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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리슬로 선유산책 Mar 06. 2021

레몬

단어를 입에 넣고 굴려보자 - 04

레몬이라는 단어는 천천히 곱씹어볼 필요도 없이, 뇌가 먼저 반응하기 때문에 침이 고여오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단어를 고민하며 주위를 둘러보다 집 안의 수많은 노랑이 눈에 들어왔는데, 노랑에 집중하니 그것만 보이고 또 집에 노랑이 많아서 적잖이 놀랐다. 그중에 레몬이 보였던 것이다.


자취를 하기 전에는 레몬에 손댈 일이 없었는데, 이곳에서 나만의 작은 주방을 얻고 나서는 사부작사부작 만드는 것을 즐기게 되었다. 하루는 레몬청을 만들고, 또 어떤 하루는 레몬딜버터를 만들었다. 본가였으면 일을 벌인다고 한 소리를 들었을 것들이다. 레몬즙이 좀 튀어나가고, 씨를 제거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뿌듯함이 크다.


레몬나무에 대한 로망도 있다. 어느 날 레몬 씨앗을 키워 레몬을 키웠다는 글을 봤던 것인데, 탐스럽게 열매를 키워간 그 성장기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초록잎에 주렁주렁 달린 노란색의 레몬. 아니 노란색보다는 레몬색의 레몬. 자연이 빚은 색 조합을 보면 마음이 절로 행복해진다. 게다가 은은하게 레몬 향이 난다고 하니 그 또한 얼마나 큰 기쁨일까.


조만간 또 레몬이 들어간 요리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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