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사태, 탄핵, 국민들의 분노.
많은 사람들이 또다시 모여 촛불을 들었다. 지난 박근혜 정부, 나 역시 촛불을 들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 나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현장에 가지 않았다. 나는 그 분노에 동참하기 어려웠다.
많은 예술인들이 시국선언을 했다.
왜 이게 이렇게나 남의 일 같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보냈다.
사람들은 ‘영장 없이 체포와 구금을 할 수 있다 ‘는 권력의 폭력성에 분노했다. 누구든지 정부 눈밖에 나면 끌려간다는 공포.
사람들은 광장에 모여 내란범, 민주주의, 자유와 같은 말들을 외쳤다. 나는 그 말들에 동의하지만 정말이지 아무 감정을 느낄 수가 없었다. 동요되지 않았다. 나는 그 분노에 섞이지 않았다.
영장 없이 체포와 구금을 당하는 존재를 너무 많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이 분노한 지점이 ‘폭력’ 그 자체가 아니라, ‘국민을 향한 폭력’이란 점에서 나는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래서 실제 구금된 존재를 돌보는 데에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과거 박근혜 탄핵을 위해 광장에 갔을 때, 즐비한 포장마차를 보며 시위 현장이 아닌 야시장 같아서, 생각보다 밝은 분위기에 들떴던 기억이 난다. 당시엔 고기를 즐겨 먹었기 때문이다.
온라인에는, 시위 현장에 가는 이들을 위해 음식을 대신 결제해 둔 사람들의 배려와 선행이 올라왔다. 영장 없이 구금되어 죽기까지 한 이들은, 자유를 외치는 집회 현장에서 팔려나갈 것이다.
개돼지라는 말이 너무나 익숙한 표현이 된 세상.
개돼지가 되고 싶지 않은 국민.
나의 폭력과 세상의 폭력이 너무 달라서 분노의 물결에 동화되지 못하고 있다. 광장으로 한 발자국도 가지 못하고 있다. 광장에서 마주하는 혐오를 감당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그 혐오를 온몸으로 마주하며, 당신들이 생각하는 폭력의 범위를 확장해야 한다고 외치러 간 동료들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