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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오리 Nov 19. 2024

시신을 찾아서



농촌의 평온한 길을 개와 걷다 보면 숱한 시신들을 만난다. 도시에서 별이와 산책하던 때는 보지 못했던 모습들이었다.



인도와 차도가 합쳐져 있는 시골의 작은 길을 걸으면 차가 얼마나 많은 생명을 깔고 가는지 알 수 있다. 작정하고 바닥만 보며 걷자 훨씬 더 많이 보였다. 생전에 어떤 종이었는지도 잘 모르겠을 정도로 망가져있는 몸들.



도시에서 접하는 ‘로드킬’은 고양이, 개가 흔한데, 사실 차도 한가운데를 이렇게 인간이 천천히 살피며 걸을 수 없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몸이 작아 잘 보이지 않는 개구리, 지렁이, 달팽이도 잔뜩 깔려 죽었을 것이다.



최근 동료가 차에 치여 쓰러져 있던 너구리를 구조해 신고를 했다. 살짝씩 움직이던 너구리는, (동물로는) 가망이 없다고 판단되어 당일 약물 죽임을 당했다.






얼마 전부터 까망이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같이 돌보는 이들은, 무리 내 고양이들의 미묘한 변화를 느꼈고, 까망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이라 추측했다.



행동반경이 넓고, 모험심이 강한 남성 고양이. 그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면, ‘로드킬’ 일 확률이 높다. 그러나 시청에 신고된 고양이 사체는 없었다고 한다. 무관심 속에 여러번 치이고 깔렸다면 아무도 고양인지 몰랐을 수도 있다. 깔려 죽지 않고 치이기만 했다면, 부상을 입고 숨어 있을 수도 있다. 결국 찾아 나섰다.






까망이가 주로 놀던 언덕에서부터 뒤로 이어진 길을 따라 걸었다. 터널을 지나고, 걷고, 일 년 전, 포포가 깔려 죽은 그 도로까지 이어졌다. 까망이의 이름을 부르며 걸었다. 도로를 따라 걸으며 핏자국이 있는지라도 확인하면 좋았겠지만, 왕복 6차선 도로에서 동물의 시신을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다쳐서 은신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풀숲 뒤를 살피고 다녀도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내가 아는 동물들은 빠른 속도로 이 지구에서 사라져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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