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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리슬로 선유산책 Mar 04. 2021

단어를 입에 넣고 굴려보자 - 03

하고 싶은 것들을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우리의 이야기가 그가 평소 하고 있던 생각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 그는 그와 우리가 ‘결’이 비슷하다는 말을 남겼다. 그 순간 ‘결’이라는 단어가 입에 남아 계속 맴돌았다. 결은 부드러운 형상을 떠올리게 한다. 곡선의 느낌을 잘 살리기도 하는 것 같다.


시간의흐름 출판사에서 발행된 한정원 작가의 책 <시와 산책>에서도 ‘결’이라는 단어를 다룬다. ‘꿈결이라는 말이 있다.’로 시작한 글은 결이라는 단어를 천천히 씹어보게 만든다.


결. 꿈결. 물결. 살결. 숨결.


결대로 흘러가고, 결대로 찢기는 것들.


왠지 손을 뻗어보고 싶어지는 단어이다. 다양한 결들에 촉감을 상상하다가 잠에 들었다. 이 중에 얼떨결이라는 말도 생각이 났는데, 생각해왔던 ‘결’과는 또 다른 결을 가진 단어라 재미가 있었다. 이전의 결이 동물의 털을 부드럽게 만지는 느낌이라면, 얼떨결은 손이 당황한 채 방황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각자 삶의 결도 이렇게 가지각색으로 다양하겠지. 그런 결을 잘 따라 흘러가고 다정하게 맞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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