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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본쓰 Apr 30. 2021

카페 이용에도 매너가 필요해요

작년 초겨울 쯤이었던 것 같다. 대학생인 여자친구는 기말고사를 앞두고 있어서 거의 매일 카페를 가곤 했었다. (도서관엔 어차피 자리가 없으니, 카페에라도 가야지 하는 생각으로.) 평소엔 자리가 넘치고 넘치지만, 시험기간만 되면 매일 치열한 자리전쟁이 벌어지는 학교 앞 카페.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여러 곳을 전전하다가 다행히 한 카페에 딱 한 자리가 남아 그곳을 선점했다. 자리를 잡고 각자 할 일을 했고, 시간이 지나 저녁시간이 찾아왔다. 다시 자리 구하기가 힘들 게 뻔했지만 밥은 먹어야 했다. 여자친구는 '잠깐 나가서 빨리 밥만 먹고 다시 오면 되지 않느냐'를 주장했고, 나는 '다른 사람들한테 민폐이니 차라리 그냥 집에 가는 게 낫지 않느냐'를 주장했다. 밥 먹고 오는 데만도 시간이 꽤 걸릴 것이었고 그 시간 동안 카페 사장님은 더 받을 손님을 못 받는데다가, 공부할 자리를 찾는 다른 학생들에게는 시간낭비였으니 말이다. 다행히 내 의견을 관철하고 우리는 집으로 돌아갔다.

여긴 제 자리입니다


수 개월이 지나, 오늘. 중간고사를 앞둔 학생들로 카페엔 자리가 없었고, 자주 가던 카페에 딱 하나 남은 자리가 있어 얼른 그 자리에 앉았다. 이런저런 일을 하다보니, 어느새 저녁식사 시간이 찾아왔다. 어떤 학생들은 짐을 챙겨 나가고 어떤 학생들은 새로 카페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카페는 저녁시간에도 빈 자리 없이 빽빽했고 혹시  자리가 있나 싶어 찾아왔다가 허탕을 치고 나가는 학생들도 여럿 있었다.


그러던 중, 옆 테이블에 앉은 두 학생이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친구인 모양이었는데, 자리도 붙어 앉지 않고 한 사람이 두 자리씩이나 차지하고 앉아있었다. 그 때문에 처음엔 친구인 줄도 모르고 있었다.

"갔다올까?"

"어디?"

"뭐 좀 먹으러."

"뭐 먹게?"

"일단 나갔다 와야지."

짐을 챙겨 나가나 싶었는데, 그 두 학생은 40분이 지난 지금까지도 돌아오질 않고 있다. 그 사이 카페를 전전하며 자리를 찾아 들어왔다가 이내 실망하고 다시 나간 학생들의 수만 어림잡아 대여섯 명이었고, 카페 사장님은 그로 인한 회전율 하락과 영업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정작 자리를 맡아놓고 (개인사업장인 카페에 자리를 맡아놓는다는 게 이해가 되진 않지만) 수십 분째 식사를 하고 있을 그 학생들은? 


지금 나는 고민 중이다. 아래와 같은 짧은 메모를 남길까 하고.

'이렇게 자리를 오래 비워 두시면, 다른 손님들이 이용 못하잖아요. 다음에 식사하실 땐 짐을 가지고 나가주셔요. 카페 이용에도 매너가 필요해요.'

사실 내가 직접 겪은 일도 아니기에 괜한 오지랖 같긴 하지만, 입장 바꿔 생각하면 그럴 것도 없다. 내가 자리를 찾고 있는데 누군가가 음료 하나만 시켜놓고 몇 시간을 앉아 있고, 게다가 40분이나 나가서 식사 한 끼를 하려고 자리를 비워 놓는다? 너무 억울할 것 같다.


결정했다. 쪽지를 남기기로.



(이 글은 2021.04.07. 네이버 블로그에 업로드한 글을 옮겨 적는 포스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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