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나> 김상헌 前 네이버 대표 @북바이북판교점
항상 큐레이팅 서점이 근처에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블로그를 둘러보다가 상암점에만 있는 줄 알았던 북바이북 서점이 집에서 꽤 가까운 판교에 있어서 작년에 여러 번 찾아갔습니다.
그냥 서점이 궁금해서 찾아간 적도 있고 듣고 싶은 강연이 있어 간 적도 있는데 검색해보니 작년에는 북바이북에 강연 들으러 3번 다녀왔었군요.
책(적게 벌어도 잘 사는 노후 50년)을 읽고 갔던 황희철 작가님의 강연도 좋았고, 책(생각의 기쁨)을 읽지 않고 갔던 유병욱 작가님 강연(후기)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지금 제가 글을 쓰고 있는 브런치 플랫폼을 기획하신 황선아 brunch 총괄 PM님의 강연(후기)이 가장 좋았습니다.
항상 만족감을 주는 북바이북이라 그럴까요. 북바이북 블로그에 다음 달 강연 일정이 올라오면 들을 게 있나 후다닥 보러 갑니다. 그러다 오랜만에 제 레이더망에 걸린 강연이 있었는데요. 바로 2월 20일에 있었던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님의 <책과 나>라는 강연이었습니다. 역시 이 날도 퇴근 후 쏜살같이 달려갔습니다.
역시 네이버 대표 출신이다 보니 이 날 강연은 일찍 마감이 되었습니다. 독서 모임을 운영하고 책을 좋아하는 입장으로서 독서광을 만나는 일은 참 즐겁습니다. 김상헌 전 대표님은 업계에서 독서광으로 잘 알려져 있고, 20일 특강도 <책과 나>, 선택에 관한 영감을 주었던 책들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어 더욱 기대가 되었습니다.
7시 30분이 되자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가 북바이북 판교점에 나타났습니다. 대중 강연을 꽤 많이 한 편인데 위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장소가 좁아서 청중들과 거리가 가깝다 보니 은근히 떨린다고 하시네요. (이런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받으신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시작하기 전에 아직 책을 쓴 적이 없어서 서점에서 강연하는 게 옳은지 계속 의문이 들었다고 털어놓기도 하셨습니다.
김상헌 전 대표님은 2017년 3월에 네이버를 그만두고 현재는 mail.ru, 우아한 형제들의 사외이사로 있으면서 스타트업 육성기관인 프라이머에서도 스타트업 파트너로 일하고 있다고 근황을 전하셨습니다.
1993년도부터 서울지방법원에서 판사로 근무하다가, 1996년도에 LG로 자리를 옮기시고, 닷컴 열풍이 불던 2000년대 초반에 살면서 한 번은 인터넷 기업에서 일해봐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바람대로 2009년에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에 대표이사로 합류하셨습니다. 그 이후로 꽤 오랜 기간 네이버 대표로 근무하면서 전혀 무너지지 않을 듯한(?) 지금의 네이버를 만든 장본인입니다.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의 스펙을 보면 서울대학교, 하버드 대학교와 알리바바 그룹 창시자인 마윈이 졸업한 중국의 경영전문대학원인 장강상대학원을 나오셨습니다. 거기에 근무한 곳도 판사, LG 부사장, 네이버 대표이사까지 겸비하셨으니 정말 엄친아 중에 엄친아였는데요.
오늘 강연은 그렇게 걸어온 성공 스토리를 얘기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이야기는 다른 주제로 시작되었습니다.
조직에 속할 때는 그 조직이 곧 나 자신이었는데
밖에 나와보니 내겐 아무것도 없더라
제2인생을 준비하면서 앞서 소개한 수많은 학력사항과 경력사항에 있는 학교와 기업의 로고가 이제 자신과는 상관없는 로고라면서 남은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나만의 로고는 뭘까?라는 고민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NORTH TERRACE라는 로고를 만들고 안국역 인근에 건물을 하나 세웠다는 얘기를 하셨습니다. (여기서 끝나면 그냥 돈 벌어서 건물 세웠다는 이야기.)
서론이 너무 길었습니다. 다시 오늘 주제로 돌아와서 김상헌 네이버 전 대표님의 인생에서 선택에 관한 영감을 주었던 책들은 무엇인지 한 번 살펴볼까요?
