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살리는 것
아프고 나서 한참 동안 기력이 없었다.
무기력에 빠져 있었다.
무기력이라는 말이 기력이 없다는 말임을 몸으로 겪고 알게 되었다.
세상 일에 촉수를 펼치고 열심히 정보를 모으던 내가 무감해졌다.
일단 기운이 없으니 나를 지키려고 매우 방어적으로 되었다.
매우 외향적인 성향인 내가 사람을 만나며 에너지를 쓰기 싫어졌다.
고양이처럼 옹크리고 돌돌 꼬리를 말고 혼자 있고 싶었다.
어깨는 축 늘어지고 입꼬리는 내려갔다.
저녁 8시만 되면 기력이 다하였다.
어떻게 나를 살릴까.
언제부터 나의 기운을 북돋을 수 있을까.
가만가만 나를 기다려주었다.
다시 활력이 1만큼 생길 때까지.
그 시작은 텃밭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준 뒤 자전거를 빌려 타고 텃밭으로 갔다.
오랜만에 타는 자전거 바람은 아주 시원했다.
메마른 땅에 물을 주는 내 마음에도 소록소록 시원한 바람이 찾아들었다.
호미로 잡초를 파낼 때면, 내가 알뜰살뜰하게 작물을 돌본다는 기분이 들어 작은 성취감이 들었다.
나에겐 두 명의 자식이 있지만,
그 외에 텃밭에 손으로 헤아리기 어려운 만큼의 아기자기한 작물과 작은 생태계가 따로 딸려있다.
작은 평수의 밭을 가꾸고
땀을 흘리고
시원한 바람을 맞고
작물을 수확하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되려 기운이 생겨났다.
누군가를 돌본다는 느낌.
그것이었다.
그 마음이 나를 살리기 시작했다.
우울감이 내 발치를 어른거리고 있을 때 나를 꺼낸 것은 작물을 돌보는 작은 농사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