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구역의 유일한 ‘품종묘’인 노르. 노르는 내가 그곳의 돌봄을 시작한 지 한참이 지나서야 만날 수 있었다. 약 60여 명의 고양이의 얼굴과 이름이 적혀 있는 출석부는, 돌봄을 시작한 지 2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여전히 완벽하게 외우지 못했지만, 노르는 절대 헷갈리지 않았다. 그는 독보적으로 ‘다른’ 외모를 가졌기 때문이다.
실외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고양이들 중 이렇게 ‘다른’ 외모를 가진 이들은 다른 고양이들보다 더 힘든 생활을 한다. 고양이 돌봄 책에선 품종묘는 외모로 인해 다른 고양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기 쉽고, 실외 생활 시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고 했지만, 다행히 노르는 그 구역의 고양이들 사이에 잘 스며들어 살아가고 있었다.
노르는 긴 털을 가진 남성 고양이다. 길고 풍성한 털은 그의 마른 몸을 가린다. 실내에서 인간과 함께 살았던 경험이 있던 노르는 나를 그다지 경계하지 않았다.
노르가 정확히 언제 버려졌는지는 모른다. 왜 버려졌는지도 모른다. 그저 ‘구매자’의 변심인 걸까.
최근 노르가 어떤 식으로 거래되었을지 알 수 있는, 한 펫숍을 방문했다. “국내 탑브리더 협업을 통한 최상의 인물”. 노르의 ‘다른’ 외모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한 품종 고양이의 광고 문구엔 “가정묘로 매우 훌륭하다”고 적혀 있었다.
며칠 전, 재개발 구역에 갔다. 여름부터 빠른 속도로 부서지고 펜스가 올라간 그곳은 이젠 더 이상 부술 것도 남지 않은, 황무지가 되어 있었다. 파여 있는 땅엔 물이 고여 있고, 곳곳에 콘크리트와 철근이 뒤엉켜 쌓여 있었다.
노르는 나에게 관심을 보이며 주변을 맴돌았다. 내가 다른 고양이들을 기다리는 동안, 노르는 차분하게 옆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펫숍에 있던 그 많은 아기들의 미래가 내 옆의 노르의 모습일 것이다.
인간이 버리고 간 쓰레기 더미에 앉은 노르. 탄생부터 자유롭지 않았지만, 적어도 지금은 자유로운 노르.
노르는 그 외모로 인해 언젠가 누군가에게 ‘간택’되어 다시 실내로 들어가 생활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것은 '구조'라는 이름으로 불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