끝없는 도전과 용기, 잭 웰치
검색으로 세상을 바꾼 구글 스토리, 존 바텔
iCon, 스티븐 잡스
사람들이 보통 좋다고 했던 것들을 따라 하다 보니 가장 좋은 서울대학교를 나와 고시를 패스해 판사까지 됐다고 말씀하신 김상헌 전 대표님은 유일하게 처음 손수 결정했던 것이 LG 입사였다고 합니다.
잭 웰치가 쓴 책 <끝없는 도전과 용기>를 읽고 본문 내용 중에 GE의 새로운 대표이사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사내 변호사도 지원하는 것을 보고 본인도 기업 대표를 해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LG는 기회를 안 줘서 나오고 나중에 네이버에서 그 꿈을 이뤘다고 합니다.
그리고 항상 검색 기업에 대한 동경이 있었는데 책 <검색으로 세상을 바꾼 구글 스토리>를 읽고 죽기 전에 인터넷 기업에 다녀보자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덧붙여 요즘 바람이 불고 있는 블록체인은 그런 느낌이 없어서 망설여진다고 하시네요)
현재는 절판이 된 책 <iCon 스티븐 잡스>에서는 잡스가 펩시콜라를 팔고 있는 존 스컬리에게 언제까지 설탕물만 팔 거냐?라고 말하며 애플로 영입했던 스토리가 여전히 뇌리에 기억 남는다고 합니다. 네이버에는 처음 고문으로 입사를 하고 2년 뒤 대표이사가 되었다고 하는데 조건을 많이 낮춰서 갔는데 유일하게 내건 조건이 변호사 업무는 절대 맡지 않겠다였다네요.
그리고 기업을 나와 제2인생을 달려야 할 지금의 방향 설정에 가장 큰 지침이 되는 책을 얘기해주셨습니다.
코끼리와 벼룩, 피터 드러커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마루야마 겐지
조화로운 삶, 헬렌&스콧 니어링
코끼리(대기업)에 속해서 영원히 살 수 없다. 벼룩(작은 개인)처럼 살아야 하는 것을 강조하는 책 <코끼리와 벼룩>은 현재 방향 설정을 하는데 굉장히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인생을 살면서 한 가지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돈도 벌어보고, 취미 생활도 해보고, 자기 공부도 해보는 등 여러 방향으로 경험해보면서 포트폴리오 인생을 살면서 퍼스널 브랜딩을 구축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책인데, 꼭 읽어보라고 권하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마루야마 겐지가 쓴 책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를 읽으면서 어떤 큰 허상에도 속지 마라. 남들 말에 현혹되지 마라. 숙제 풀 듯이 인생을 강박관념으로 살지 말아라. 내가 얻어온 저 많은 로고(학력, 경력)들이 허상일 수도 있겠구나, 나만의 로고를 만들어보자고 다짐한 것에 큰 도움을 주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시골에 내려가서 살아볼까?를 고민한 적이 있는데 같은 작가가 쓴 책 <시골이란 그런 것이 아니다>를 읽고 나는 시골에 못 살겠다. 대신 도시의 중심으로 가야겠다고 다짐했다네요. 그리고 이어서 책 <조화로운 삶>을 통해 삶의 가치를 재조명해보라고 권하기도 하셨습니다
네이버 전 대표님이 얘기하신 내용은 여기까지였고, 그 이후로는 질의응답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IT 동향이나 현재 네이버에 대한 질문이 많이 나올 줄 알았는데 의외로 다른 질문들이 나왔습니다.
Q1. 가장 후회할만한 결정은?
Q2. 일 외에 취미, 사랑 등에서 못해봐서 후회했던 일은?
Q3. 이것은 해라, 이것은 하지 마라 싶은 일은?
Q4. 삶에서 가장 중요한 3가지 가치는?
Q5. 요즘 아이들이 가치관을 확립할만한 요소는?
오히려 김상헌 전 대표님이 네이버에 관한 질문이 나오지 않는다고 먼저 언급하셨는데요.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그리고 네이버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언론을 조작하지 않는다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위 질문에 대한 답변은 따로 언급하지 않고 저 혼자만 간직하겠습니다! 히히 :)
엄청 기대해서 그런지 실망도 많이 했던 강연이었습니다. 강연 중간중간 본인의 건물에 입점한 독서모임 TREVARI를 홍보하는 느낌이 들었고, 질의응답 시간에 질문에 대해 너무 뻔한 대답만 하셔서 다소 지루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 외 책에 관한 강연은 좋았고 소개해준 책들 또한 차례대로 읽어볼 생각입니다.
북바이북에는 표창원 의원님의 강연을 들으러 3월에도 다녀올 예정입니다! :)