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이와 레빈
샌드위치 연휴인 오늘
그리고 휴직 둘째날인 오늘
여느 날과 다른 점이 있었다.
그건 바로 전날 밤에 오빠가 우리집에 왔다는 점이다.
오빠 소개를 하자면, 이렇다.
우리 오빠는 착한 사람이다.
남들에게 한없이 베풀고 싫은 소리 잘못하며 자기를 희생하는 사람이다.
그덕에 에너지가 동 날 때까지 본인은 모른다.
그리고 꾹꾹 자기를 눌러 작아지게 한다.
곁에 있는 가족들은 그가 다시 한없이 커지고 힘을 내기를 바라고 있다.
그런 오빠가 우리집에 왔다.
나의 쓰임이 요구되는 순간이다.
어릴 적부터 나는 오빠의 동생이지만 누나 역할을 해왔다.
외부의 기대감과 요구 수준에 맞추고싶어, 또 칭찬 받는 것이 좋아 그렇게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언제나 오빠보다 내가 내적으로 더 성숙한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해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실은 오빠의 사랑 속에서, 그 덕분에 자라왔음을 느낀다.
마치, 해에 가리워 낮에 보이지 않더라도 하늘에 항상 달이 떠있는 것을 아는 것처럼
오빠의 사랑은 열심히 표현하지 않더라도 나를 지켜주고 있었다.
최근 읽었던 톨스토이 장편소설 '안나 카레리나' 속 한 장면에서 크게 감동을 받았다.
나의 오빠를 떠올리며..
니콜라이 형의 삶은 추악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그의 영혼은, 그 영혼의 가장 깊은 곳은 그를 경멸하고 있는 사람들에 비해서 결코 악하지 않다는 것을 레빈은 느끼고 있었다. 그가 억제할 수 없는 성정과 뭔가에 짓눌린 지성을 가지고 태어난 것은 결코 그의 죄는 아니었다. 더구나 그는 언제나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했다. '오늘 밤엔 형에게 모두 이야기해버려야겠다, 그리고 형도 모든 것을 얘기하게 해야겠다. 내가 형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형도 모든 것을 얘기하게 해야겠다. 내가 형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도 보여줘야겠다.' 레빈은 마음속으로 다짐하면서 열한시가 넘어서야 지도에 표시된 호텔에 도착했다.
-안나 카레니나 (톨스토이 장편소설) p.173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는 사랑을 표현하지 못한다.
아니 어쩌면 사랑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기도하다.
바늘 하나도 들어올 틈이 없게 단단한 갑옷을 입고 딱딱한 목소리와 경직된 어깨로 그이를 본다.
어렵지 않으면 그래도 되는걸까?
나의 일생을 전부 아는 사람에게는 그래도 되는걸까?
모순의 연속이다.
언제나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한 니콜라이 형의 참된 모습을 떠올리며 형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레빈의 모습을 보며, 나는 오빠가 한없이 걱정되고 그리워졌다.
선한 웃음을 지으며 실없는 유머를 던지는 사람
머리속이 어지러우면 연락이 두절되어 온가족을 걱정에 빠뜨리는 사람
건강이 염려되어 항상 나의 긴장을 유발하는 사람
그렇지만 언제나 잘 살고 싶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착한 사람
그런 오빠가 우리집에 왔다.
나의 휴직 둘째날에 우리집에 왔다.
나의 쓰임은 그에게 애정어린 눈빛을 주고 건강을 잃지 않게 도와주는 일인 것 같다.
나를 떠올리고 믿고 스스로 찾아와준 오빠가 고맙다.
선한 사람이 더는 다치지 않게
나의 쓰임이 그를 단단하게 만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