을

꼭 사 오라고 했다며 그게 제일 맛있다고 한다고 귀띔을 해주셨다.


하지만 그날 우리의 번호는 생각보다 뒤라서,

고오스와 로켓단 빵은 꿈도 꿀 수 없었다.

맛있다는 빵을 선택하지 못한 데에 조금 아쉬운 마음은 들었지만

첫 포켓몬빵을 획득하고 뿌듯해하면서 두 번 다시 그 자리에 서있진 않으리. 하고 다짐했는데..

왜 이렇게 신경이 쓰이던지.


그렇게 한 달 정도 흐른 날.

오후 출근으로 아침시간 여유가 있던 욥이 빛의 속도로 줄을  덕에

로켓단과 고오스빵을 드디어 손에 넣었다!!!!!

세상에!!!


두근두근 2번!!


그렇게 손에 넣은 포켓몬빵을 받아 든 아이들은,

첫 번째 빵을 받았을 때의 몇 배 이상 신나 했고

그 반응은 땡볕 더위도 싹 잊을 만큼 뿌듯함이 되었다.

아쉬운 건, 우리의 시간과 그을린 피부.




너희들이 행복하면 됐어.

우리 피부 따위 그을려도 상관없어!”

(세상 쿨하고 멋진 엄빠인 척)



여기까지가 사실 이야기의 끝이었는데,

가방에서 봉봉이가 무언가 주섬주섬 꺼낸다.

바로, 며칠 전 친구에게 받은 포켓몬빵 스퀴시.


요새 아이들은 물질이 풍요로워지면서 더 많은 것들을 사거나 모으는데만 관심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이 만든 투박해 보이지만 귀여운 스퀴시는 꽤 기발했다.



손 때가 묻어 있었지만, 정성이 들어간 작은 스퀴시였다.


그걸 보고 있자니.

한번 만들어 볼까하는 마음이 시작 되었다.


그렇게 시작한 그 일은,

한 시간 정도면 끝날 줄 알았는데 장장 다섯 시간은 걸린 큰 프로젝트가 되어 버렸다.



혹시 저작권에 문제가 있을까 조금 고민을 하다가,

아이들 장난감인데 문제없지 않을까 싶어 일단 스캔을 감행했다.




친구들이 만든 스퀴시와의 차이점이라면,

엄마가 작업하며 쓰려고 사둔 고급 양모 펠트천을 사용해서

포켓몬빵을 미니어처로 만들 거라는 점.




시작한 이상 잘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겨,

점점 더 열심히 하게 됐다.

고오스 빵은 초코 시트 느낌을 최대한 살리고,

로켓단 초코 롤은 돌돌말아놓고.



하지만 작업하면서도 계속

이렇게까지 할 일이었나 싶었다.

그래도 등교하며 즐거워 할 봉봉이를 위해서라면!



기어이 다섯 시간 만에 포켓몬빵 스퀴시  세 가지 완성!!!!!!!

다시 봐도 너무너무 귀엽다.


미니어처 만들기 좋아했었는데,

봉봉이 덕에(때문에) 모처럼 손맛 살려 미니어처를 만들어보니 재미있었다.


봉봉이는 벌써 월요일에 학교 갈 생각에 신이 났고,

주말 사이에 띠부씰까지 조그맣게  만들어주면

이 프로젝트는 완성이다.


자식의 행복이 뭐라고...

결국 하게 된다.


포켓몬빵을 만드는데 열중인 엄마 옆에서

부스럭 부스럭 뭔가를 한참 만들던 봉봉이.

엄마를 위해 봉봉이가 특별한 띠부씰을 만들었단다.


봉봉이 얼굴이 들어가서 귀엽고

(봉봉 캐릭터의 앞머리 느낌을 한껏 잘 살린)

아주아주 작게 만든 조그만 딸기 크림빵 봉지 안에는,

띠부씰보다 훨씬 작은 빵과 빵보다 조금 큰 띠부씰이 붙어있었다.


아우 귀여워. 이젠 제법 엄마처럼 자기캐릭터를

그려내는게 신기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고.

내 영원한 1번 뮤즈.

고마워. ♡


봉봉이의 앞머리가 그려진, 봉봉전용 스퀴시.


스퀴시와 함께한 주말.

무엇보다 오랜만에 손으로 만든 시간이 참 소중했던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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